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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5: 세속주의와 상대주의3 - 상대주의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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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01 ㅣ No.394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5)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상대주의를 넘어서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인격적 친교 나눠야


세속주의와 상대주의가 현대교회의 가장 큰 도전 중의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지난 2010년 9월 교황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했다.

이때 발표한 교황 교서 「언제나 어디서나」(Ubicumque et Semper)에서 교황은 특히 세속주의의 영향으로 종국에는 신앙 포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자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교서는 이 새로운 평의회가 기존의 다른 교황청 부서들과 협력하는 가운데, “특별히 세속주의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지역의 개별 교회들을 위해 활동한다”고 규정했다.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지난 10월에 열렸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역시 특별히 서구교회들 안에서 강렬하게 확인되는 무신론, 종교 냉소주의, 탈그리스도교, 세속주의, 상대주의 등 신앙의 위기를 자아내는 현대 사회의 긴박함 속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신앙의 해’는 바로 그러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그 첫 발걸음으로 마련된 중대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복음화로 상대주의를 넘어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종교다원주의 등 현대세계와 사회의 정신적·문화적 특징은 단지 일면적이거나 일시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이미 유럽 사회가 자신의 위대한 도덕적·종교적 힘을 스스로 절단해내는 경향에 대해 교황은 그것이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을 오래 전부터 설파했다.

프랑스의 언론인 베르나르도 르콩드가 말했듯이, “교황은 유럽사회가 하느님 때문에 불편해지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는 세속주의, 냉소주의, 소비만능주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주의에 물들어 쇠약해졌다는 뜻이라고 여긴다. 그에게 상대주의는 종교의 가장 큰 적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있어서 상대주의는 교회의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 뿌리가 깊기에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이나 근원적인 해결 역시 깊은 성찰과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기감이 깊은 만큼, 교회는 오히려 이를 또 다른 새로운 탄생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교회는 바로 이 새로운 열정과 방법, 표현으로 교회의 본래적 사명인 복음화를 새롭게 이루는 것이야말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로 대표되는 현대세계와 사회의 반신앙적인 위험 요소들에 대한 진정한 대응 방안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교황이 신앙의 해를 기념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럼으로써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등 현대 세계의 정신적 경향을 넘어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만나고 체험함으로써 절대적이고 영원한 진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내적 쇄신과 외적 투신, 친교의 공동체 건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박선용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한국교회의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마련된 2012년 가톨릭신문 신년 좌담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의제개요에서 제시된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한 영역’ 6개 부문을 소개하면서, 가장 시급한 사목적 과제들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박 신부는 가장 먼저, 영적인 복음화, 다음으로 소통하는 교회 건설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마지막으로 사회복음화 차원에서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가 다만 신앙생활과 그리스도교적 삶의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교회 생활과 신앙 생활의 모든 면, 그리스도교적 삶의 방식과 정신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대책이나 해결 방법 역시 정신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쇄신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좌담회에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심상태 몬시뇰이 지적한 바 역시 맥을 같이 한다. 심 몬시뇰은 내적 쇄신을 이뤄내지 못한 한국교회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면서, 한국교회의 명운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대로 내적 쇄신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인류 공동선 증진에 적극 투신하며, 나아가 공의회 가르침인 삼위일체 친교 교회를 더 이상 늦기 전에 실현하도록 진실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을 갖는 이 같은 지적들을 요약하면, 교회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참된 복음화를 새롭게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내적으로는 영적인 쇄신을 이루고 교회 외적으로는 세상 속의 교회로서의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세상 속으로의 투신,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이루고 서로 존중하는 친교의 교회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 체험과 신앙교육

박선용 신부는 내적 쇄신과 관련해 신자들의 영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하느님 체험과 신앙교육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느님 체험과 관련해, 현대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적하듯이 ‘믿음에 근거한 실천적 신앙’의 모범이다. 즉 오늘날 현대인들은 스승보다는 증인을, 가르침보다는 경험을, 이론보다는 삶과 생활의 증거를 요구한다고 ‘교회의 선교사명’(42항)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역시 실천과 행동은 어디까지나 확고한 신앙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 즉 신앙의 본질에 충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에게 그리스도교적 삶의 증거를 제시할 때 비로소 참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가 만연한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설득력 있게 전하기 위한 신앙교육은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엄재중 연구원은 신앙의 해에 필요한 사목적 과제로 ‘세속주의 시대의 신앙교육’을 꼽으면서, 세속주의 시대에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믿음의 문’, 9항)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 교육적 방향을 제시했다.

엄 연구원은 우선 수동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명제들에 대한 전달에서 벗어나 각자 자기의 구체적 삶의 정황으로부터 스스로 신앙의 문제를 질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세상 안에서의 삶’을 염두에 두고, 그리스도인은 곧 세상에 파견된 사람이라는 신원 의식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 번째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선택은 복음적 정신의 으뜸 중 하나이며, 따라서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는 공동체는 일상적인 나눔과 섬김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종교 상황에서의 신앙교육

현대사회의 다종교 상황은 우리들로 하여금 복음을 재발견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요구한다. 엄재중 연구원은 이에 대해서 무속과 불교, 유교 등의 세계관이 혼재하고 있는 한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신앙적 특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다종교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구분하게 해주는 경계의 분별이 가능하도록 신앙교육이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를 극복하고 신앙의 참 여정을 발견하기 위한 사목적 과제들에 대한 모든 지적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것은 사회 복음화를 위한 사회교리의 활성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별히 세속주의는 교회와 세상, 성과 속의 날카로운 분리를 통해서, 신앙은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개인적인 영역의 문제일 뿐이고, 세속과 세상의 일들은 신앙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교회는 자신의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며, 세상을 그리스도와 복음의 질서대로 건설되도록 참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소명임을 너무도 분명하게 가르쳐왔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 속에서의 소명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과 교회를 분리하고 신앙의 삶과 일상의 삶을 나눠 이중 생활을 하는 것은 세속주의의 횡포에 휘둘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도원을 찾은 신자들이 말씀을 읽고 기도를 바치며 그리스도와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교회는 신자들이 세속·상대주의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를 삶의 기준으로 삼고 깊은 인격적 친교를 나누는 것임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체험

무엇보다도 세속주의와 상대주의를 극복하고 참된 신앙의 여정을 회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수원교구가 교구 설정 50주년과 신앙의 해를 맞아 발표한 사목교서는 바로 이 점에 대해서 언급한다. 사목교서는 “구원의 역사의 중심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체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규범과 기준으로 삼고 따르며, 그분과 깊은 인격적 친교를 나누는 것”을 권고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좀 더 분명하게, 신앙의 해를 선포하는 자의교서 「믿음의 문」 2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이 강조해온 바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처음 직무를 시작한 이래, 저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해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줄곧 밝혀왔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신의 사목 활동 전 기간에 걸쳐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신앙 쇄신의 여정은 스스로 체험한 유럽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 상황의 저변에는, 그것이 어떤 영역이든지 바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덫이 도사리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신앙의 위기를 자아내는 현대사회의 정신적 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사목적 대책이 필요하며, 그것은 구세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하겠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2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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