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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1: 재발견해야 할 공의회와 신앙의 해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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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17 ㅣ No.388

[신앙의 해 특집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 (1) 재발견해야 할 공의회와 ‘신앙의 해’의 연관성


‘신앙의 해’를 맞아 대구대교구 사목국에서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교의신학 교수로 있는 최석환(요셉) 신부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12회에 걸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의회의 가르침이 우리의 신앙에 활기를 불어 넣고, 우리 신앙을 쇄신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재발견해야 할 공의회와 ‘신앙의 해’의 연관성

공의회란 무엇인가?


가톨릭 신자라면 “공의회(영어 Council, 라틴어 Concilium)”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공의회는 신앙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윤리 및 교회 생활과 관련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주교들의 공식회의입니다. 그렇지만 이 회의는 단순히 당면한 문제들과 의제들을 민주적으로 모으기 위한 인간들의 장치나 제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교회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우리가 아니라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의회를 성부와 성령과 함께 계시고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만들어 주고, 깨닫게 해 주는 장소들 가운데 하나로서 “거룩한 공의회(Sacrosantum concilium)”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최

지난 호에서 언급되었던 것과 같이 ‘과도기 교황’으로까지 불리던 복자 요한 23세 교황(1958-1963)은 1958년 교황에 선임된 후 업무파악이 끝날 때쯤인 1959년에 전격적으로 공의회의 개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 세계 교회 안팎의 놀라움은 엄청났습니다. 그때까지 20회에 걸친 세계(보편) 공의회가 개최되었고, 항상 역사 안에서 공의회가 개최되기 위해서는 이단의 출현이나 교회에 심각한 폐해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 있어야 공의회가 개최되었는데, 그 당시 시대 상황으로는 공의회를 개최할 만한 가시적인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혜안을 가지셨던 요한 23세 교황은 오히려 변화한 세상과 등지며 투쟁하고 있었던 교회에 대해서, 그것 때문에 교회를 떠나고 있었던 세상에 대해서, 교회 자신을 다시 살펴볼 절박한 상황을 직시하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1962년에 시작된 공의회는 1965년에 이르러, 공의회 회기 중 1963년의 요한 23세의 선종이라는 사건까지 겪으면서, 새로운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의 시대에 이르러 마무리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의 상황과 신앙의 해, 그리고 새롭게 선포된 두 번째 ‘신앙의 해’

“공의회 이후의 교회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 공사장과 같다. 교회는 건축 공사장, 그러나 설계도를 잃어버린 공사장, 그래서 각자가 자기 생각대로 계속 작업해 나가는 공사장과 같다.” 이렇게 공의회 직후의 상황을 독일 주교회의 의장 되프너 추기경은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친 후 공의회의 결정들에 대해서 환호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깊은 공의회의 심연을 바라보기보다 우선 체감할 수 있었던 변화된 외적 모습에 집중하였고 이런 변화는 마치 교회가 송두리째 변혁된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학적 논쟁들과 오해들을 불러왔고 ‘공의회 이전’과 ‘공의회 이후’의 첨예한 대결구도로 몰고 갔습니다. 그러나 이것의 배후에는 공의회의 목적이 ‘예수님께서 친히’ 교회에 맡기신 신앙의 유산을 끊임없이 심화시키고 보다 잘 이해하면서 그 신앙의 유산을 믿는 우리의 믿음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현재화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어떤 구조를 찾고자 하는 바람만을 가지고 공의회를 보았다는 문제점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쇄신’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신앙의 유산’을 더욱더 우리의 삶에서 살아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과거에 국한된 ‘기억’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와 관련된 삶으로 확장되는 살아 있는 것이고,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 안에 하느님께서, 예수님께서, 성령께서 활동하심’을 믿게 만들어 주는 실마리입니다. 실제로 인간 중심이 되어 버린 세상의 기준으로 교회를 바라보고자 하는 시각이 있을 때 교회는 혼란스럽고 한심스럽고 비판할 것만이 가득한 장소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교회의 중심에서 항상 활동하시는 주님을 먼저 보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보다 주어진 큰 선물에 감사하고 오히려 그 안에 있는 은총의 보화들을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헌장은 “인류의 빛은 (인간이 이룩한 무엇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시다!”로 시작합니다.

역사적으로 처음 선포되었던 ‘신앙의 해(Year of Faith)’는 이런 시각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의회를 폐막했던 바오로 6세가 공의회 직후 1967년에 ‘신앙의 해’를 선포하였다는 점, 이는 공의회로 고무되었지만 때로 곡해되기도 했던 참된 신앙 고백과 해석에 관련하여 그 당시의 심각한 어려움을 인식하기 위한 ‘공의회 이후의 시대적 요구와 결과’로 선포된 것이니 말입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선포된 ‘신앙의 해(2012. 10. 11-2013. 11. 24 그리스도왕 대축일)’도 이와 같은 맥락과 맞물려 선포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과 그것의 결실인 『가톨릭교회 교리서(Catechismus Catholicae Ecclesiae)』 반포 20주년을 맞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마치 이전의 ‘신앙의 해’가 선포될 때와 같은 시대적 필요성을 현시대에서도 재발견하셨던 것입니다.

우리의 현실 - 함께 공의회에 대한 공부를!

오늘날 우리가 체험하고 있듯이, 교회 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의견들과 정보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 더한 정보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서적들과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우리 삶의 나침판은 항상 동서남북을 번갈아 가면서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비신자 교리 때 받은 교리 지식은 벌써 사라지고 없고, 강론 시간에 들은 복음 말씀은 때때로 모자라기 짝이 없습니다. 교회가 무언지, 신앙이 무언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책을 보자니 너무나도 많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래서 때때론 ‘그냥 믿습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해’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말입니다.

올바른 고백을 위해서는 올바른 들음에서 오는 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시작은 항상 강조되듯 성경 말씀을 함께 읽고 묵상하는 것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함께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교회의 전통이 가르치는 공의회 문헌을 함께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복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삼천년기를 맞이하면서 “이 세기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판이 공의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신앙의 유산’으로 방향 지을 수 있는 지침서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또 현 교황님인 베네딕토 16세께서도 강조하길 “우리가 올바른 해석학에 따라 읽고 이해한다면, 공의회는 어느 때 보다 필요한 교회쇄신에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이 올바른 해석학인지 항상 고민해 봐야겠지만, 신앙의 해를 맞아 함께 공의회 문헌을 공부해 보는 것은 우리 신앙의 여정에서 마땅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요한 6,28)

오늘날 우리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던 군중이 했던 이 질문만 하고 그냥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은지요? 뒷짐만을 지지 않으려면 함께 공부하고 꼭 이 지면만이 아니더라도 ‘신앙의 해’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많은 기회들을 잘 이용합시다.

[월간빛, 2012년 11월호,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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