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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선포 배경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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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19 ㅣ No.382

[경향 돋보기 - 신앙의 해] ‘신앙의 해’ 선포 배경과 의미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2011년 10월 11일 자의 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을 발표하시면서 ‘신앙의 해(Year of Faith)’를 선포하셨다.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하여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 동안 계속된다. 이 글에서는 신앙의 해 선포 배경과 의미를 교황님의 문서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1.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신앙 쇄신의 여정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자의 교서 「믿음의 문」 2항을 통해서 오늘날의 신앙의 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신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처음 직무를 시작한 이래, 저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해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줄곧 밝혀왔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이 사회생활의 자명한 전제라고 여기면서도,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자기 일의 결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실제로, 이 전제를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뿐더러 종종 공공연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일한 문화 구도가 있어 그 전제가 신앙의 내용과 그 영감을 받은 가치들에 호소하는 것으로 폭넓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많은 이들이 깊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사회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교황님은 오늘날 특히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영향으로 야기되는 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계신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앙 쇄신의 여정을 마련하시고 단계적으로 펼쳐가고 계신다. 최근의 행보는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되었다. 첫째는 교황청의 새로운 공식 기구로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하셨고, 둘째는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최를 결정하셨고, 셋째는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다.

1) ‘새복음화촉진평의회’의 신설 - 교황님은 2010년 9월 21일 교황 교서 「언제나 어디서나(Ubicumque et Semper)」를 통하여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하셨다. 이 교서에 따르면, 복음화의 사명은 교회의 본성 자체인데, 최근 우리 시대에 이르러 많은 장애를 경험하고, 특히 세속주의의 영향으로 종국에는 신앙 포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자 당면 과제임을 밝히고 있다. 교서는 ‘새로운 복음화’가 특별히 오래전에 설립된 교회들과 관련이 있음을 밝히면서 “새복음화촉진평의회는 교황청의 다른 부서와 기구들과 협력하면서, 특히 세속주의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지역의 개별교회들을 위해 활동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최 결정 - 2011년 2월 교황님은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2012년 10월에 개최하기로 결정하시면서 그 주제를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로 정하셨다. 이 같은 결정은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신설 배경과 같은 맥락 안에 있다. 곧 교황님은 새로운 복음화가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최대 의제임을 감안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복음화 활동의 가장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과제로서 ‘신앙의 전수’ 문제를 꼽으신 것이다. 이는 특히 유럽 교회 안에서 확인되는 무신론, 종교 냉소주의, 탈그리스도교, 세속주의, 상대주의 등 서구교회가 겪고 있는 신앙의 위기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3) ‘신앙의 해’ 선포 - 마지막으로 교황님은 2011년 10월 11일에 자의 교서 「믿음의 문」을 발표하시며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다. 따라서 신앙의 해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새복음화촉진평의회의 신설,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최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2. ‘신앙의 해’의 목적과 신앙의 본질

교황님은 자의 교서 「믿음의 문」 2항을 통해 신앙의 해 선포 목적은, 교황 스스로 교황직을 시작한 이래 마음에 줄곧 간직하고 있었던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에 교회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라고 밝히신다. 신앙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에 바탕을 둘 때, 신앙은 그 온전함과 모든 광채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앙의 해는 무엇보다도 “우리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만남을 위한 여정은 자연스럽게 신앙 쇄신의 여정이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황님은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믿음의 문」, 6항)라고 하신다. 이처럼 신앙의 해는 주 예수님을 향하여 새롭게 돌아서고 신앙을 되찾도록 돕기 위한 것이고, 그리하여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확신과 기쁨에 가득 차 부활하신 주님을 오늘의 세상에서 증언하고, 신앙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믿음의 문’으로 인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 쇄신 여정의 첫걸음은 바로 그리스도의 우리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며 이를 알아차리고 응답하는 과정에서 믿음은 더욱 굳건하게 된다. 우리 마음에 가득 차서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다그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주님으로부터 사랑받은 경험으로 믿음을 실천하고 은총과 기쁨의 경험으로 믿음을 전할 때, 믿음이 자라난다. 또한 믿음은 우리를 풍성하게 해준다. 우리 마음을 희망으로 채우고 우리가 생명을 주는 증언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믿음의 길 안에서 우리는 신앙의 내용과 신앙인으로서의 우리 행동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 믿음의 행위와 우리가 동의하는 신앙의 깊은 일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10). “마음으로 믿는다는 것”은 신앙이 전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며 은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입으로 고백한다는 것”은 신앙이 공적인 증언과 노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고백은 개인적일 뿐 아니라 공적인 행위이다(「믿음의 문」, 10항 참조).

이러한 신앙 쇄신의 여정에서 우리는 2,000년 동안 신앙의 유산을 전해준 신앙의 증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앙의 해에 먼저 우리는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인간 마음의 모든 고뇌와 갈망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충족되기 때문이다(「믿음의 문」, 13항 참조).

신앙의 해는 또한 더욱 힘차게 사랑을 증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믿음을 통하여,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서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신앙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알아보도록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분께서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우리의 이웃으로 나타나실 때마다 그분을 도와주도록 재촉한다(「믿음의 문」, 14항 참조).

이처럼 은총의 선물로 받은 신앙에 우리 모두가 게을러서는 안 된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하신 놀라운 일을 더욱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평생의 동반자이다. 현재의 역사 안에서 이 시대의 표징을 바라보도록, 신앙은 세상에서 우리가 모두 부활하신 주님 현존의 살아있는 표징이 되라고 당부한다.

오늘날 세상에 특히 필요한 것은 주님의 말씀으로 마음과 정신을 비추는 사람들의 신뢰할 수 있는 증언이다. 이 증언은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과 참생명,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에 마음과 정신을 열도록 할 수 있다(「믿음의 문」, 15항 참조).


3. 신앙의 해에 유용한 교육 도구

신앙의 해의 시작은 오늘날 교회생활의 핵심인 위대한 두 사건의 기념일과 일치한다. 곧 하나는 복자 요한 23세 교황님이 1962년 10월 11일 소집하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 기념일이며, 다른 하나는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1992년 10월 11일 교회에 선사하신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 기념일이다. 이는 신앙의 해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본 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이며, 동시에 공의회 정신 구현의 진정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신앙쇄신을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로 여기고 있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믿음의 문」, 4항 참조).

1) 신앙의 해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문헌이 지니는 본질적 성격은 신앙에 관한 내용이며 동시에 이를 종합한 교리서이다. 곧 공의회는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며”(교회헌장), “거룩한 전례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정화되고 성화되어야 하며”(전례헌장), “그분의 거룩한 말씀으로”(계시헌장), “교회의 내밀한 본성과”(교회헌장) “교회가 우리 시대와 맺는 관계”(사목헌장)를 자세히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공의회는 4개의 헌장을 기둥으로 하면서 시대의 주요 사안들을 다루는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여 9개 교령과 3개 선언을 마련한 것이다(「믿음의 문」, 6항; 신앙의 해 공지 참조).

공의회 이후 교회는 교도권의 확고한 지도 아래, 또 모든 성전과의 연속성 안에서 공의회의 풍요로운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공의회의 올바른 수용을 돕고자 교황들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여러 차례 소집하였고, 그때마다 후속 교황 권고들을 통하여 교회에 명확한 지침을 제시해 왔다(신앙의 해 공지 참조).

따라서 교황님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에 맞추어 신앙의 해를 시작하는 것이 공의회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셨다. 교황님은 “공의회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반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올바른 해석학에 따라 읽고 이해한다면, 공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교회의 쇄신에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믿음의 문」, 5항)라고 밝히신다.

2) 신앙의 해와 「가톨릭교회 교리서」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20주년을 맞아 그 성과를 가늠하고자 소집된 1985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는 하느님 백성에게 모든 가톨릭 교리의 요약이 되고 지역 교리서 편찬 때 확실한 준거틀을 제공하는 교리서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마침내 이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30주년을 맞은 1992년 10월 11일 교황령 「신앙의 유산(Fidei Depositum)」으로 반포되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 주교단 전체의 협력을 얻어 편찬한 “이 교리서는 참으로 신앙의 교향곡이라 부를 만한 것이다”(「신앙의 유산」, 2항).

“이러한 맥락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진정한 결실’이면서 이를 받아들이도록 돕는 도구인 것이다. 이 교리서는 ‘새것’과 ‘옛것’을 모두 담고 있다. 신앙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며 또 언제나 새로운 빛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한편으로는 교리교육의 전통적인 ‘옛’ 순서를 이어받아 ‘신경’, ‘전례’, ‘그리스도인의 삶’, ‘그리스도인의 기도’ 네 부분으로 나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 시대의 질문들에 답하고자 그 내용을 자주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신앙의 해 공지 참조).

“이러한 의미에서 신앙의 해에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신앙의 근본 내용을 재발견하고 연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 교리서에서 교회가 2,000년의 역사 동안 받아들이고 지키고 제공했던 가르침의 풍요로움이 흘러나온다. 성경에서 교부들에 이르기까지, 또 수 세기에 걸쳐 나타난 신학자들과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이 교리서는 교회가 신앙에 관하여 성찰하고 교의를 발전시켜 온 수많은 방법들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여,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에서 확신을 갖도록 해줄 것이다”(「믿음의 문」, 11항 참조).


4. 신앙의 해를 보내는 한국교회의 의미

지금까지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신앙의 해를 선포한 배경과 의미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교황님이 즉위 초기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신앙 쇄신의 여정은 그분이 전 생애 동안 체험한 유럽 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새복음화촉진평의회’의 신설,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개최, ‘신앙의 해’ 선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교황님이 오늘의 교회와 세상에 던지는 하느님에 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영향으로 하느님에 대한 담론 자체가 외면받는 현실에서 교황님의 행보는 담대한 거보이다.

한국교회 역시 이제는 같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고, 실제 여러 지표들로도 위기의 현상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탄식이 나온다.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앙의 해가 신앙 쇄신의 여정, 특히 교회가 2,000년의 역사를 통해 체험하고 전수해 온 신앙의 본질과 내용에 대한 올바를 이해를 통해 흐트러진 신앙의 틀을 새롭게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박선용 요셉 - 서울대교구 신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직속 기구인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2년 10월호, 박선용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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