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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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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19 ㅣ No.383

[경향 돋보기 - 신앙의 해]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들인가?


어떤 전례봉사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미사에 오면서 ‘200만 원만 있으면 애들 학원비도 내고, 핸드폰도 신형으로 바꾸고, 가족여행도 갈 수 있을 텐데…. 어디서 공돈 200만 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사에 와서도 어디서 돈 200만 원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러다 봉헌시간이 되자 아무 생각 없이 “봉헌성가 200만 원을 부르시겠습니다.”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들은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드러난 것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욕심쟁이들은 마음속에 돈을 넣고 다니기에 언제나 이익을 따지며 살게 됩니다. 부모님들은 마음속에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있기에 자식을 위한 사랑과 희생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라고, 신앙인이라고 불리는 우리는 무엇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들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입니다.

신앙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케 하며, 이 고백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믿음은 단순히 믿고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자의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 15항에서 신앙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하신 놀라운 일을 더욱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평생의 동반자입니다. 현재의 역사 안에서 이 시대의 표징을 바라보도록, 신앙은 세상에서 우리가 모두 부활하신 주님 현존의 살아있는 표징이 되라고 당부합니다.”

곧 신앙은 주님 현존의 살아있는 표징으로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신앙의 요구에 맞추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하여 숙고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앙을 쇄신하고자 ‘신앙의 해’를 선포하게 됩니다. 그리고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2012년 1월 6일 주님공현대축일에 공표된 ‘신앙의 해를 위한 사목 권고를 담은 공지’에서 보편교회 차원, 주교회의 차원, 그리고 교구 차원과 본당 · 공동체 · 단체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을 각각 10가지씩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안의 목적은 “신앙의 참증인들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신앙의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안들을 정리해 본다면 교회 내적으로는 신앙 전수에 대한 중요성, 특히 교리교육과 신앙교육의 심화에 대한 관심, 그리고 교회 외적으로는 지역교회의 토착화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인 선교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신앙의 씨앗’을 싹틔우고 성장시키는 교육

우선 내적인 신앙교육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급성장을 하여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는 상반되게 현저하게 나타나는 주일미사 참례자의 감소와 늘어나는 냉담교우 등의 문제는 우리에게 위기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신앙에 대한 확신과 매력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이 다른 어떤 것보다 즐겁고 매력이 있다면 경제적 상황 때문에 쉬는 신자들도 줄어들 것이고, 피서철이 되면 줄어드는 주일미사 참례자 수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따랐던 그 제자들이 느낀 매력을, 목숨까지 내놓고 순교하게 했던 그 복음의 확신을 왜 잃어버리게 되었을까요?

어찌 보면 신앙을 처음 접하기 시작하면서 교리서 중심의 신앙체계를 배우고 전례와 성사생활 안에서 그냥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참여하는 것들을 두려워하고 역동성을 잃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신앙적 태도는 교회의 성사들마저 형식적으로 요청하게 되고 나 자신의 삶의 문제나 고민에 대한 신앙적 성찰을 용인하지 않게 되며 교회에서 멀어지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수동적이고 형식적인 신앙생활에서 변화하려면 능동적 신앙교육과 참여를 위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현재와 같은 강의식, 주입식 교육과, 질문과 답변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신앙교육에서 벗어나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신앙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 나서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결국 하느님께서 이미 각 사람 안에 심어놓으신 ‘신앙의 씨앗’을 싹틔우고 성장시키는 교육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교리 체계가 형성된 특정한 역사적 배경과 자신이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고려하여 신앙교육이 우리의 신앙생활과 교회적 삶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 안의 삶’에서 ‘세상 안에서의 삶’으로

‘교회 안에서의 삶’에 대한 교육의 측면에서 ‘세상 안에서의 삶’에 대한 측면으로 교육적 시각이 확대되는 변화를 가져야 합니다.

교회의 성사들도 그 성사의 은총이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온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원의가 세상 전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신자들의 전례적 삶이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고 거기서 파견되는 소명으로 살아가는 순환적 신앙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교육되어야 합니다. 세례, 첫영성체, 견진 · 고해 · 혼인 성사, 주일미사 등 신앙교육의 중요한 계기들에서 모든 신자가 끊임없이 성사를 통해 세상과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을 불러일으키고, 가정과 직장, 지역, 사회 등에서 스스로를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신앙교육의 주제도 다양성을 가지고 신앙 공동체가 사는 삶의 자리에 맞추어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 가치기준에 입각하여 바라보아야 하는지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오늘날 이 사회 안에서 어떤 가치들에 최우선적 지위를 부여해야 하며, 그것은 이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과 사건들 안에서 어떻게 실현 가능한 것인지 따져보는 것입니다.

‘신앙의 해’의 선포 배경에는 새로운 복음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복음화의 개념을 포함하지만, 그 기능 또는 방식에서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의 복음화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새로움의 숙고가 능동적인 신앙 참여를 통하여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교회가 매력 있는 교회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변해야 상황이 변한다

교회 외적인 면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이미지만 놓고 보면 어느 종교나 교파보다 많은 호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정의와 복지분야에서 한국 근대사에 많은 기여를 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물질만능주의와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에서 오늘날 교회 공동체는 사회, 문화적 소외에 더욱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교회 공동체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느덧 한국 천주교회를 중산층 교회라고 칭하고 있고,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몸이 불편한 이들을 만나기 어려운 교회의 모습을 형성하고, 경제적 가난을 이유로 배제되는 현상이 보이는 것은 마음 아픈 일입니다. 우리는 이웃의 아픔과 상처에 눈물과 위로를 함께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교회 초기의 박해와 한국 교회사를 뒤돌아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처음 전래되었을 때, 그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성경을 읽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게 된 것은 예수님에 대하여 알게 되는 지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이들의 사랑을 통하여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가난하고, 신분이 낮고, 계층이 달라도 그들을 자신의 형제요, 자매로 받아들이는 사랑을 느꼈기에, 그 사랑에서 구원을 보고, 그 사랑을 거부할 수 없기에 순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공동체 모습은 오늘날 더욱 요구됩니다. 흔히들 요즘이 더 살기 힘들고 어려운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상황이 나아지거나, 변화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상황이 변한다고 우리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변할 때 상황이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파견된 선교사

빛과 소금의 비유는 우리 교회의 사명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빛을 줄 수 있을 때 세상이 더 밝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서 나타나듯이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은 우리의 소명이며, 신앙은 사랑의 증언으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로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의 사명인 선교에 대한 중요성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다종교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천주교는 점잖은 종교가 되어 뒷짐 지고 찾아오는 이들만을 반기는 현실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종교들도 구원받는 데 굳이 선교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선교에 대해 미온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웃 종교 안에서도 제시되는 복음의 씨앗, 성령의 작업, 구원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우리는 구원계획을 선포받고 구원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임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구원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성,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약속받고 확신을 가지고 사는 이들입니다. 이 구원계획 안에서 우리 모두는 세상에 파견된 선교사의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잃어버린 양을 찾으려고 온 이스라엘을 돌아다니셨으며, 사도들도 성령을 받고 거리에 나가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기다리는 교회에서 찾아 나서는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모범뿐만 아니라 그분에게로 인도하는 길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이 주는 초대는 모든 이에게 주어졌고, 우리는 그것을 먼저 받은 이들입니다. 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데 게을러서는 안 되겠습니다.


신앙의 매력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살아야 한다

“신은 죽었다.”라고 한 유명한 철학자 니체에게 어떤 기자가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당신은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하며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하는데, 왜 예수님을 믿지 않습니까? 당신의 아버지는 유명한 목사님이시고, 당신도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도교 신앙교육을 받았는데 왜 무신론을 주창합니까?” 그러자 니체는 이렇게 반문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을 받았다고 하는 신앙을 배워왔고, 그 구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구원에 대하여 기뻐하지도 않고, 감사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조차 구원에 대한 믿음이 나타나지 않는데 어떻게 내가 구원을 믿고 신앙을 지켜나갈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신앙은 가지고 있으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의 희망에, 하느님의 사랑에 기쁨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신앙의 해에,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기초가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 신앙의 아름다움을 다시 찾고 증언”하는 데 있음을 재조명해야 할 것입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앙에 대한 쇄신 여정으로 우리를 향한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에 고백하고 응답하도록 도우며, 그 믿음의 길 안에서 다시금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신앙을 성찰하여 성숙해지고, 공동체와 신앙의 증인들의 도움을 받아 더욱 사랑을 나눔으로서 풍요로워지고, 이렇게 체험한 사랑을 증언하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4가지 차원에서 실천될 10가지 항목의 실천적 공지는 이러한 여정을 이끌어 나가는 좋은 지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신앙전수에 대한 특별한 관심 속에서 우리는 신앙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앙의 매력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살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네가 남들에게 불붙이고자 하는 것은 이미 네 안에 불타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앙의 해는 우리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불타오를 수 있는 계기를, 그리고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변화시켜 줄 것입니다.

* 김태현 마태오 - 인천교구 신부. 교구 복음화사목국 새복음화부 담당 부국장이며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이다.

[경향잡지, 2012년 10월호, 김태현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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