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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와 한국교회 인터뷰2: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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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11 ㅣ No.363

[창간 88주년 특집-아시아 복음화와 한국교회 기획 연속 인터뷰] (2)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


아시아 복음화 첫 걸음은 대화와 연대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 링가옌-다구판(Lingayen-Dagupan)대교구장이고, 2013년부터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으로 생명, 사회복지, 정의평화 활동 등 교회 안팎의 이슈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활발하게 개진하고 있다. 1960년 9월28일 마닐라에서 태어나 1985년 사제로 서품됐고, 2001년 7월 25일 마닐라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2004년 발랑가(Balanga)교구장, 2009년에 현재의 링가옌-다구판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생명과 가정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교황청 가정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아시아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아시아교회들의 ‘대화와 연대’로 시작되고 맺어질 것이다. 창간 88주년을 맞아 마련된 아시아교회 지도자들과의 연속 인터뷰 두 번째 순서로 필리핀의 소크라테스 빌레가스(Soccrates Buenaventura Villegas) 대주교를 만났다. 인터뷰는 전자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 참된 아시아 복음화란 무엇일까요? 

 

▲ 아시아의 민족들, 문화들, 그리고 개인들 각자가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만남이 없이는 복음화를 말할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 방문이 바로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가장 이상적인 복음 선포자의 모습을 교황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말로써만이 아니라 침묵, 눈물과 미소, 나아가 자신의 존재 자체로 복음을 선포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 보여주신 모습이 우리가 부여받은 과제입니다. 즉,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자리와 기회, 공간을 아시아 민족들에게 선사하는 것 말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 전통, 언어의 대륙이지만, 아시아는 가족과 노인,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 등 탁월한 전통적 가치를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 보여주시는 이 도전과 과제가 더욱 절실합니다. 특별히 삶 안에서의 행동과 실천은 ‘만남, 대화와 조화의 탁월한 언어’가 될 것입니다. 

 

복음화는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고, 몸짓과 행동, 삶의 방식을 통해서 예수님의 얼굴을 그들에게 증거하는 것입니다.

 

 

- 필리핀에서 복음화의 현실과 조건, 그리고 전망은 무엇입니까? 

 

▲ 가톨릭이 다수종교이지만, 여전히 종교와 문화가 매우 다양합니다. 좋은 점도 있지만 더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불의와 가난, 그리고 다양한 현대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복음화는 다양한 방법론과 과정을 포함합니다. 생생한 신앙을 유지하는 일은 ‘돌아온 탕자’ 이야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집 나간 아들을 언제든지 환영해야 하지만 이는 종종 떠나지 않은 아들의 질투를 유발합니다. 복음화는 교회와 멀어진 이들을 찾아나서는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무리에서 엇나가지 않은 양들을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교회에 대한 깊은 신뢰는 강조되고 강화돼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복음화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것, 두려움을 덜어주고, 서로 나눔을 실천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복음화를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말과 행동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복음화의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사목적으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 필리핀 주교회의는 2012년 7월 9일 발표된 새 복음화에 관한 공동사목교서에서 사목적 과제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첫째, ‘만민을 향한 선교’(missio ad gentes, mission to the peoples)입니다. 이는 평신도 그리스도인들, 사제와 신학생, 봉헌생활자들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일입니다. 

 

둘째,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bringing Good News to the poor)입니다. 교회는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없이 되새깁니다. 

 

셋째, 신앙적인 삶이 훼손되거나 아예 그것을 잃은 이들에게로 나아가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현대 세계의 혼란, 도덕적 상대주의, 회의, 무신론 등으로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입니다. 신앙과 교회로부터 멀어져 다른 종교적 운동에 현혹되는 이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일깨워서 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영감을 주고 이끄는 일이 중요합니다.

 

 

- 아시아 복음화에서 사회교리의 구현은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비켜 서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필리핀교회는 종종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1986년 필리핀 민중혁명(the Peaceful People Power Revolution)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마닐라대교구장이었던 하이메 신 추기경은 국민들이 마닐라 케손시티의 EDSA(Epifanio de los Santos Avenue)로 나아가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지하도록 호소했습니다. 이 놀라운 민중들의 힘에 의해 독재자는 도망치고 민주주의가 평화로운 방법으로 회복됐습니다. 

 

교회는 종종 가난한 이들, 무력한 이들, 억압 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줍니다. 예언자로서의 역할이지요. 독재와 현대판 노예제도 앞에서 교회는 침묵해서는 안됩니다. 비도덕적인 사회 구조와 현실에 무관심해서는 안됩니다. 교회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그들이 위협받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 아시아 교회들의 대화와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시아에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역사적 공통성을 지니고 있으며, 가난, 전쟁, 식민지배의 경험 등 공통의 사회적 조건을 지닙니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의 바탕 위에서 더 확고한 연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그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화’와 ‘연대’는 아시아복음화의 ‘전제조건’입니다. 교회는 이주사목, 정의평화, 종교간 대화 등 특정한 사목적 관심사를 위한 기구들을 보편교회와 지역교회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교회들은 이런 공식 기구들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고 연대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신앙과 경배라는 ‘공통의 언어’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야기와 경험들, 특히 젊은이들의 교류를 통해서 대화와 연대의 수준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아시아청년대회는 그런 노력의 하나입니다. 

 

아시아교회들은 항상 긴밀하게 서로 접촉해서 서로 배워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방법으로도 말입니다.

 

 

- 아시아 복음화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요? 

 

▲ 한국교회는 지정학적 위치, 평신도가 창립한 교회라는 점, 중국과 북한교회와의 관계,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 사회 안에서 교회의 이미지 등 아시아복음화에 유리한 많은 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혹독한 도전과 시련에 단련되어 양육된 신앙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 점에서 아시아교회들의 ‘교사’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시아대륙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 수 있고, 사회적 행동을 통해 신앙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12일, 정리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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