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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66: 수직 양식, 영국 고딕을 마감하다 - 글로스터 대성당(Gloucester Cathe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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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02 ㅣ No.823

[성당 이야기] (66) 수직 양식, 영국 고딕을 마감하다


글로스터 대성당(Gloucester Cathedra)

 

 

요크에서 시작된 ‘장식 양식’은 웰스와 엘리에서 절정을 이루었으나, 그 이후에는 트레이서리와 리브의 장식이 조금씩 절제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시에 장식 문양은 수직과 수평 혹은 방사선 방향으로 규칙적인 질서를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새로운 양식을 ‘수직 양식’이라고 부릅니다. 장식 양식에 곡선이 사용되었다면, 수직 양식에는 직선이 주로 사용되어 ‘직선 양식’이라고도 합니다. 장식 양식에서는 건물의 구조 부재에 장식이 이루어진 반면, 수직 양식에서는 구조와 장식이 분리되면서 장식은 부가적인 요소로 축소되고 3차원의 입체가 아닌 2차원의 평면 형태로 장식이 이루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크린과 같은 평면의 패널 장식입니다. 패널은 네이브월에 사용되면서 공간을 수직과 수평으로 분할하는데, 특히 수직 분할이 강조되었습니다. 천장에는 장식 리브가 부챗살처럼 방사선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팬(fan) 볼트’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수직 양식의 절제와 규칙은 장식 양식을 넘어서는 무엇이 아니라 장식 양식이 퇴보하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영국의 고딕 양식이 생명력을 다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고딕에서 수직 양식이 처음 나타난 곳은 글로스터 대성당의 트란셉트와 성가대석입니다. 글로스터 대성당은 1222년 화재로 수도원 건물의 목재 부분이 대부분 소실되었습니다. 이후 초기 영국 양식으로 1차 개축이 이루어졌고, 1300년대 들어 에드워드 2세의 무덤에 순례자들이 늘면서 자금을 확보한 수도원이 수직 양식으로 증축을 시작하였습니다. 트란셉트와 성가대석의 절제된 장식 문양, 규칙적인 리브의 형태, 벽면의 수직 분할, 패널 스크린 등이 수직 양식의 대표적 요소들입니다. 네이브월은 기본 구성인 3단으로 되었지만, 그 위로 격자 문양의 패널과, 아케이드에서 클리어스토리까지 수직 부재가 일직선으로 설치되었습니다. 규칙적인 문양의 패널은 격자의 크기와 비례를 변형하면서 적용되었습니다.

 

성당의 이스트엔드와 서쪽 파사드 그리고 트란셉트에는 수직 양식의 대형 창이 있습니다. 격자 문양의 바탕 위에 굵은 수직 부재가 전체 형태를 주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천장의 문양은 팬 볼트의 초기 형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리브의 형태는 정돈이 되지 않고 분산적이며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을 줍니다. 리브는 영국 고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수직 양식에 와서 그 힘을 소진하였습니다. 해리 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대성당의 클로이스터(안뜰을 둘러싼 회랑)에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팬 볼트가 남아 있습니다.

 

글로스터 대성당에서 시작된 수직 양식은 14세기에 윈체스터와 캔터베리의 네이브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15세기에 들어 수직 양식은 본당보다는 소성당 등에 적용되면서, 영국 고딕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합니다. 다음 회에는 다시 바다를 건너가 독일로 고딕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2022년 1월 2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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