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인사목] 함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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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08 ㅣ No.903

[노인사목 이야기] 함께 가는 길!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렀습니다. 참 빠릅니다. 이 시기가 되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들이 얼마나 잘 수행되었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대부분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면 뿌듯했던 기억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게 됩니다. 어쩌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런 아쉬움이 새로운 각오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의 노인사목에 관한 일을 시작하면서 멋지게 이런저런 일을 해야지 생각하고 계획했지만 여전히 더 크게 남는 것은 아쉬움입니다. 물론 처리해야 할 주어진 일들이나 치러야 할 행사가 있을 때는 여러분들의 도움과 함께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겨울/여름 봉사자 프로그램 연수 때에는 겨울이라 추웠고 여름에는 무척 더웠지만 각 본당 노인대학의 열성적인 봉사자들에게는 추위도 더위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또 예수님 보시기에 좋은 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열성 이외에도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영성이나 교리·성서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기에 봉사자 성경 교육을 마련하여 실시하였습니다. 이러한 교육에도 많은 분들이 신청하였고 강의를 듣는 모습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진지하고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또 교구 노인의 날에는 연합회 봉사자나 각 본당 봉사자들이 안전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무런 사고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끝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시간들이라 계획하고 바라는 대로 잘 실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를 잘 치렀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시기는 했지만 그 수고의 혜택을 받으시는 분들은 노인들 가운데 결코 많은 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구대교구 안에 그분들 외에도 많은 분들이 노인사목의 대상임을 생각할 때 결코 행사를 잘 치룬 것에 만족하며 안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껏 해 온 것들에 더하여 더욱 폭이 넓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먼저 “노인(老人)”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생각합니다.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제껏 살아오신 삶의 품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老(노)’자는 갑골문자에서 홀로 서 있을 수 없어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형상을 따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연세 드신 분들을 표현하는 말로는 적절치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좋은 표현이 없겠습니까?

그리고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노인(우선은 다른 표현이 없기 때문에)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생활을 서로 주고 받는 형태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느 본당 노인대학은 봉사자 숫자가 적어서 고생을 많이 합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점심을 준비할 일손이 모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별로 돌아가면서 점심을 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몇 명의 젊은(?) 봉사자와 함께 점심을 준비해서 나누는 일은 하실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아가 본당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삶의 경험을 젊은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다른 어느 본당의 경험을 들어 보면 연세 드신 할아버지 한 분께서 어린이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보람을 느끼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노인에 대한 개념을 바꾸면서 더욱 적극적인 노년을 이루어 가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자리를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교구차원의 노인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 노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가정이나 본당에서의 개인적인 역할 및 본당에서 노인 단체의 역할 등을 소개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지침서이기 때문에 강제로 할 수는 없지만 지침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여 본당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도 단순히 미사 참례하고 간혹 위령회 마치고 점심 식사 후 헤어지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선교와 봉사 차원에서 무엇인가를 더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니라 오히려 본당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심을 통해 더욱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노인사목이라고 해서 노인들만을 따로 뚝 떼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차츰 사목의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노인사목이 다른 성인들이나 청년, 청소년들과 분리되기 보다는 세대 간의 통합이 이루어짐으로써 더욱 조화가 이루어진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 경험한 것입니다. 여러 레지오에 쁘레시디움이 있는데 가장 생기있고 활발한 쁘레시디움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하는 곳이었습니다. 강복을 위해 모든 회합 방을 돌다가 그 쁘레시디움에 들어가게 되면 뭔지 모를 생기가 느껴지곤 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로만 이루어진 곳은 분위기는 물론 서기 하실 분조차 구하기 어려워하는 반면, 거기는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처져있지 않은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화단에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꽃이 피어있어 인공적으로는 만들어 내지 못할 조화있는 아름다움을 이루어 내는 듯하였습니다. 그런 기운을 느끼면서 ‘세대별로 따로 분리되어 있기보다는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은 것이야!’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사목에서 이러한 세대 간 통합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연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본당 내 교우 노인들은 물론이고 더 넓게 눈을 들어 교구 내 모든 노인들에 대한 사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교회의 본질적인 부분인 선교 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미사에 참례하고 레지오나 다른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임조차 없이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소외된 노인들도 많습니다. 하루 종일 찾아와서 이야기 나눌 사람조차 하나 없는 소외된 노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분들에게도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노인사목이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교회 안팎에서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신앙을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세대 간 분리가 아니라 통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와 조언이 필요할 것입니다.

● “노인사목이야기”는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유익한 글을 써 주신 박상용 신부님과 봉사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월간빛, 2015년 12월호, 박상용 사도요한 신부(대구대교구 노인사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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