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주일학교ㅣ청소년 주일학교 청소년 관련 통합자료실 입니다.

청사진19: 아시아교회 청소년사목의 흐름 (3)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12 ㅣ No.196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청소년 사목의 설계도)] (19) 아시아교회 청소년사목의 흐름 ③


각국 고유문화에 ‘젊은이 복음화’ 재창출



필리핀교회는 1995년 마닐라 세계청년대회를 전후로 청소년사목 지도자 및 전문가들과 청소년사목 현장 체험을 수집하고 교회 문헌을 연구, 전국 청소년사목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21세기를 맞이하는 청소년사목이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목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후 1999년 ‘아시아청소년사목자회의’ 참여를 통해 인도 청소년사목 계획서의 총체적 내용에 고무된 필리핀 주교단은 5년 여의 계획만이 아니라 심도 있고 포괄적인 ‘청소년사목지침서’가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 이에 지침서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조직이 구성돼, ECY-NYCC와의 협력을 통해 2002년 전국 필리핀 가톨릭 청소년사목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스스로 역사적 체험을 분석하는 한편, 다른 대륙·국가의 청소년사목지침 및 교회문헌을 폭넓게 연구해 국가 청소년사목의 비전·사명과 원칙을 도출하고자 했다. 2년 여에 걸친 논의와 연구 성과는 2004년 필리핀 청소년사목의 총체적인 기본틀을 제시하는 지침서 ‘카-락바이’(Ka-Lakbay)로 나타났다.
 
‘카-락바이’란 필리핀 말로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라는 의미로, 필리핀교회는 엠마오로 가는 길의 제자들을 동반해 하느님께로 인도했던 루카복음 24장의 예수 그리스도를 청소년사목의 모델로 내세운다. 이는 미국의 청소년사목지침서 ‘비전을 새롭게’가 엠마오의 예수 이미지를 제시한 것과 유사한 듯 보인다. 하지만 ‘카-락바이’는 여기에 필리핀 고유의 이미지를 덧입혀, 청소년사목이란 가벼운 필리핀 전통 가옥을 공동체가 함께 짊어지고 이사를 하던 데서 유래한 ‘바야니한’(bayanihan)의 여정과 같다고 비유한다. 청소년사목은 여러 가지 다양한 삶의 활동이 발생한다는 데서 하나의 ‘집’과 같은데, 이는 하느님께서 예수 강생의 신비를 통해 인간 세계에 ‘집’을 세우신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야니한’처럼 그 집은 한 곳에 고정되기보다 길을 따라 계속 이동하는 가운데 성장하며, 이 청소년사목의 여정은 교회공동체 전체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과정,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교회가 젊은이들과 동행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카-락바이’는 라틴아메리카 교회가 선포했던 바와 같이 젊은이들의 열정이 교회와 사회를 복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신뢰하며, ‘젊은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카-락바이’는 젊은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양성받을 수 있는 구조를 본당-지구-교구-관구-전국 단위로 연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기존에 필리핀교회 내에 형성돼 있던 전국 청소년사목 조직 체계를 다시금 정비하면서 조직 내 역할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사목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조직적 전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필리핀 청소년사목은 라틴아메리카 교회와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다. 이처럼 필리핀교회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청소년사목의 장점을 적극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필리핀교회와 사회의 전통과 현실을 적절하게 활용해 필리핀 청소년사목의 고유성을 잘 살리고 있다.

그 외 인도교회, 태국교회 등 아시아 내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사회문화적 상황에 따라, 또 청소년사목의 발전 정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필리핀교회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교회의 보편 사명인 복음화의 큰 흐름을 분명히 공유하면서도 그것을 고유의 문화로 잘 담아내고 있다. 아시아 교회 전체의 특성으로 드러나는 공동체 문화, 그 안에서의 친교와 일치를 중시하면서 대화·소통, 협력, 연대를 추구하는 방향을 청소년사목 현장 안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조재연 신부는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4일,
조재연 신부]



1,54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