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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흥종교의 침투: 전문가 진단 - 노길명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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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9-15 ㅣ No.370

[신흥종교의 침투] 전문가 진단 - 노길명 교수 인터뷰

“기성종교 빈틈 노려 자라나는 무서운 신흥종교”


- 고려대 명예교수 겸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인 노길명 교수는 사람들이 신흥종교를 찾는 이유로 “기성종교들이 생명력과 역동성을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종교사회학적인 입장에서 보는 한국사회의 신흥종교단체 문제들을 들어보기 위해 노길명 교수를 만났다.

한국 종교학파 1세대로서, 한국 신흥종교 연구 및 논문의 국내 최고권위자로 꼽히는 노길명(세례자 요한) 고려대 명예교수 겸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은 신천지교회를 비롯한 일련의 신흥종교단체들의 문제점에 대해 “병든 사회와 그러한 사회에 역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성종교가 공동으로 만들어 낸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성종교를 외면하고 사이비종교, 유사종교, 이단 등으로 비판받는 신흥종교를 찾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기성종교가 사람들의 영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 교수는 “기성종교들이 그만큼 생명력과 역동성을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면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할 때 신흥종교에 대한 올바른 대응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노 교수는 “궁극적으로 신흥종교에 대한 교회공동체 차원에서의 대응은 관료제나 권위주의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사랑과 친교가 넘치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되살리고, 합리성과 물질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사회변동 속에서도 움돋고 있는 영성을 되살리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신천지교회’ 사례와 같은 한국사회 내 신흥종교단체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 ‘신흥종교의 왕국’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한국사회에서는 그간 수많은 신흥종교들이 발생해 왔고 그로 인한 관심과 논란이 컸다. 그처럼 신흥종교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성격과 한국 종교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그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조선왕조 멸망과 식민체험, 분단과 전쟁, 급속한 산업화와 정보화 등 개인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삶의 기반이 되었던 친족과 지역 공동체는 급속히 해체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컴퓨터·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대면적 만남과 인격적 관계가 차단되면서 사람들은 더 고립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방법을 찾지 못한 채 예전보다 불안하고 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오늘날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과 그에 따른 영적 갈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종교학자들이 요즈음을 ‘영성의 시대’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한국 종교들은 이 같은 점증하는 영적 갈증을 충족시켜주는 데 상당한 한계를 지녀온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종교 상황에서, 한국의 기성종교들은 교세 확장을 위한 무한 경쟁을 전개해 왔고,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지배적인 종교 문화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눌리고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피난처, 구원의 장소로 비춰지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도계 신흥종교의 발생은 한국 개신교의 성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한국에 전래될 당시부터 근본주의적인 신앙 형태가 고착됐고,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해서 배타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 결과 교회사와 민족사를 분리시켜 민족의 수난과 고통을 외면하고 오직 개별 교회의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오는 양상을 빚었다. 그에 대한 반발이 수많은 그리스도계 신흥종교의 발생을 가져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신흥종교단체들이 범람하는 현상들을 교회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 신흥종교의 발흥과 관련해서 특별히 두 가지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하나는 ‘단절된 인간 관계의 복원’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영적 갈증의 충족’ 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극도로 분열돼 있다. 특히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단절은 물론 부부간, 부모와 자식간에도 단절이 심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갈망한다. 또한 삶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방법을 제시해 줄 영적 지도자에 대한 갈망도 높다. 이는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톨릭교회의 경우 본당 공동체의 비대화와 그에 따른 조직 체계의 분화, 관료제적인 운영 방식 등으로 교회 안에서의 공동체성과 신자들 소속감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다. 성직자 또한 영적 지도자로서보다는 본당이나 단체 운영자나 관리자로 비춰지기 쉽다.

한편 현대인들은 영적 갈증에 목말라 있다.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가치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 사조는 물질적, 경제적 측면에서 발전을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초월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가치에 대한 결핍을 야기하고 결국 역설적으로 정신적 가치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지난 세기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성령체험, 기(氣) 체험, 무(巫) 체험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나타낸다.

신흥종교들의 경우, 소규모성과 조직 구조의 단순성, 인간적인 만남과 친밀성 등의 특징으로 신앙생활은 물론 삶의 전반적 해답들을 그 안에서 찾기 쉽게 만들어 준다. 구세주나 메시아로 강조되는 교주나 지도자는 삶의 방향과 의미를 되살려주는 강력한 영적 지도자로 쉽게 대체된다.

그들의 교리나 주장도 어렵지 않고 단순하다. 또 즉흥적이고 자발적이며 흥분과 열광으로 가득찬 집회 분위기는 초월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쉽게 맞아 떨어질 수 있다. 단순한 교리, 그리고 흥분과 열광으로 가득찬 집회 분위기는 이성적 토대가 약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쉽다.

이러한 견지에서 교회는 ‘영성’이 ‘종교’를 대체하는 시대적 흐름의 특징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가운데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 친교의 공동체를 되살리면서 영성에 목말라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본다.


- 신흥종교단체들 입장에서 볼 때 ‘가톨릭 신자’들은 주요 포섭 대상이라고 하는데.

▲ 여러 개종자들을 통해 이미 예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던 일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타종교 신자들보다 선교하기 쉽고, 포교의 성과 또한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 신흥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실토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들 단체에 가보면 가톨릭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가톨릭 신자들이 쉽게 포섭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신자로서의 정체성이 다른 종교 신자들보다 약하고, 신앙의 기초가 되는 성경이나 교리에 대한 지식 또한 빈약하기 때문이다.

전체 교회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대응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짚어볼 수 있다.

개신교의 경우에는 교단 차원에서 신흥종교나 이단에 대한 대책기구를 만들어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있으며 신자들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펼친다. 이 때문에 신흥종교단체 관계자들은 가톨릭 신자들이 개신교 신자들보다도 선교하기 쉽다고들 말한다.


- 교회 차원에서 어떤 실질적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하나.

▲ 가톨릭에 대한 신흥종교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흥종교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밑받침 되어야 한다.

신흥종교의 발생과 확산 원인, 그들의 주장이나 교리의 내용과 활동 상황, 그리고 포교 방법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는 그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신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전할 수 있는 교육과 홍보활동도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

덧붙여 신흥종교를 포함한 타종교와의 관계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는 신자들에 대한 상담과 함께 신흥종교에 입교해서 활동하다가 되돌아온 신자들에 대한 회복 치유를 위한 사목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신흥종교에 대한 신자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 무엇보다도 “내가 믿고 있는 신앙은 무엇이고 나는 그 신앙을 통해 무엇을 구하고 있는가”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정체성 확립이 약할 때 외부로부터 도전받기 쉽고 그러한 도전에 대한 대응 능력 또한 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통계상 500만 명이 넘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가톨릭신자로서의 자의식이 일상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실제 가톨릭 신자들은 통계 수치보다도 훨씬 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9월 16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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