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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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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4 ㅣ No.162

[창간 84주년 특집 - 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 I - 총론


외화내빈 한국교회 ‘초심’으로 돌아갈 때

 

 

한국교회 최초의 신앙 공동체라 할 수 있는 명례방의 모습.

 

 

1831년 조선대목구 설립 1831년 9월 9일,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조선교회를 북경교구로부터 분리하여 독립된 대목구로 설립하는 교서를 발표했다.

 

교회 창설과 더불어 끊임없는 박해속에 1801년 신유박해 때에는 주문모 신부를 비롯, 수많은 순교자를 낳고 목자없는 교회가 됐던 조선의 교우들이 지하에서나마 자생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북경 주교와 교황청에까지 성직자 영입 운동을 끊임없이 호소한 결과였다.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은 마침내 이날 파리외방전교회로 하여금 전교 사업을 담당하게 함과 동시에 자원해서 조선에 가기를 간청한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대목으로 임명하였다.

 

목자도 없이 중국교회에 속해 있던 한국교회가 명실공히 독립 교구로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후 1백년 동안 남녀노소, 신분과 학식을 가리지 않고 2만여 명의 한국 신자들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순교로 얻은 믿음은 한국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인구 10.1%로 성장

 

그로부터 180년이 흐른 2011년, 파리외방전교회의 성직자 양성 작업에 힘입어 김대건 최양업 등 눈물겨운 사제 양성이 시작되고 교회의 모든 기반 역시 초라했던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한국교회 교세는 5백만 명을 넘어서 한국 전체 인구의 10.1%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또 교구 소속 사제 수만 3608명, 1898년 명동본당 설립으로 시작됐던 본당 숫자는 1571개다. 수치적으로 살펴 볼때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후 이어진 박해를 모두 이겨내고 꾸준히 성장하여 오늘의 교세에 이르렀다. 신유박해 20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교구가 2002년 9월 16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개최한 ‘순교자 현양대회’ 모습.

 

 

통계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는 특히 근간 30~40년에 걸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해마다 2~3%씩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교회내 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70년 78만8000명(인구대비 2.44%)였던 총 신자수는 대희년인 2000년에 400만 명을 돌파했고 (407만1000명, 8.66%) 2008년부터는 500만 명의 기점을 넘어섰다.

 

향후 2020년에는 642만7000명으로, 인구대비 13.03%로 증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남한의 3대 종교 가운데 가톨릭만 유일하게 두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한데서도 한국교회의 양적 증가 현상은 두드러진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종교 인구가 지난 20년 사이 10.5% 성장한데 비해 가톨릭은 4.6%에서 10%로 증가, 가톨릭이 사실상 종교 인구의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교세 통계를 기준으로 할때도 지난 20년 사이 신자 인구는 1985년 대비 138.6% 증가했다. 1985년부터 2005년 사이 한국 총인구가 15.3% 증가한데 비하면 신자수 증가비율은 아홉 배나 높은 수치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성장세만큼 교회 내의 내적인 성숙도에 대한 평가는 만족할만한 수준일까.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신자 수 성장률 이면에 깃들어 있는 짙은 그늘을 깊은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해시대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선교의 여정을 걸어온 한국교회는 80년대 중반부터 성장의 이면에 드러나는 이상 현상들이 목격되면서 질적 성숙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양적 증가가 급격하게 이뤄진데 반해 내적인 복음화가 뒤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미사 참례율↓, 냉담률↑

 

1990년대 들어서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위기를 맞게 된다. 꾸준하게 지속되던 신자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그에 반해 신앙생활의 활력 지표라 할 냉담률과 미사 참례율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신자증가율은 1982년 9.6%를 최고점으로 기록한 후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성장률이 3% 안팎에 머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교회는 신자수 5백만 돌파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20% 내외의 주일미사 참례율, 30% 정도에 이르는 냉담교우비율, 30% 내외에 이르는 판공성사 참여 비율, 신심 및 단체 사도직 활동의 점진적 저하 등 내적인 병마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9년 천주교 교세 통계를 예로 들때 2000년과 비교하면 주일 미사 참례율이 29%대에서 25.6%로 현저하게 줄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 견해를 보더라도 준 냉담으로 분류할 수 있는 소극적 신자층이 오히려 늘었다는 의미다.

 

신자들의 영적 성숙, 질적 성숙에 대한 요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순교 신앙을 본받겠다는 다짐을 다지는 자리였다. 텅 빈 성당. 현재 냉담률이 30%에 이를 만큼 한국교회의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박문수(한국 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박사는 한국교회의 내적 부실 문제와 관련 “대희년(2000년) 이후 2005년까지는 신흥 영성운동에 대한 관심, 주 5일 근무제의 사목적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활발했는데 당시 교회 관계자들은 신자들의 종교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회적 요인들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을 우려했다”며 “그만큼 질적 성숙이 양적 성장을 따르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 문제가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2007년) 신자의식 조사 보고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결과에서도 그 같은 걱정이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게 된다.

 

중산층화 현상이 심화되었고 이런 배경으로 인해 개인화 경향이 촉진되었으며 공동체 의식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신자로서의 자부심도 약화됐다.

 

사회활동 참여의사는 대체적으로 소극적이었고 적극적인 선교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했다.

 

본지는 이를 외화내빈의 전형적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중산층화가 고착화되고 여러 면에서 신앙이 퇴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교회 모습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평도 덧붙여 졌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상황과 관련, 한 신학자는 “한국교회의 모든 위기는 근복적으로 복음과 그 힘에 대한 치열한 성찰의 결여에 있다”면서 “이를 위해 오늘날 시대 안에서 한국교회의 복음화 현실과 미래전망을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복음화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라고 밝혔다.

 

“신자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고 복음화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의 삶과 가치가 얼마나 복음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우리 교회가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성찰이 복음화의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한 연구소의 지적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배경에서 가톨릭신문이 마련하는 창간 84주년 기획 ‘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찾아서’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교회 및 세계교회의 선교 주역을 요청받고 있는 이때, 삼천년기를 향한 발전의 길목에 앞서 피로써 신앙을 증거하고 교회의 기반을 잡으려 노력했던 초기 한국교회 그때의 ‘초심’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시도다.

 

한말 및 일제시대, 그 거친 역사의 격랑 속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한반도에 뿌리 내리고 기틀을 잡았던 선교회 및 수도회의 회고를 통해, 또 명동본당 설립 이후 한국교회 복음화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온 본당 이야기 속에, 더불어 초기 교회 공동체 속에서 사목자들을 도와 교회 뿌리를 견고하게 했던 평신도들의 삶을 다시금 살펴 보는 과정 안에서 당시 신앙 선배들의 영성을 재조명해보고자 하는 작업인 것이다.

 

현재의 점검과 미래의 계획은 그러한 첫 마음을 되돌아보고 반성과 쇄신의 자세를 새롭게 다듬는 노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11년 4월 3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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