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교황 방한 이후 의견수렴 결과와 한국교회의 방향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27 ㅣ No.789

[증언, 한국교회의 과제] 교황 방한 이후 의견수렴 결과와 한국교회의 방향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는 지난 2014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앞두고, 교회 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프란치스코 교종 방문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쇄신 과제와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을 실시하였다.

이 조사의 목적은 프란치스코 교종이 한국에서 남기신 모습과 말씀들이 교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고,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쇄신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성령의 이끄심을 성찰하고 지혜를 얻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이 조사는 교회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인사들에 대하여는 이메일로 의견수렴을 하고, 그 외에는 SNS와 홈페이지를 통하여 자유롭게 조사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두 조사를 합쳐 총 680명(성직자 126명, 수도자 87명, 평신도 467명)이 의견수렴에 참여하였다.


교회 구성원들 마음 안에 남겨진 프란치스코 교종의 기억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4박 5일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떠나신 후 그분이 우리 사회와 교회에 남기신 모습과 말씀 가운데 어떤 것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있는 것일까? 이 조사에서는 먼저 프란치스코 교종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지, 그리고 방한기간 중에 보여주신 그분의 모습과 말씀에서 가장 인상적이거나 감동적인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물었다.

프란치스코 교종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는 ‘공감과 소통’(이메일 44%, SNS와 홈페이지 41%)이라고 응답한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가난’, ‘정의와 평화’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방한기간 중 교종에 대해 가장 인상적이거나 감동적인 장면으로는 ‘사람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모습’(이메일 44%, SNS와 홈페이지 39.6%), ‘세월호 유가족 위로’(이메일 37.2%, SNS와 홈페이지 51.9%)가 높은 빈도수를 보였다.

이어서 교종의 강론이나 연설에서 가장 큰 도전이 된 것은, 주교회의를 방문하시어 주교들에게 ‘기억의 지킴이, 희망의 지킴이, 가난한 교회’가 되어주기를 주문하신 연설(이메일 42.2%)과, ‘부유하게 사는 수도자들의 삶이 교회에 상처를 입힌다.’고 수도자들에게 하신 연설(39.2%)을 꼽고 있다. 반면 SNS와 홈페이지 응답자들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로마행 비행기에서 기자 간담회 때 하신 말씀(51.9%)을 가장 높은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수도자들에게 하신 연설’(28.6%) 역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교종이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에게 남긴 인상은, 그분의 태도에서는 ‘소통과 공감’을, 그분의 시선에서는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강론, 강연)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깊이 기억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쇄신을 위한 중심 주제

이 조사에서는 교종에 대한 깊은 인상이 무엇인지를 물은 다음,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종이 남긴 모습과 말씀을 바탕으로 교회가 쇄신되고 성숙해 가려면 한국교회의 ‘중심 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질문하였다.

교회의 쇄신을 위한 중심 주제를 설정하는 이유는, 교회 각 구성원들은 어떻게 개선되고 변화해야 하는지, 또한 이를 위해 교회가 수행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대한 응답으로 이메일 조사와 SNS, 홈페이지 조사에서 모두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가장 높은 빈도(이메일 30.3%, SNS와 홈페이지 35.9%)로 교회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중심 주제가 되기를 바랐다. 그 뒤를 이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교회’(이메일 29.8%, SNS와 홈페이지 35.7%), ‘복음의 기쁨을 사는 교회’(이메일 20.2%, SNS와 홈페이지 13.2%) 순으로 빈도수를 보이고 있다.


신분별 개선되어야 할 점

프란치스코 교종을 경험한 한국교회 구성원들은, 삶의 모습과 태도에서 신분별로 어떤 변화와 개선을 요청하는 것일까? 먼저, 주교들에 대하여, 이메일 조사에서는 ‘대화와 소통 부재’(53.6%)가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고, 이어서 ‘사회정의 실천 노력 부족’(40.9%), ‘사목비전과 리더십 부족’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 조사에서 특징적인 것은 성직자들은 주교들에게 ‘대화와 소통’(이메일 63.2%, SNS와 홈페이지 64.3%)을, 수도자들은 ‘사회정의 실천 노력’(이메일 59.3%, SNS와 홈페이지 65.2%)을 가장 높은 빈도로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신부들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독선과 권위주의’(이메일 46.2%, SNS와 홈페이지 48.1%)가 두 조사에서 모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항목이다. 이 밖에도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이메일 33.7%),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이메일 32.2%), ‘사치스러운 취미활동’(SNS와 홈페이지 37.3%), ‘가진 이들 위주의 사목’(SNS와 홈페이지 36.8%)이 꼽혔다.

수도자들이 개선해야 할 점은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이메일 57.1%, SNS와 홈페이지 60.9%)이 두 조사 모두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어서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이메일 30.3%, SNS와 홈페이지 35.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평신도들에 대해서는 ‘분파적인 모임과 행동’(SNS와 홈페이지 42.3%),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이메일 35%)이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급히 실행해야 할 교회의 과제

프란치스코 교종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에서 교회의 구성원들은, 한국 천주교회가 새롭게 변화하고 성숙해 가려면 어떠한 과제를 가장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응답으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분위기 조성’(이메일 55%, SNS와 홈페이지 63.4%)이 모든 조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성별이나 교회의 신원과 관계없이 모든 집단에서 가장 시급히 수행해야 할 교회의 과제로 ‘가난한 이들’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급히 수행해야 할 과제를 순위별로 보면 ‘사회정의와 평화실현을 위한 교회의 참여’(SNS와 홈페이지 50.0%), ‘사목자들을 위한 리더십과 인성교육’(이메일 37.6%), ‘신자들의 기도와 영성생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메일 29.8%),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지속적인 양성제도 마련’(이메일 26.1%)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응답을 중심으로 종합해보면 <표1>과 같다.

 

 

교회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본 한국 천주교회의 사목 방향

이 조사는 이메일과 SNS, 홈페이지 등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에 다소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교회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인사들과, 교회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여론 주도층이라는 의미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조사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의견과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한국교회의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목적 과제가 놓여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 천주교회의 가장 우선적인 실행과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사목적 주제는 늘 ‘복음적 가난’이었고, 이를 몸소 실천하고 모범을 보이고자 하셨다. 오늘날 물질주의에 젖은 탐욕의 시대에, 복음의 주제가 되는 ‘가난’을 실천하는 삶이 사회 구원의 징표가 될 수 있다고 교종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답자들은 이러한 과제를 실행하고자 무엇보다 성직자들의 부유한 생활모습에서부터 태도의 개선을 바라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이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사목적 배려를 바라고 있다. 또한 단순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의 행위만이 아니라 그들을 사목의 중심에 두고 그들과 연대하며 삶과 신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교회의 조직과 운영체계의 쇄신을 바라고 있다.

둘째, 교회가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갤럽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교황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유가 ‘가난한 사람의 편’, ‘약자의 편’(27%)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곧 교회의 사회적 신뢰와 호감은 사회문제와 아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교회는 정파적 이념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어머니 같은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모든 이를 품어주면서도, 정의와 복음적 식별에 입각하여 단호하게 사회적 약자 편에 서야 한다.

셋째, 교회 구성원, 특별히 위로부터 생활의 변화와 실천이 필요하다.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교종의 삶의 태도와 모습(소탈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 소형차 이용, 손수 들고 다니시는 낡은 가방 등)은 교회와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실천이, 단순히 지침과 규정을 만들어 수도자나 평신도에게만 부과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조사 참여자들은 무엇보다 성직자들의 ‘대화와 소통’을 바라며, ‘독선과 권위주의’, ‘부유한 생활과 가진 이들 위주의 사목’으로부터 벗어나는 생활태도를 기대하고 있다. 작은 것이라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교회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연구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조사 참여자들은 교회 구성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속적인 교육과 양성을 위한 제도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목자들에 대해서는 리더십과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신자들에게는 복음의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성숙한 식별능력과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한 교육이 심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교회 각 구성원들을 위한 지속적인 양성 프로그램과 교육체계의 정립이 필요하다.

신자들에게는 삶의 자리에서 말씀에 맛들이며 말씀을 나누고 살아낼 수 있는 소공동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 이글은 주교회의 2014년 추계 정기총회전, 주교 연수(2014. 10. 27.)에서 발표한 자료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 전원 바르톨로메오 - 서울대교구 신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경향잡지, 2015년 1월호, 전원 바르톨로메오]



1,89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