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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성독지남: 수도교부들이 말하는 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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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1 ㅣ No.386

[聖讀指南] 수도교부들이 말하는 렉시오 디비나


어느 날 사막의 신클레티카 암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씨와 농작물이 동시에 생길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세상적인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은 결코 하늘나라의 열매를 품고 있을 수가 없다”(신클 22). 즉 하늘나라를 위한 열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상 안에서 세상적인 명예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과 영예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가을의 길목에서 우리는 지금 어떠한 영적인 열매를 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파코미우스 규칙서에 드러난 렉시오 디비나에 관계되는 부분들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총 64항으로 된 호르시에시오스의 규정집 The Regulations of Horsiesios에 드러나는 렉시오 디비나의 근거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 공동 체의 모임이 해산될 때, 각자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말씀을 암송해야 한다.(13항) ▶ 파코미우스 공동체의 수도승들은 이동 중일 때에도 잡담보다는 침묵과 고요 중에 하느님 말씀을 암송하는 수행을 하였다.

- 우리는 마음으로 배운 성경 본문들로 풍요로워져야 한다. 암기하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최소한 시편집의 10개 단락을 암기하도록 할 것이다.(16항) ▶ 파코미우스 공동체의 수도승들은 언제나 하느님 말씀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가득 채워야 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말씀을 암기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억지로라도 시편을 암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어떤 사람이 밤에 암송(recitation)을 위해 일어났는데, 다른 이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면, 먼저 일어난 자는 잠자고 있는 자의 방에 가서 그를 깨워야 한다. … 그럼으로써 기도 모임 신호가 울리기 전에 마음으로 배운 본문의 단락과 시편들을 암송할 수 있다.(17항) ▶ 비록 한 수도승이 말씀 수행을 위해 일찍 일어날지라도 만약 다른 형제가 자고 있다면 그를 깨워준 후에, 그는 기도 시작 전에 마음으로 말씀을 암송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모든 사람은 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하는 곳에서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과 깊은 이해를 가지고 빵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모두는 교만이나 오만 혹은 편애 없이 진지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암송해야 한다.(39항) 반죽을 하는 방에서는 모두가 이야기를 하거나 소리치지 말고 조용한 가운데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할 것이다.(40항) 반죽을 하는 방에서는 모두가 소리치지 말고 부드럽게 암송할 것이다.(44항) 반죽을 하는 방에서는 모두가 암송 없이 행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암송하거나 혹은 잠시 멈출 수는 있다. 만약 너무 간절하다면 우리는 마음 안에서 계속 암송할 수 있다.(45항) ▶ 특별히 위의 항목들에서는 수도승들이 빵 만드는 곳에서 지켜야 할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누구든지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과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고요와 침묵 중에 하느님 말씀을 암송하면서 노동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파코미우스 수도공동체(코이노니아 Koinonia)에서 성경은 수도자들의 실천적인 규율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성 생활에 있어 근본적인 영감을 주었던 일차적인 원천이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그들의 수도생활을 지탱해 주었으며 그들을 인도하였다. 그러나 파코미우스 공동체 안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성경에 대한 중요성이 그 이후에 나타나는 여러 수도 규칙서들 안에서는 그만큼 강조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움을 갖게 된다.

한편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3대 교부들 중의 한 분으로서, 처음에 수도생활을 하다가 후에 체사레아의 주교가 된 성 바실리우스(St. Basilius, 329-379)는 우리의 생활에 있어 성경이 여러 가지 조언들과 축복 받는 삶의 길을 제시하기 때문에(에페 2,4 참조), 성경독서를 하느님을 발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그는 누구든지 성경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도움을 받으려면, 그 안에 철저히 머물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방 수도승 전통을 서방에 알려준 요한 카시아누스(Joannes Cassianus, 365-433)에게도 성경은 매우 중요하였다. 그는 수도승 전통에서 베네딕도 성인 이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카시아누스는 우리에게 『제도서』와 『담화집』이라는 두 권의 중요한 저서를 전해주고 있다. 전자는 이집트 수도승들의 삶에 대한 내용들로 총 12권으로 되어 있다. 후자는 광야의 수도승 교부들의 가르침을 전하는 내용으로써, 15명의 교부들에 대한 이야기로 모두 24개의 담화로 되어 있다. 특별히 『담화집』 제14권에서 카시아누스는 영적 지혜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성경으로부터 흘러 나오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생활 한 복판에 무엇보다도 성경이 놓여야 함을 강조하였던 수도승 교부였다.

또한 암브로시우스 성인의 영향으로 마니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us, 354-430)는 처음에 고향인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수도생활을 하다가 후에 히포(Hippo)의 주교로 피선되었다. 그는 성경독서가 기도를 준비시켜 주며, 또한 그것은 이미 기도 행위 자체라고 보았다. 특별히 그는 독서를 위해 따로 떼어진 여유로운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별히 ‘seposita tempora’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수도자들에게 중요시되었던 성경 독서는 펠라지우스(Pelagius, 350-425)와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서 구체적인 시간과 함께 수도원 일과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로인해 그 이후 여러 수도원들이나 공동체들에서는 적어도 그 날의 중간이나 끝에 최소한 2~3시간 정도를 성경독서를 위한 시간으로 할애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기도와 일과 성경독서를 큰 축으로 하는 수도자들의 일과표가 형성되었다.

[분도, 2012년 가을호, 글 · 사진제공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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