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선교ㅣ복음화

특별좌담: 해외 선교사 -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우리는 주님의 동반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11 ㅣ No.344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 전교의 달 특별좌담] 해외 선교사 -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우리는 주님의 동반자

 

 

2014년 9월 2일,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는 전교의 달을 맞이해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와 함께 해외선교 특별좌담을 마련하였다. 지부장 변승식 신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은 각 패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해외 선교사의 소명과 내·외적 연대 방향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지부장 변승식 신부는 좌담을 통해 “신자 개개인 뿐 아니라 신학생들과 사목자들의 선교 의식을 제고하고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차원의 범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선교는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소명 실현임을 환기하고,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의 체계를 탄탄히 다져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독려했다.

 

좌담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진행됐으며, 곽용호 신부(한국외방선교회 부총장 겸 신학원 원장), 송영호 신부(주교회의 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 총무), 양현정 수녀(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선교 및 양성 책임), 이경자 선교사(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 성소 담당)가 각각 패널로 참가했다.

 

 

변승식 신부(이하 변 신부) - 최근 한국 신자들이 해외선교를 후원하는 모습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세계교회 안에서도 이례적으로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변화했다는 평가 또한 받고 있지요. 하지만 선교의식이 높아진 결과 해외선교를 지원하는 사례보다, 아직은 신자 개개인으로서는 물질적인 발전 안에서 자연스럽게 후원금을 내는 모습이 더욱 많습니다. 이에 따라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의 활동 지향점도 단순한 모금과 배분에서 나아가 선교의식을 고양하는 데 더욱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경자 선교사(이하 이 선교사) - 한국 신자들은 해외선교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현지에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가시적인 성과만 의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해외선교는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여정의 하나입니다. 선교사의 최종 목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예수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선교의 도구로 어떤 사업이나 봉사활동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해외선교는 NGO나 봉사 활동이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무엇을 ‘주는 교회’가 아니라 서로 ‘나누는 교회’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곽용호 신부(이하 곽 신부) - 선교활동에서는 의식도 중요하고 지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선 선교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다져야 합니다. 한국 신자들은 해외선교라고 하면, 기금을 모아 들고 가난한 곳에 가서 구호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실제 그렇게 실천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지역교회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힘쓰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같이 나누고, 같이 살아가며 서로의 삶의 형태를 나눠야 합니다.

 

변 신부 - 현재 펼쳐지는 해외선교 활동 안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모습을 지적해 주시겠습니까.

 

송영호 신부(이하 송 신부) - 여러 선교지를 방문하다 보면 ‘외형주의’가 가장 많이 거슬리는데요. 선교사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고 이곳저곳 선교지를 방문하기 위해 차량도 갖춰야 하겠지만, 이런 선교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각이 물질적인 면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현지 교회가 자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성찰해 우선적으로 할 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양현정 수녀(이하 양 수녀) - 네, 그동안 한국 선교사들 중에는 현지 문화와 상황에 맞지 않게 한국식으로 거대한 성당을 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는 한국처럼 벽돌과 청동 등으로 대형 성당을 지을 필요까진 없거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현지인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현지인들의 내적 성장, 현지 교회의 자립을 고려해 무엇을 가장 먼저 지원해야 할지 식별해야 합니다.

 

변 신부 - 올바른 선교활동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외선교사들의 교육을 강화할 뿐 아니라 체험을 공유하고 전문적인 방안을 연구하는 네트워크가 보다 실질적으로 구축돼야 하지 않을까요.

 

곽 신부 - 먼저 선교사 양성 과정 중에 특히 교육적인 부분에서의 강화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한국외방선교회 경우, 예비 선교사들인 신학생들 모두는 항상 하느님 사랑을 내적으로 깊이 체화시키는 자세를 배양하고, 또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기도와 묵상법을 익히며, 가능한 다양한 기술과 음식들을 스스로 습득하고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기를 것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선교양성과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주는 형태의 선교가’아니라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선교’ 체험을 지향해 가도록 선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송 신부 - 각 선교지에 대한 지원도 보다 형평성 있게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해외선교사들 안에서도 네트워크가 부족해 어떤 곳에서는 엄청난 기금을 들여 대성당을 짓는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천막 공소도 무너져 내릴 때가 있습니다. 최근 대륙별 선교사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부분에서 정보 공유가 점점 확대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변 신부 - 평신도들의 해외선교 활동 또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평신도 활동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부분 등을 짚어 주신다면.

 

이 선교사 -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한국에서는 평신도 선교사들이 설자리가 부족하고, 활동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받은 선물을 나눠주고 그들로부터도 선물 받는 삶, 곁에서 이웃으로 더불어 살며 신앙을 심화하는 여정을 사는데, 언제나 무엇인가 사업을 펼치고, 큰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편견들과 마주쳐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게다가 평신도 선교사 활동에 관심이 많아졌지만, 많은 경우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기보다 하나의 직업으로 문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양 수녀 - 해외선교 활동에서는 수도자들보다 평신도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각 교구와 수도회 등이 평신도 전문가들과 연계할 수 있는 공식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평신도 선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폭넓게 알리고 양성 등을 지원하는 노력이 크게 부족합니다.

 

송 신부 - 교회의 주축은 평신도들입니다. 평신도의 몫으로서 선교 활동도 당당히 나누고 또 지원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해외선교에 투신할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지요. 해외선교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수도회들이 편협하게 문을 닫고 있는 모습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평생 선교에 헌신한 선교사들이 생활지원이나 노후보장 등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관해 공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 신부 - 해외 선교사들과 신자들 간의 내·외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바를 밝혀 주신다면.

 

양 수녀 - 평신도 개개인이 풀뿌리 선교사로 특별히 기도 후원을 비롯해 단돈 1000원씩의 후원이라도 더욱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꾸준히 알려야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자들은 선교의식을 다지고, 해외선교사들이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가며, 스스로도 선교사로 나설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선교사 - 평신도 선교사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어도, 일반 신자들과 만날 기회를 갖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후원금 모금은 고사하고 활동을 알리는 과정에서 높은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요.

 

송 신부 - 하지만 각 본당들도 온갖 홍보와 후원 요청을 쉴틈없이 받다보니, 해외선교 홍보나 후원에 관해서도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신자들의 의식교육 장을 지속적으로 독려할 뿐 아니라, 미래의 사목자들인 신학생들이 해외선교 활동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실어야 할 것입니다.

 

곽 신부 - 한국교회 해외선교 활동의 영적, 물적 도움은 무엇보다 신자 개개인의 아름다운 지향으로 인한 후원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 아시다시피, 효과적인 선교는 어느 한 공동체 혹은 각 교구만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함께할 때 더욱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선교의식들이 성숙되어 갈 때, 선교활동에서 뒤따라 오는 지원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개선되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변 신부 - 해외선교를 활성화하면 국내선교에도 다시금 긍정적인 힘을 미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선교를 향한 역량을 키우는 방안과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에 바라시는 바를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송 신부 - 내가 필요한 것을 다하고 남은 것을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쓴다면, 교회의 모습 또한 세상의 이기적인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보다 많은 이들이 해외선교사로서의 직분을 이어가고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 해외선교가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을 널리 인식하도록 각 본당 사목 현장 등에서 공론화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주길 바랍니다.

 

이 선교사 - 해외선교의 첫 걸음은 기도로써 함께하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선교사들은 우리를 대신해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파견한 선교사임을 적극 인식하는 데 교황청전교기구가 다리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양 수녀 - 선교는 내가 그들의 팔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 팔을 잡을 수 있도록 내어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들에게 나의 일부를 주는 것이 바로 선교의 기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면면을 교황청전교기구가 보다 폭넓게 홍보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변 신부 - 급변하는 21세기의 흐름 안에서, 해외선교사들이 더욱 다져 나가야 할 소명에 대해 조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곽 신부 - 앞서 선교경험을 많이 쌓은 선배 선교사들의 역량을 함께 나누고, 배워가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특히 평신도들은 전문 선교회의 도움을 받아 선교사로서의 소양을 쌓아 가는 데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교는 국내든, 해외든, 사제든, 선교사든, 평신도든 구별 없이 하느님 자녀인 우리 모두가 함께 행해야 하는 절대적인 하느님의 요청입니다.

 

송 신부 - 교구와 수도회의 벽을 넘어 서로가 갖추고 있는 선교활동의 외적 인프라 뿐 아니라 영적 풍요로움을 특별히 일반 신자들과 나누는 데 힘을 실어나가길 바랍니다.

 

양 수녀 - 선교사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이 소명을 올바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느님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어려움과 맞닥뜨릴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영적 준비는 필수적입니다.

 

이 선교사 - 선교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선교사는 직업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삶, 곧 교회에 봉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삶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땅끝까지 제84호, 2014년 11+12월호]



2,00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