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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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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삶의 동반자, 부부: 성 - 아름다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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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1 ㅣ No.582

[삶의 동반자, 부부] 성 - 아름다운 선물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면 칼날처럼 좁은 침대에서도 함께 잘 수 있다. 그러나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폭이 16미터나 되는 넓은 침대도 좁게 느껴진다(탈무드 중에서).

 

 

성생활이 없어도 부부는 행복할 수 있을까?

 

오늘은 한국의 부부, 특히 그리스도인 부부들이 가장 감추고 싶어 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편견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무지한 것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너무 많이 알고 있을 때 생겨납니다.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부부간의 성생활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대개의 경우 아내들은 성생활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남편들은 성생활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제대로 된 정답은? ‘부부간의 성생활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입니다. 완전히 없다고 단정 짓기는 힘든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부부치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부부 성생활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들어 섹스리스 부부들, 곧 부부 성생활을 하지 않는 부부들이 매우 많다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 섹스리스 부부들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바로 부부 성생활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부부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아보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로크-월러스 결혼적응검사라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질문들은 그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가 붙습니다.

 

예를 들면, 돈 쓰는 문제, 여가활동, 친구나 주변사람 관계, 가치관과 생활방식, 서로의 인생관, 양가 부모형제 친인척 문제는 각 5점, 애정표시는 8점의 가중치가 붙습니다. 그렇다면 부부간 성관계는 몇 점일까요? 무려 15점입니다. 웬만한 질문들의 3배가 넘는 가중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적인 접촉은 부부를 친구나 동료, 이웃 등 다른 인간관계와 구별 짓고 특별한 정서적 친밀감을 지속시켜 주는 접착제 구실을 합니다. 그리고 여러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이완시켜 주고 삶에 활력을 주는 작용을 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부 서로가 만족스런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부부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10%만 서로에게 투자하면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90%의 에너지는 다른 일에 투자할 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할기찬 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부부간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부부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90%를 서로에게 투자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이 들고,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부부 성생활, 몸으로 나누는 가장 다정한 대화

 

그렇다면 부분의 성생활이 차갑게 얼어붙어 있을 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부부의 성생활을 개선시키려고 할 때 이를 단순히 기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조명을 야하게 바꿀 것이며, 어떤 기교로 애무를 해나갈 것이며, 강한 정력을 유지하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운동을 해나갈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강한 자극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더 야한 조명과, 더 현란한 기교와, 더 강한 정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데 슈퍼맨, 슈퍼우면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성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미국 시카고대학의 사회학자 레만 교수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는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해보았더니 남녀 모두 다만 섹스가 좋아서 외도를 한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존중받는다는 느낌’, ‘편안하다는 느낌’, ‘누군가 나를 배려해 준다는 느낌’, ‘내가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 등 감정적 보상을 위해 배우자가 아닌 이성을 찾아 혼외정사를 나누었던 것입니다(최성애의 “부부 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참조).

 

남자이든 여자이든 단순히 성적인 것 자체가 좋아서 외도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면에는 배우자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배려받고 싶었던 마음이 충족되지 못한 데서 오는 정서적인 아픔이 숨겨져 있습니다. 곧, 부부간의 성적인 문제를 푸는 첫걸음도 평소에 부부 서로간의 정서적인 교감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성문제는 성으로 못 풉니다!’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합니다. 부부의 성생활은 부부가 몸으로 나누는 가장 솔직하고 다정한 대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관계의 횟수나 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친밀감을 나누냐에 있습니다.

 

 

횟수보다는 성행위를 통한 정서적인 교감을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의 성생활은 다음과 같은 특성들이 나타납니다. 첫째, 서로의 몸으로 귀여운 장난을 하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집니다. 둘째, 다양한 주제로 많은 대화가 오고갑니다. 서로가 원하는 바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노력합니다. 대화를 할 때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보다는 이해와 공감을 위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성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은 성욕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수치가 아내보다 10-20배 정도 높고, 뇌에서 성에 대한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시상하부’가 훨씬 커서 성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성관계의 양적인 측면을 중요시 여기고, 성관계를 자주, 규칙적으로, 오래 하는 것을 부부사랑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합니다. 또한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양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욕구를 충분히 배려해 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성적욕구를 아내가 저급한 것으로 무시해 버리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뇌는 한쪽 부분만 집중해서 활동하는 ‘체계화형 뇌’이기 때문에 성과 사랑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곧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도 언제든 성적인 욕구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내는 남편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낮고, 시상하부도 작기 때문에 성적인 자극에 남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뇌는 뇌의 여러 부위가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는 ‘공감화형 뇌’이기 때문에 성과 사랑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곧 아내의 ‘시상하부’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뇌의 다른 부위들과 유기적으로 함께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서, 아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으면 성적인 욕구가 전혀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성관계의 질적인 측면을 중시합니다. 성관계의 횟수보다는 성행위를 통한 정서적인 교감을 부부사랑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합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질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욕구를 충분히 배려해 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아무런 대화나 교감 없이 무조건 성관계를 시도하려고 하면 마치 자신이 성적인 오예가 된 것 같은 우울한 느낌에 젖어들기 쉽습니다.

 

부부 성관계에 있어서 흥미로운 사실은 상대방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만족도도 덩달아서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배우자를 충분히 배려하고자 노력하게 되면 배우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고, 결국 그 만족도가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옵니다. 그러므로 서로를 배려하는 부부 성생활은 서로가 서로를 내어주는 헌신적이고도 이타적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됩니다.

 

성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최고의 성감대는 마음이고, 최고의 기교는 대화이며, 최고의 오르가슴은 사랑입니다.

 

배우자를 향한 내 마음의 온도는 몇 도입니까?

 

 

섹스리스 위험도 테스트

 

1) 최근 3개월 동안 성관계가 없었다.

2) 성관계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3) 성관계 횟수가 줄어도 괜찮다.

4) 성관계가 귀찮고 번거롭다.

5) 성관계를 하는 자체가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

6) 성관계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7)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 자위로 해결하는 것이 더 편하다.

8) 성관계가 무섭거나 두렵게 느껴진 적이 있다.

9) 성추행이나 성폭행 경험이 있다.

10) ‘결혼은 왜 했을까?’ 하고 후회한 적이 있다.

11)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 지금 성관계 파트너가 옛날 같지 않다.

13) 출산 후 성관계가 변했다.

 

점수 해석법

 

4-5점     섹스리스 잠재적 위험군

6-7점     섹스리스 위험군

8점 이상  섹스리스 의심, 전문의와 상담 필요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7월호, 권혁주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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