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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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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17 ㅣ No.390

[신앙의 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신앙의 해를 선포하시며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그 개막일을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로 정하셨습니다. 이것은 신앙의 정체성을 찾는 이 여정에서 우리에게 그 길을 지시해 줄 좋은 길잡이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제시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를 맞아 교구보를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교황께서는 “공의회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반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믿음의 문 5항)


1. 공의회란 무엇인가?

공의회(公議會)란 말 그대로 전체 교회를 대변하는 회의입니다. 교회의 사목을 맡은 주교들이 신앙과 윤리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소집된 회의로 주교단의 단체적인 견해와 결정을 표명하는 최고 회의입니다.

이 회의의 기원은 신약성경의 사도행전에 나타납니다. 사도들은 당시 유다계 그리스도인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야기된 할례 규정과 음식 규정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사도 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사도 15, 1-29). 여기에서 사도단의 수장인 베드로 사도는 이방계 그리스도인에게 율법준수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 논란을 끝냅니다. 이러한 사도 회의의 모범은 그 후 제도교회 안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교회는 초대 교회에서부터 각 시대와 상황 속에서 야기되는 윤리 문제들과 신앙의 이견들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 주교들은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만큼 교회 공동체를 지도하기 위하여 이런 문제들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과 공통된 의견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고, 사도 회의의 모범을 따라 공의회를 열어 교리와 규율에 관한 주요한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결정된 교회의 신앙과 신자들의 윤리 규범에 관한 결정은 모든 신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가 되며 모든 신자에 대한 구속력을 지닙니다.

그리고 사도 회의가 베드로의 결론으로 논란이 끝나듯 공의회 소집은 교회법상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만이 할 수 있고 교황만이 의장이 되어 진행 순서를 정하고 의제를 설정합니다. 그러나 교황의 동의가 있으면 참가자들의 투표로도 의제들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의회 결정 사항들이 실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황의 비준과 공포가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교황은 공의회의 진행과 토의 내용, 효력 발생에 있어 최고의 권한을 행사합니다.

공의회 명칭은 일반적으로 개최지 이름을 붙이는데 첫 번째 니케아 공의회(325년)부터 마지막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까지 21번이 열렸습니다.

이외에도 교회 회의를 가리키는 말로는 ‘시노드(synodus)’라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교회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소집되는 회의이나 공의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공의회는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의 회의이지만 시노드는 의제에 따라 주교, 사제, 평신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대의원으로 참석하는 회의이며, 공의회는 자체 의결권을 지니고 있지만 시노드는 건의하는 권한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 28일 연중 제30주일 가톨릭마산 6면]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배경과 의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1962년 10월 11일에 소집되어 1965년 12월 8일에 끝났는데, 실제의 토론 기간은 9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걸쳐 매년 3개월씩 4차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의회 개최는 요한 23세 교황께서 선언하였으나 제1회기를 마치시고 다음 회기를 준비하던 1963년 6월 3일 서거하심으로써 후임자이신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마무리됩니다.

참석 인원은 2,600명 이상 교부들이 참석했으며, 신학자와 전문가를 포함하면 전체 참석 인원은 3,000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유럽인이 참석한 이전 공의회와 달리 각국 주교들이 참석했으며, 동방교회와 개신교에서도 35명의 대표가 참관인 자격으로 초대받아 참석한 명실상부한 세계 공의회였습니다.

공의회가 소집된 배경은 이전 공의회가 이단과 오류 등 ‘교리상의 문제’를 다루었던 것과는 달리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교회가 부응하기 위해 소집된 공의회였습니다. 공의회가 소집된 20세기 초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비극적인 사건들로 점철된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고, 이탈리아 파시즘과 독일 나치즘과 같은 제국주의와 인종주의가 기승을 부렸으며,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의 출현으로 동서양 진영이 냉전 상태로 치닫던 시기였습니다. 또한, 무신론이나 진화론의 확산,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과 물질 만능주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등을 돌리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교회가 쇄신하고 변화되기 위해 소집된 공의회였습니다.

그러기에 요한 23세는 공의회를 소집하면서 시대의 표징을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그 목표를 ‘아죠르나멘토’(Aggiornamento, 교회의 현대화운동)라고 표현했습니다. 교회의 여러 가지 측면이 시대에 뒤져 있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함으로 교회를 쇄신하여 시대적 상황에 맞게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역사와 시대가 변해도 교회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교리 표현, 예식, 규율, 전통은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불변하며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8세기 말부터 시작하여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교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장기간에 걸친 성경 해석, 전례, 교회법, 교리 표현의 역사를 연구한 결과 교회 안에서도 모든 것이 변해 왔다는 인식이 생겼고, 교리의 이해와 표현도 변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는 시대에 따라 항상 쇄신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였고, 이런 시대의 요구 가운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공의회가 개최된 것입니다.

이렇듯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고자 했습니다. 시대의 징표 안에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의 참모습을 찾고자 했던 것입니다. 늘 ‘세상의 변화’만을 외쳐왔던 교회가 세상의 변화야말로 교회로부터 시작될 때 가능하다는 역동적인 통찰을 보여준 공의회였습니다. [2012년 11월 4일 연중 제31주일 가톨릭마산 6면]


3. 신앙의 해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4차례의 회기를 지내면서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64개 의안을 오랜 토의를 거쳐 4개의 헌장과 9개의 교령, 그리고 3개의 선언문으로 발표됩니다.

4개의 헌장은 교회 전체를 위한 공의회 최고의 문헌으로 다른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이며, 나머지 교령과 선언은 특정 주제 혹은 지역 교회에 관련되는 문헌들입니다. 이 문헌들은 성경의 가르침과 시대 상황에 관한 관찰 내용이 서로 융합되어 만들어진 것으로써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걸어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교리와 사목 전반, 그리고 개개의 사목 영역과 교회 구성원들의 삶과 사명에 관해서 교회 전통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현대 사회에 맞게 ‘현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시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기를 원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교황께서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시며 우리에게 시대적 상황에 따른 새로운 복음화를 강조하셨습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오늘날 급변하는 새로운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맞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의 사명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의 해가 요청하는 새로운 복음화 역시 신앙의 쇄신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필요하고, 공의회는 우리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께서는 ‘신앙의 해’를 제정하신 자의 교서 『믿음의 문』 5항에서 “우리가 올바른 해석학에 따라 읽고 이해한다면, 공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교회의 쇄신에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신앙의 해를 지내는 교회가 공의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야 할 긴급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주부터 신앙의 해를 맞아 가톨릭교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공의회 문헌들은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전례 헌장부터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헌장
1.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2.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3. 계시 헌장
4.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선언
1. 그리스도교적 교육에 관한 선언
2.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3.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교령
1. 매스 미디어에 관한 교령
2.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3. 동방교회에 관한 교령
4. 주교들의 교회 사목직에 관한 교령
5.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
6.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7.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8.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9.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2012년 11월 11일 연중 제32주일 가톨릭마산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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