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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막말의 시대,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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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31 ㅣ No.691

[긴급 진단] 막말의 시대,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서 (상) 막말, 돌직구 아니라 '데드볼'



막말 시대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막말 한 마디에 정국이 바람 잘 날 없고 청소년 대화에 욕은 조사가 된 지 오래다. 인터넷상의 막말 댓글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급기야 피를 부른다. 악의에 찬 막말, 시대 흐름에 따른 문화적 변이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사회 전반에 만연하는 막말 문화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살펴보는 기획을 2회에 걸쳐 마련한다.
 

배려 부족이 막말 문화를 낳았다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정치권의 '귀태'(鬼胎) 논란, 인터넷 막말 댓글에서 비롯된 살인, 텔레비전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막말과 막장 드라마….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 만연하는 막말 현상을 공동선 약화와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 대중매체 발달로 인한 상업화 가속화 등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이정희(베드로,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몇몇 정치인들의 막말은 기본적 소양과 선진화된 정치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며 "일탈한 막말로 관심을 받고 돌출된 행동을 영웅시 여기는 미숙한 정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인터넷상의 막말 폐해를 보면 막말 문화는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영수(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이 보장되고 짧고 함축적 의미로 의사를 전달하는 댓글과 80자로 의견을 전달하는 SNS의 확산이 직설적 대화법을 낳았다"며 "이는 자신의 의사를 에둘러 표현하는 은유 화법 및 배려 문화 상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막말과 직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서슴없는 표현으로 듣는 이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듯한 '돌직구'나 '독설'은 막말일까 아니면 직언일까. 기준은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빠진 언어는 직언이라 하더라도 막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막말 앞에서는 기존 사회질서도 소용없다. 상대의 나이를 알 수 없는 인터넷상에서 경로우대 사상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가 손자뻘 되는 청소년들에게 막말 세례를 받은 어르신들의 사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김 가브리엘(64)씨는 "정치 관련 기사에 의견을 밝혔다가 나는 물론 가족까지 욕하는 수십 개의 욕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더 이상 댓글을 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매도하는 것을 넘어 마녀사냥 하는 세태가 무섭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막말에 대한 물리적 규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발언자의 표현 자유와 듣는 이의 인권 침해 논란 공방은 복잡한 함수다.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표현을 반복회 몇몇 악성 댓글자 등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지만, 그마저도 "몰랐다,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사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취폭력에 그랬던 것처럼 막말에 대해 사회는 관대하고 그 관대함이 막말 문화를 키운다. 결국 막말 문화를 경계하고 이에 대한 도덕적 규범을 만드는 일은 모두의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정희 교수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물이 높아야 배가 높다는 속담처럼 막말을 경계하는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있을 때 막말 문화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막말 문화 확산은 교회가 추구하는 공동선과 평화의 메시지 퇴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도 사랑을 저해하는 막말

교회 공동체도 막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리실에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청소년과 회합 기도 후 오가는 성인들의 고성은 감추고 싶은 자화상이다.

4년째 중고등부 교리교사로 활동 중인 이 솔렌지아씨는 "교리 시간에도 아이들이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학생의 경우 서로 이름을 부르기보다는 '어이, 개○○'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학기 초에 서로 욕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 청소년들의 욕은 단순히 악의적 표현으로 봐야 할까. 김 안토니오(중2)군은 "화가 나서 하기보다는 그냥 습관처럼 욕이 나온다"며 "학교에서는 욕을 하면 벌점을 줘서 편한 자리에서 더 많이 한다"고 답했다. 욕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보라매청소년수련관 생명사랑센터 박세라(클라라) 팀장은 "막말 문화가 어른들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겠지만, 이것이 꼭 성인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우려적 시각으로만 보기보다) 욕하는 문화가 고급문화가 아님을 스스로 깨닫게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성장기의 일시적 막말과 달리 성인의 막말, 즉 배려와 사랑이 결여된 표현은 큰 문제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 사랑이 빠졌음은 물론,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까닭이다.

김길동(알폰소 로드리게스, 서울 신사동본당) 총회장은 "뼈가 있는 말과 감정에 따라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냉담하는 신자도 적지 않다"며 "말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많지만, 그냥 덮고 가는 경우가 많고 마음의 앙금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앙금이 쌓이면 공동체 분열을 초래한다. 그리스도 신앙이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는 교회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박정우(가톨릭대학교 교수, 사회학박사) 신부는 "혀로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말은 결국 인격이 드러나는 통로"라며 "상대의 잘잘못을 떠나 신자로서 상대의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말의 진실성'을 강조한다.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4,29). "거짓을 벗어 버리고 저마다 이웃에게 진실을 말하십시오"(4,25). 말은 마음에서 나온다. 주님 향한 마음에 막말이 끼어들 틈은 없다. [평화신문, 2013년 8월 25일, 백영민 기자]

 

 

[긴급 진단] 막말의 시대,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서 (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막말문화 녹인다



막말문화는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과 익명성이 보장되고 함축성이 요구되는 인터넷 댓글, SNS 보급 등 시대적 문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막말은 마음의 상처가 독설이 돼 특정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내뿜어지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자존감 부족, 과거나 현재의 마음속 응어리가 언어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상대의 가슴을 후비는 것이다.
 

긍정적 언어가 사랑을 낳는다

"말을 뱉고 후회하고 고해성사도 보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울화가 치미는 걸 막을 길이 없네요."

최 미카엘라(52)씨는 "교우들과 대화 중 내 의견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말이 거칠어진다"며 "말하는 순간에는 이겼다는 만족감에 도취하지만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씨와 같은 상황이 마음에 잠재된 화, 두려움이 언어를 통해 공격적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족치료 및 MBTI(성격유형) 전문강사 최옥화(글로리아)씨는 "막말을 통해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대를 억압하며 쾌감을 느끼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공격적 언어 습관은 중독성이 강하고 내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격적 말은 물론 자기도 모르게 자주 쓰는 단어 역시 내면 상처의 표현이다.

'사실'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면 무의식중에 자신의 진실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과거, 혹은 어린 시절 거짓말로 인한 상처나 진실을 밝히지 못해 받은 상처가 언어로 드러난 셈이다.

상대에 대한 평가와 비판도 막말을 낳는 요인 중 하나다. 효과적인 부모 역할훈련(PET) 전문강사이자 대화법에 관한 강의를 하는 김태진(요한 사도, 51)씨는 "대화 중에 화가 나는 이유는 이미 상대방을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옳고 그름의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또 그러는구나"가 아닌 "왜 그럴까"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평가가 아닌 관찰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는 결국 상대를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연민으로 이어진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관찰과 느낌, 욕구, 부탁으로 이어지게 대화를 풀어가야 하며, 그래서 평가보다는 객관적 관찰이 우선이다.

칭찬하는 습관 역시 막말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상대의 좋은 점을 발견해서 전달하는 칭찬과 긍정적 표현은 말하는 이의 내적 상처를 치유함과 동시에 상대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

한때 서점가를 강타했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나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등 말에 관련한 각종 서적과 속담들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상대에 대한 따뜻한 말 한마디, 즉 칭찬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마음을 연결하는 사랑의 다리다.
 

모든 사람을 주님 대하듯

신앙인이라면 막말 습관을 신앙으로 풀 수도 있다. 김태진씨는 "그리스도 영성은 결국 예수님처럼 보고 듣고 기도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라며 "그리스도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이 자캐오를 보는 것처럼, 십자가 위에서 군중을 보는 것처럼 사람을 연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측은지심과는 다르다. 모든 사람이 막달라 마리아의 행실을 평가하고 정의감에 불타올라 비난할 때, 예수님은 그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셨다.

과거 한국 평협의 '내탓이오' 역시 신앙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 중 하나다. 1990년 전개된 '내탓이오' 운동은 고백 기도의 한 문구인 '내탓이오'를 구호로 건 일종의 신뢰회복 운동이다. 신앙인이 나서서 불신을 극복하고 사랑의 정신으로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같은 해 9월 차량용 스티커 30만 장을 제작, 배포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최홍준(파비아노) 회장은 "사랑, 나눔, 희생, 양보에 뿌리를 둔 내탓이오 운동은 개개인의 변화를 통해 올바른 사회발전을 강조했다"며 "자기반성과 희생, 나부터 실천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회상했다. 20년이 훌쩍 지난 운동이지만 막말문화가 퍼진 현 시대에 더욱 절실한 운동으로 보인다. 내탓을 하며 스스로 가슴을 치고 반성하는데 막말을 쏟아낼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하느님을 만나는 영성체험 역시 내적 상처를 치유하고 고운 말을 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창진(서울 답십리본당 주임) 신부는 "마음이 황폐하면 말이 거칠게 나오고 마음이 편하면 결국 말도 부드럽게 나온다"며 "영성체험이나 피정, 즉 하느님(성령) 체험을 통해 영성과 심리 상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신부는 최근 상담심리학 박사학위 논문 「성령 세미나의 효과와 영성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고찰」을 통해 영성체험이 심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신앙인이 모범이 되어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내 안의 주님을 본다면 막말문화는 사라지지 않을까.
 

칭찬은 이렇게

상대에 대한 긍정적 표현 칭찬. 안 해본 사람이 칭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옥화 강사는 "부부나 자녀 간, 고부간에 칭찬하는 것은 쑥스럽고 어렵지만 효과는 무엇보다 크다"며 "말로 표현하는 것만이 칭찬이 아니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긍정적 마음을 갖는 그 자체가 바로 칭찬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방법은 간단하다. △ 긍정적 마음 갖기 △ 관심 갖기 △ 칭찬거리 찾기 △ 칭찬 표현하기로 이어지도록 하면 된다. 긍정적 마음을 갖고 대화에 임하고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점에서조차 장점을 찾는다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마음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될 것이다. 칭찬거리를 찾을 때 칭찬이 가능하다. 평범한 것이나 사소한 것, 당연한 것,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것도 칭찬이라는 보석으로 탈바꿈해 상대와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작은 기적을 만들 것이다. [평화신문, 2013년 9월 1일,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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