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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뜨겁게 만나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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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3 ㅣ No.158

[뜨겁게 만나다] 주님과 만나는 연습


마르틴 부버, 「나와 너」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을 관리하려고 30년 전부터 날마다 산책을 합니다. 그때마다 늘 예수님과 대화합니다.

 

산책을 할 때면 주한 미군의 ‘이글FM’ 팝송을 듣는데 지난해 8월 21일 토요일 오후 2시, 그날은 레이디 가가의 히트곡들을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레이디 가가의 노래 좋아하시나요?”

 

“나야 모든 노래, 어떤 음악도 다 좋아하지. 아버지께서 즐기라고 만드셨으니까.”

 

“저도 좋아합니다. 레이디 가가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You And I’를 제일 좋아합니다. 지금 나옵니다. ‘You’는 예수님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들었어. 뉴욕의 한 카페 디너쇼에서 그 노래를 처음으로 부르더군.”

 

 

등산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등산길 입구의 운동장을 지나 언덕의 층계를 오르는데 갑자기 심장이 멈춰 저는 쓰러졌습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는 했으나 예수님의 힘에 이끌려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하늘은 산들바람에 캉캉을 추는 아카시아 잎들로 가득했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늦여름의 뭉게구름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희미해지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주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 왜 저를 버리려 하시나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살려주세요. 그렇지만 제 소원이 아니라 예수님 뜻대로 하십시오.”

 

“내가 왜 멀쩡한 너를 버려? 사람들은 스스로 나를 잊고선 버림받았다고 불평하지. 난 사람들을 절대 버리지 않아.”

 

이 말씀이 들리자 머리가 맑아지며 예수님이 보였습니다.

 

“일어나 내려가 몸을 씻고 병원에 가거라. 이 이상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네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내가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명령에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 세 번이나 쉬면서 집에 와 몸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10분이 넘게 오지 않아 택시를 탔습니다. 토요일 오후라 길이 막혀 택시는 도로에서 꼼짝도 못했습니다. 숨 쉬기는 점점 힘들고 정신이 오락가락했습니다. 다시 주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 도와주세요.”

 

“심호흡을 하며 네가 배운 마르틴 부버의 ‘정신의 본질’과 ‘나와의 만남’을 기억하여라.”

 

그때 택시는 반대편 차선으로 달려 쓰러진 지 2시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심근경색이라 임시심장박동기(TPM)를 달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의사는 쓰러진 순간부터 병원에 온 과정을 듣더니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 했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겨봤습니다.

 

 

독일 유학 중 주님을 만나다

 

오래전 독일에서 공부할 때 신학교수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독일 학교의 정규교과인 종교 수업을 잘 운영하려면 신학교수법을 들어야 했고, 그 교육과정에 학교 현장실습 6개월이 포함됩니다. 그 가운데 4주간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연습하는 영성훈련 기간입니다. 예수님은 그때 저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날을 기억하고 계신다니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1953년 전쟁이 끝난 해 여름, 저는 어머니를 따라 이웃동네에 있는 움막집 감리교회에 다녔는데 예수님이 누구신지 모른 채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믿는 시늉만 하며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독일 유학 중 신학교수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처음 주님을 만난 것입니다.

 

주님과의 이 만남은 독일 주교회의가 인가한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의 만남의 원리에 따른 하느님과의 대화’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마르틴 부버는 1923년 80쪽 분량의 작은 책 「나와 너」(Ich und Du)를 발표하면서 만남과 상담치료의 시조가 된 유다인 학자입니다.

 

 

참된 삶의 가치는 그분을 만나는 것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나와 너의 기본개념, 인간의 정신, 절대자인 하느님에 대한 해설과 하느님(신)을 만나는 신비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책을 배우며 당신을 만난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부버는 “나는 하느님으로 인하여 존재하여 ‘나’가 되며 나의 참된 삶의 가치는 그분을 만나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신의 온 존재를 다하여 하느님을 만날 때 사람은 살아 숨을 쉴 수 있다는 부버의 말이 절절하게 떠오르며, 예수님의 말씀에 또다시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노인 종합병원인 저는 심근경색까지 겹쳐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지만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두렵지 않았습니다. 독일어로 시편 23편을 몇 번이고 암송했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 저는 일생토록 주님의 집에 사오리다.”

 

신학교수법 강좌에서 부버의 육성 녹음된 테이프(이미 사망한 뒤여서)로 「나와 너」의 해설과 시편 강독을 들었습니다. 만남의 영역은 자연과 어울리는 삶, 사람과 만나는 삶, 그리고 절대자인 신의 옷깃을 잡고 이를 놓지 않는 삶이라 했습니다. 부버의 “위험이 있는 곳에 주님과의 만남의 구원이 있다.”는 내용은 저에게 참신앙을 굳건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도 저는 살아있습니다. 영구심장박동기(PPM)를 왼쪽 가슴 위에 달고 말입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알렐루야. 아멘.

 

* 박덕규 요셉 - 독일 도르트문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을 지냈다. 독일 교육학회, 미국 캘리포니아 교육학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원이다. 교육 에세이 「인재를 키웁시다」, 신앙 에세이 「하느님 어찌하오리까」 등을 펴냈으며 , 독일어 소설 「Ich war ein Gastarbeiter」로 독일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영어 소설 ‘Pride of America’, 신앙 에세이 ‘가톨릭 여성신학의 향기’, ‘시편으로 마음을 정화 합시다’ 들을 집필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글 박덕규 · 그림 박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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