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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21: 유럽교회 청소년 사목의 모습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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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17 ㅣ No.199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청소년 사목의 설계도)] (21) 유럽교회 청소년 사목의 모습과 시사점


젊음의 활기 없어진 유럽교회



지금까지 살펴본 대륙별 청소년사목의 발전 면모들을 통해 한국 청소년사목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정작 그리스도교의 발상지인 유럽 대륙으로 눈을 돌려보면, 청소년사목에서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가 침체되어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유럽교회 청소년사목의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 현실에 직접 살아가는 아일랜드교회 청소년사목자들의 절박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자.

더블린교구에서 20년 넘게 청소년사목에 투신해 온 제라드 갤러거(Gerard Gallagher)는 2006년 「젊은이들의 교회는 사라져 버렸는가?」라는 책을 통해 아일랜드 청소년사목의 역사를 총정리하고 직면한 문제들을 진단하면서, 유럽 전반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현대화된 아일랜드에서도 교회란 ‘과거의 유물’처럼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유럽 사회문화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리스도교의 뿌리 깊은 전통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이 현상 앞에서, 그는 청소년사목의 중요성에 대한 아일랜드 교회의 무관심이 이와 같은 쇠퇴의 흐름을 가속화했다고 봤다. 이미 1990년대부터 교회 안에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있었지만, 아일랜드 교회 지도층은 이를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노력과 변화가 요구되는 청소년사목 영역보다는, 보다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 성인 대상의 사목에 주력하면서 기존 교회 제도 그 자체만을 유지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10여 년 만에 젊은 세대는 교회 내에서 거의 사라졌고, 아일랜드 국가 정체성의 일부와도 같았던 가톨릭 문화가 젊은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돼버렸다. 이처럼 순식간에 젊은이들이 교회를 빠져나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갤러거는 90년대 이전에 ‘젊은 세대’였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세대가 중·장년층이 돼버린 반면, 그들의 자녀인 2000년대의 10~20대들에게 청년층이 빠져나가버린 교회란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없었다는 데 주목했다. 젊음의 활기가 없는 교회, 활성화되지 않은 교회의 모습에 흥미를 잃은 이들 청소년들의 관심은 ‘교회 밖’의 젊은이들이 영위하는 현대사회의 문화, 물질·쾌락·다원주의 쪽으로 향하게 됐고, 결국 계속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더 빠른 속도로 교회를 떠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속도와 발맞춰 사제·수도자 성소도 급격히 하락했으며, 유럽에서도 전통 있는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 교회는 순식간에 쇠약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계속 교회를 빠져나가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분석했었더라면, 그들의 사목적 요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었더라면, 문제 분석과 더불어 복음화 사명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사목 비전을 마련했더라면, 이를 실행해나갈 전국 차원의 전담 부서를 주교단이 설립했더라면, 청소년사목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재정을 투자했었더라면…”(「젊은이들의 교회는 사라져 버렸는가?」 10장) 아일랜드 교회의 청소년사목자들이 던지는 이 안타까운 외침을 쉬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청소년사목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교회 전체가 쇠퇴할 수도 있다는 것. 그들처럼 무거운 침체기에 들어가서야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을 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의 청소년·청년 공동화 현상 조사 및 원인 분석, 그에 기반한 국가적 차원의 청소년사목 비전과 지침 마련, 사목 전문가 양성 및 전담부서 설립 등과 같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리고 이 작업들이 단순히 젊은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젊은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라는 점을 일깨워나가는 것 또한 지속해야 할 것이다.

*
조재연 신부는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18일,
조재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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