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윤리] 남자와 여자로서 창조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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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1189

[복음살이] 남자와 여자로서 창조된 인간



가톨릭교회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면서 인간이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특히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창조주께서 만들어주셨다고 가르칩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도 없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도 없는데”(사목헌장12항), 하느님께서는 먼저 인간을 인격적으로는 완전히 동등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고 서로를 돕는 ‘거들 짝’(창세 2,19-20)이 되게 하셨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남성됨’과 ‘여성됨’은 하나의 선(善)이고 하느님께서 원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존재인 그들은 하느님이 직접 주신 “불멸의 품위를 지니고” 있으며, “남자로서의 존재”와 “여자로서의 존재” 안에서 “창조주의 지혜와 선”을 담고 있습니다. 즉 하느님은 남자도 여자도 성을 구분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영이시지만 하느님을 닮은 남녀의 ‘완전성’은 “하느님의 무한하신 어떤 완전성, 즉 어머니, 아버지, 배우자로서의 완전성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369-370항).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8)라고 하시고 “처음부터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나서”(마태 19,4) 둘이 하나가 되라는 소명을 주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동식물 외에는 다른 인간이 없이 홀로 에덴에서 살면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아담의 삶에서 하와의 등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남자의 뼈에서 나온 뼈요, 살에서 나온 살이며, 그 안에 역시 창조주 하느님의 영이 살아 계신 여자가 나타남으로써, 인간 실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격 간에 대화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복음 35항). 서로를 위한 존재로 동등하게 창조된 남자와 여자는 “‘우리’가 되어 서로에게 생명을 주는 상호 보완의 역동적인 힘”을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임을 드러내고, “서로 일치하는 관계 안에서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을 내어 줌으로써 인격체로서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며” 자신을 스스로 완성해 갑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11항).

그렇다고 남자와 여자가 무언가 부족한 ‘반쪽’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 인격적으로 일치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돕고 보완하여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 “서로가 서로를 위한 존재”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371-372항).


부부는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위한 존재라는 것은 부부관계 안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남녀가 부부로서 이루는 일치는 하느님과 맺은 계약 안에서 특별한 소명이 주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우선 부부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신을 많아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창세 1,28). 이 말씀처럼 부부는 출산을 통하여 다음 세대에 인간 생명을 전달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특별히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부성과 모성 역시 본질적으로 하느님과 닮은 모습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한 몸이 되고 그 사랑의 결실로 새로운 사람이 생겨날 때, 하느님께서는 “친히 인간의 부성과 모성 안에 현존”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 생명은 다시 하느님을 닮은 구체적인 모습을 세상 안으로 갖고 들어오고, 부부는 그 생명을 받아들이고 그 생명에 봉사하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생명의 신비 43항).

한편 1960년대 남녀의 동등한 존엄성과 여성의 공적인 영역에서의 역할을 인정하는 가르침이 교회 문헌에 등장하기 전까지 오랜 세월동안 교회 안에서도 남녀의 차이는 여성의 열등함과 차별의 근거로 인식되어 왔고, 여성의 자리는 아내와 어머니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남녀 모두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라고 하면서도, 여자들은 공적인 경신례에 참여할 수 없었고, 인구 조사에서 제외될 정도로 독립된 인격이 아니라 남자의 소유물로 간주되었으며, 그들의 출산, 생리 등이 불결하게 여겨졌고, 하느님께 드리는 서원을 비롯하여 여성이 내리는 결정에 남성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약성경에서도 가부장 체제에서 남성에게 예속된 존재로서 간주되었던 여성의 위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오로의 편지에 나오는 몇몇 내용들, 이를테면 여성들이 공적 모임에서 입을 다물고 (고린전 14,34), 머리를 가려야 한다거나 (고린전 11,5),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권고(에페소 5,21) 등은 가부장적인 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여성을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해

반면에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의 친구였던 예수님은 그런 시대의 경향을 거슬러서 여성들을 존중하시고 동등하게 대하셨습니다. 당시 랍비 문헌을 보면 여자와 이야기를 많이 해서는 안 되고 여성들에게 토라를 가르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복음을 전하셨고(요한 4장), 여성들을 제자로 받아들이시고 여행에 동행시키셨으며(루카 8,2-3), 사람들이 불결하게 여겼던 여인들의 병을 고쳐주셨고(루카 8,40), 음식 장만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배우려하는 마리아의 태도를 칭찬하기도 하였습니다(루카 10,39).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 끝까지 동참한 이들과 부활의 첫 목격 증인은 여성들이었다는 것은 용감하고 충실했던 여성 제자들의 모습과 그들이 예수님과 맺은 굳건한 신뢰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앞서 말한 바오로의 편지 내용은 교회 안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억압하는데 이용되어왔고, 따라서 바오로는 여성차별주의자로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바오로의 권고는 그 시대의 특수한 상황에서 요구되었던 내용이지 모든 여성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바오로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은 모두가 평등하며 하나임을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 27-28).”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계속 되는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남성의 시각으로 성서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가르침으로서 남성 우위를 정당화 하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며 가부장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계몽주의 이후 이성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보았던 여성에 대한 오해가 조금씩 바뀌고 여성의 권리주장도 강화되었지만, 1905년에 만들어진 교회법에까지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공적인 직책에 제약이 적지 않게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예로 여성은 미사 중에 제대 위에 올라가서 성서를 읽거나 복사를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는데, 여성에게 이런 역할들이 허용된 것이 불과 30여 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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