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묵상] 빌려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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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심 [Maria6082] 쪽지 캡슐

1999-04-10 ㅣ No.21

연중제 26주일(9월 27일)

 

빌려쓰는 삶

 

말씀 아모 6,1ㄱ. 4-7 : 1디모 6,11-16 : 루가 16, 19-31

 

묵상

  언젠가 제가 지도하는 기도 모임의 어떤 자매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보기에도 참

으로 따뜻해보이고 귀해보이는 겨울외투였습니다. 고마운 마음보다 부담스러운 마음이 앞섰

지만 선물을 주면서 하시는 부탁이 저를 더 부담스럽게 했습니다. 얘기인즉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주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난을 표방하며 살아야 하는 수도자의 삶이라 무엇을

오래 가지고 있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그때그때 나누어 주었던 것을 그 자매님도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그러겠다고 하자니 수도자의 양심에 걸리고 못하겠다고 하면 또 자매님

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외투를 주는 것 말고 그냥 빌리는 것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빌린 것이니 제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을테고 그렇다고 또 제 소유물이

아니니 수도자의 양심에 거리낄 것도 없고, 내가 사용하면서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

는 것, 참으로 훌륭하기 그지없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빌려쓰는 것이 어디 외투뿐이겠습니까? 엄밀히 따지면 나의 생명, 나의 능력, 나의

환경, 나의 모든 것이 사실은 빌려쓰고 있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것이 없으

며 또 이 세상 끝마칠 때 가지고 갈 것이 없음을 생각한다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생각이

었던 것입니다.

 결국 내 것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나의 마음, 나의 영혼, 나의 사랑이 그것입니다. 세상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 하나만 가지고 우리는 하느님 앞에 가게 될 것입니다. 내것이

아니라 빌린 것들 때문에 정작 내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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