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
(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60: 아버지처럼 안아 주는 레요낭의 빛들 - 트루아의 성 우르바노 바실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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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04 ㅣ No.812

[성당 이야기] (60) 아버지처럼 안아 주는 레요낭의 빛들


트루아의 성 우르바노 바실리카(Basilique Saint-Urbain de Troyes)

 

 

1195년 프랑스 트루아의 가난한 구두장이 아들로 태어난 자크 판탈레온은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 진학하여 신학을 공부하고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이후 1255년 예루살렘의 총대주교로 임명되었고, 1261년에 교황(우르바노 4세, 1261~1264 재위)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평소 성체 신심이 깊었던 교황 우르바노 4세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제정하면서 대축일의 전례문 작성을 도미니코회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4/5~1274)에게 맡겼습니다. 이에 토마스는 성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여러 편의 ‘성체 찬미가’ 안에 담았는데, 그중 ‘지존하신 성체’(Tantum Ergo), ‘천사의 양식’(Panis Angelicus), ‘구원을 위한 희생’(O Salutaris Hostia)은 지금 우리에게도 친숙한 성체 성가입니다. 아름다운 성체 기도를 교회에 봉헌한 교황은 어린 시절 트루와의 주교좌성당 학교에서 공부했던 기억으로 그곳에 새 성전을 짓고 자신의 주보성인(성 우르바노 1세)에게 봉헌하고자 하였습니다. 예정대로 공사는 진행되었으나, 안타깝게도 교황은 완공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교황의 선종 후 성가대석과 트란셉트 그리고 제대 부분이 완성되었고, 1266년 5월 25일 주보성인의 축일에 성당을 순례하는 신자들에게 전대사가 수여되었습니다. 당시는 파리를 중심으로 레요낭 양식이 번창하고 지방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그 새로운 양식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성당이 바로 트루아의 성 우르바노 바실리카입니다.

 

성당의 평면을 보면, 네이브는 3베이에 49미터 밖에 되지 않고, 슈베도 복도 없이 3개의 소성당만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브와 슈베 사이의 트란셉트는 외벽에서 볼 때 거의 돌출되지 않은 형태입니다. 이렇게 성당의 규모가 작은 것은 생트샤펠처럼 창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둥 역시 중간에 끊기지 않고 수직성을 강조하면서 천장까지 이어졌으며, 트리포리움과 클리어스토리는 하나로 합쳐져 스테인드글라스의 영역을 최대화하였습니다. 여기에 랜싯과 오쿨루스 역시 장식적 효과를 내기 위해 분할되었습니다. 아일의 외벽도 넓게 확보된 창 위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되어 그 빛이 아케이드를 통과하여 네이브까지 밝게 비출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네이브와 아일에서 트란셉트를 거쳐 슈베에 이르는 모든 벽면이 색유리의 병풍으로 둘러쳐진 성당은 빛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겉보기에 작고 허름한 성당이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빛들이 아버지처럼 감싸 안아 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2021년 10월 3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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