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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이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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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23 ㅣ No.1272

[경향 돋보기 - 하느님, 자연, 인간] 이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출판계에 다시 부는 프란치스코 돌풍”, “교황, 베스트셀러 작가 등극”, “환경 파괴에 대한 교황의 따끔한 회초리.”

지난 6월 18일 반포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우리말 번역판이 9월부터 배포되면서 신문 등 각종 대중매체들은 이러한 표제를 달았다. 특정 종교에 관한 소식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찬사에 인색한 것이 대중매체의 일반적 경향인데 이번 교황님의 회칙에 대한 반응은 그 관례를 뛰어넘었다. ‘교황이 선을 넘었다.’거나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신학과 도덕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반론도 더러 제기되었으나 힘을 얻지 못한 채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가톨릭 신자이건 아니건 이 땅의 많은 이에게 이토록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문헌이기 때문이다. 곧, 그 내용이 자연을 탐욕스럽게 개발한 인간에 대한 강력한 권고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모든 과정을 주도하신 첫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인간 생태와 사회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면서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는데 필요한 인류 공동체의 대화, 생태적 회개와 행동을 요청하는 문헌이다.

이 회칙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제 선정부터 집필, 발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주도하신 첫 회칙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명의로 발표된 「신앙의 빛(Lumen Fidei)」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이 작성하시던 문서를 이어받아 완성하신 회칙이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또한 전임 교황님이 2012년에 소집하신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정기총회의 후속 권고였다.

제목 ‘찬미받으소서’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1181/1182-1226년)이 남긴 ‘피조물의 찬가(Cantico delle creature)’의 후렴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에서 따온 말이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이 아름다운 찬가에서 우리의 공동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십니다”(「찬미받으소서」, 1항 : 이하 인용에서는 「찬미받으소서」 생략). “이 누이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마음대로 약탈할 권리가 부여된 주인과 소유주를 자처하기에 이르렀습니다”(2항).

반포 배경을 이렇게 밝힌 「찬미받으소서」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환경문제에 관한 교황의 첫 회칙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의 부작용과 가뭄, 기후 온난화, 핵폐기물과 핵발전소의 위협, 에너지 정책의 부재 등 지금 환경문제가 그 어디보다 심각한 우리나라에는 이 회칙의 질책과 요청이 더욱 큰 목소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반포 뒤 7월의 남미 순방길에서도 ‘단순히 자연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돌보아야 하는 위치에 있음을 깨닫고 자연과의 모든 관계를 존중할 것’을 강조하셨다. 또한 9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70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강대국의 정상들에게도 환경파괴의 책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셨다.

모두 6장 246항으로 구성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얼거리를, 회칙 반포와 동시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조금 더 보충해 본다.


제1장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17-61항)

‘공동의 집’ 지구에 현재 나타나는 생태 위기의 현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들고 있다. 곧, 오염과 기후 변화(지구의 온난화), 식수 오염, 생물 다양성의 감소, 인간 삶의 질의 저하와 사회 붕괴, 세계적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지도력의 부족 등이다.

“기후 변화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환경, 사회, 경제, 정치, 재화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입니다. 수십 년 안에 아마도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 가난한 이들은 온난화와 관련된 현상에 특별한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의 생계는 자연보호 지역과, 농업과 어업과 삼림업과 같은 생태계에 관련된 일에 크게 의존합니다. 우리의 부실한 대응은 모든 시민사회의 기초인, 우리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25항).


제2장 피조물에 관한 복음(62-100항)

피조물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성경 전승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다.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인류와 다른 피조물의 관계를 살펴보는 가운데 죄가 창조 질서의 균형을 어떻게 깨뜨렸는지 성찰하는 데에 핵심이 된다.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의 삶은 근본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 가지 관계, 곧 하느님과의 관계, 우리 이웃과의 관계, 지구와의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세 가지 핵심적인 관계는 이 세상과 우리 안에서 깨어졌습니다. 이러한 불화가 죄입니다”(66항).


제3장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101-136항)

생태 위기의 근원을 철학과 사회과학의 대화로 차근차근 성찰하도록 이끌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들을 인식하지 않고서 그 증상들을 설명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의) 힘을 올바로 사용하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술 발전에 인간의 책임과 가치관과 양심의 발전이 함께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한계를 정하고 자제력을 가르쳐줄 수 있는 건전한 윤리와 문화와 영성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105항). “일자리의 감소는 모든 사회적 공존에 필수적인 신뢰, 의존, 법규존중의 관계를 연결해 주는 ‘사회자본’의 손실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단기간에 더 큰 금전적 이익을 얻고자 인적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 행위입니다”(128항).


제4장 통합 생태론(137-162항)

‘통합 생태론’은 이 회칙이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하는 개념이다. 여기서는 인간적 사회적 차원을 존중하는 통합 생태론의 다양한 요소들에 관한 성찰을 제안한다. 곧, 영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는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두 측면이라는 것이다.

“개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별도의 답을 찾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자연계 자체의 상호작용과 더불어 자연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며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에 당면하였습니다. 그 해결책을 위한 전략에는 빈곤 퇴치와 소외된 이들의 존엄 회복과 동시에 자연보호를 위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됩니다”(139항).


제5장 접근법과 행동방식(163-201항)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류가 빠져들고 있는 자멸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대화의 길에 대한 윤곽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가 서로에게 의존한다는 사실은 생활양식, 생산방식, 소비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일부 국가들의 이익 보호만이 아니라 세계적 관점에서 해결책들을 제안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별 국가만의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문제들을 다루려면 세계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164항). “교회가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치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특정한 필요나 이념이 공동선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솔직하고 열린 토론을 권장합니다”(188항).


제6장 생태 교육과 영성(202-246항)

무엇보다도 인류 자신의 변화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모든 이에게 ‘생태적 회개’를 제안하고 있다. 곧, 오늘날 생태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생활양식을 바꾸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에게 건전한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206항). “(생활습관과 양식을 바꾸는) 교육은 학교, 가정, 커뮤니케이션 매체, 교리교육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213항). 개인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현대 세계가 직면한 매우 복잡한 상황의 해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적 선행의 총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망을 통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이기도 합니다”(219항).

교황님은 “기쁨과 고뇌가 담긴 긴 성찰을 마치며 ”두 가지 기도를 바치기를 제안하셨다. 곧, 하느님을 믿는 모든 이와 함께 드릴 수 있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복음이 제시하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도록 청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이다. 또한 교황님은 회칙 반포 뒤 해마다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셨다.

* 김진복 필립보 - 「경향잡지」 편집장.

[경향잡지, 2015년 11월호, 김진복 필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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