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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다문화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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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6 ㅣ No.679

[경향 돋보기 - 우리 이웃, 다문화가정] 다문화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내가 사는 가평읍내에는 다문화 새댁들이 운영하는 다문화 카페 ‘아하’가 있다. 요즈음에는 길거리에서도, 어디에서도 다문화 새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내는 목욕탕에서도 몇 명씩은 만난다 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일상 만나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구는 140여만 명(2011년, 통계청)으로 전체 인구의 2.7%를 넘어섰다. 그들 중 13% 정도가 우리나라로 시집온 신부들이다. 초기에는 주로 중국 신부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베트남, 필리핀 등지의 동남아 신부가 많아졌다. 이들의 자녀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5만 명(2011년, 행정안전부)에 이르렀다.

유교문화인 남아선호사상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초래하여 30대 남자 10명 가운데 4명이 짝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15-25세 연령대는, 남자가 여자보다 20만 명 정도 더 많아 이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약 20%가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신부를 만들어낼 수 없으니, 외국인 신부를 모셔올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다문화가정은 더 늘어날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생활환경도 점점 나아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이들은 좋든 싫든 우리의 이웃이거나 이웃의 가족이 되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에 집착하여, 특히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질시를 보냈다. 사실 우리나라 성씨 270여 개 가운데 140개 정도가 귀화성일 정도로 역사적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유입되어 혼혈되었다. 글로벌 시대에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우리가 차별한 외국인노동자들은 산업현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이 되어주었고, 외국인 신부들은 가정을 꾸려 귀한 아이를 낳아주었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미래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문화가정의 어려움

외국인 신부들이 우리나라에 시집와 가정을 꾸리기까지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은 국제결혼중개소, 종교단체, 먼저 결혼한 친구나 친지 등을 통하여 신랑을 소개받는다. 종교단체나 지인이 소개한 경우에는 대체로 성공률이 높지만, 결혼중개소를 통할 경우에는 비용뿐만 아니라 신랑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없어 실패율도 높다.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현지 결혼중개업소에서 여러 명의 신부 후보를 세워놓고 한 명을 선택하는 한국남자의 결혼면접 그림을 보았다.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을 고르듯 일방적인 선택이었다. 어이없는 만남으로, 쌍방 모두 ‘복불복’으로 실패율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신랑의 경제력, 가족 간의 갈등, 나이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을 기회의 나라로 생각하여, 이주를 목적으로 결혼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신랑 또한 악덕 국제결혼 브로커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 3개월 내 신부의 가출이 약 20%(국제결혼피해센터)에 이르고 4년 이내 이혼율이 79%(매일경제, 2010년 12월 15일자)에 이를 만큼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 가정을 꾸린, 다문화 신부들도 우리 정부나 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역 다문화센터에서 만난 베트남 새댁은, 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와 언어소통을 꼽았다. 다음으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부간, 가족 간의 갈등, 외국인에 대한 편견, 자녀문제 등을 들었다.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

다문화 신부들 대부분은 시집오기 전 가난하게 살아, 잘사는 나라에 시집오면 친정까지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의가 농어촌지역으로 시집오게 되며, 시집의 경제력도 녹록하지 않다. 농어촌의 현실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편들이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한다. 자신들 역시 취업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2012년 정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가구소득이 낮아, 전체 가구의 42%가 월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빈곤층도 다수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는 전혀 우리말을 모른다. 따라서 일반적인 언어소통은 물론 언어가 통하지 않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가 없다. 의사소통의 부재는 부부 또는 고부간, 다른 식구들과의 갈등, 그외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찻집에서 만난 다문화 새댁들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게 되며, 때로 갈등도 한다고 했다. 중국 새댁은 남성 위주의 문화에 거부감을 가지며, 가사나 육아, 요리 등이 전부 여자들의 몫이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들이 우리말을 구사할 수 있으려면 몇 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자녀들의 언어교육에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아이들의 언어 습득은 가정에서 먼저 기초가 이루어지며, 특히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말에 서툰 어머니가 언어교육을 시킬 능력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언어는 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머니에게서 문화를 익히기는 힘들 것이다.

이제,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도 3만 명이 넘어섰다. 그들 가운데 41.9%가 우리말이 서툴러 놀림을 당했고, 피부색 때문에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는 학생도 37%에 달했다. 25%는 소지품을 빼앗기거나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국가인권위원회). 이들은 심리적, 정서적으로 소외감을 갖게 되고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지역 다문화센터에서는 무엇보다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까지 외국인으로 치부하는 어른들의 편견이 문제라 하였다. 먼저 어른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 편견이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져, 왕따의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 신부에 대하여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선입견은, 국제결혼 브로커들의 불법행위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국적취득 등, 이주가 목적인 일부 외국인 여성들의 비도덕적인 행위 등으로 생겼을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를 후진국으로 폄하하는 우월의식 등이 편견으로 작용하였다. 이런 선입견과 편견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신부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되고 있다.


해결 방안 - 언어교육과 취업

대부분의 다문화 새댁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까지도 직업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 다문화 찻집의 몽골 새댁은 남편이 잣 따기 등, 산에서 일하는 일용직이라 한다. 남편이 일정액의 고정급을 받는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집오기 전에는, 한국에서조차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가출, 이혼, 자녀교육 등, 또 다른 가정문제들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저소득층인 다문화가정에 대하여서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기초적인 생활보조금 지원이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다문화 새댁들이 취업 가능한 직종도, 취업할 수 있는 곳도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곳 지역 다문화센터에서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다문화 카페를 열어 네 명의 새댁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다. 소양교육을 시켜, 어린이용품, 천연비누 등을 만들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경기지역인, 이곳의 다문화센터는 개설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군내 540여 다문화가정 가운데 실질적으로 운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정은 100여 집 정도로, 2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80개의 다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다문화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상담원 등, 직원들에게도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해 보였다.

많은 다문화 새댁들이 취업을 희망하지만 언어소통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취업이 힘들고, 된다 하여도 급료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위하여 한국어교실, 직업소양교육 등을 실시, 교육 후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다문화 새댁들의 강점인, 본국의 문화와 언어를 이용하는 직종을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나 유치원, 방과 후 수업이나 영어마을 등에 영어를 할 수 있는 필리핀 새댁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그들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 다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축제 등에 참여시켜 지역민들의 관심을 높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출신지역과의 문화교류도 가능해지며 그들 나라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활용하여 창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업무에 한하여 지역기업에서 이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방세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해볼 수도 있다.

취업 여성들에게는 자녀보육이 큰 문제가 된다.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때나 취업 시 보육시설을 운영, 보육교사를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 다문화센터의 교육 프로그램 참여율이 낮은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육아문제였다. 각 다문화가정의 실태와 문제점, 요구사항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여성만을 위한 정책보다는 가족들이 다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남편 등 가족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다문화 신부들의 우리나라 국적 취득도 쉽지 않다. 결혼 4년차인 베트남 새댁은 늘 신청하지만 아직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하여, 선별적으로라도 빠른 국적 취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문화 2세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언어 학습능력이 떨어지며, 이로 인한 정체성, 대인관계 등 다른 사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서는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는 방과 후 교실, 교육도우미 활용 등의 보완 프로그램을 개발, 실행하여야 한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으나 독해, 어휘력, 쓰기, 작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2세들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85%이지만, 고등학교 진학률은 35%대로 급락하였다. 일반가정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9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상급학교 진학률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경제적 문제, 언어문제, 따돌림과 소외감, 정체성 혼란 등으로 학교를 이탈하기 때문이라 한다.

다문화가정이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시점은 그들의 2세들이 성장하였을 무렵이라 한다. 2005년 프랑스에서 아랍계 청소년들이 일으킨 폭동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혼혈이라고 집단 따돌림을 당해온 10대가 불만을 해소하려고 서울시내 주택가에 잇따라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우리도 초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춘기,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이들에게 입시, 진로지도, 취업정보 제공 등 적극적인 상담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선진국에서는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으로, 수백 시간의 언어교육과 사회적응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시킨다고 한다. 교육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하며 합법적인 이주자에게는 그 나라 국민과 차별 없는 사회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다문화 지원정책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여, 지자체의 교육 프로그램도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다. 다문화정책은 선진국들은 물론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일본도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출산율 저조로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되어간다는 점이다. 외국인 신부들은 농어촌 총각들의 짝이 되어, 우리의 미래를 이어나갈 소중한 아이를 낳아준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부터 성비가 맞다고 해도, 그들의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는 계속하여 신부가 부족할 것이다. 그 대안은 외국인 신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도 계속하여 늘어나, 10년 뒤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 한다. 하루빨리 다문화가정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안정된 가정은 자녀들을 바르게 교육시켜, 국가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인적 자원으로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소홀히 하여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미래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지원이나 그 자녀들의 교육에 국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용순 - 수필가. 월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했다.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으로 (사)한국문인협회 가평지부장을 지냈고, 수필집 「남쪽포구에는」을 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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