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6: 개인주의적인 신앙1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08 ㅣ No.395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6) 개인주의적인 신앙

‘우리’ 사라지고 ‘개인’이 하느님 앞서는 현상 대두


한국교회는 신앙의 해와 더불어 ‘새로운 복음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신앙의 해를 맞아 새로운 복음화가 요청되는 분야들 중에서도 문화부문의 세속주의는 시급한 문제이다. 그만큼 세속주의는 ‘새로운 복음화’ 및 신앙의 해에 ‘신앙의 재발견’을 거스르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세속주의의 결과로 왜곡된 개인주의적인 영성이 교회 안에서도 깊게 파고들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 개최와 관련한 한 인터뷰에서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교회 안에서 볼 수 있는 신앙의 장애로 지적한 바 있다. ‘세속화’ 문제와 함께 거론되는 ‘개인주의적인 신앙’ 은 어떤 것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것들은 어떤 점들일까. 이의 극복을 위한 교회의 노력은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인가. 총 2회에 걸쳐 이 문제를 다뤄 보고자 한다.


이기주의화 · 기복화의 현상들

지난해 6월 27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주최로 열렸던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제개요’ 답변서 마련을 위한 워크숍에서 강철현 신부(마산교구 성소국장)는 “‘세속화의 심화’를 ‘오늘날 하느님 문제를 제기하는데 가장 큰 장애와 어려움’으로 꼽으면서, 그 영향으로 인해 성스러운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고,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절대적이고 성스러운 영역이라 할지라도 멀리하거나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커진다”고 했다.

한국교회 역시 ‘세계화’ 영향 속에서 개인주의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례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학자들은 ‘개인주의화’가 “미래사회의 인간을 읽는 핵심적인 열쇠의 하나로 대두될 만큼 근대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꼽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장차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인주의화의 근본 특징은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규정하고 고유하게 구성해 가는데 있다”고 학자들은 밝힌다. 그만큼 그 과정 속에서는 전통적 삶의 형태와 사회적 관계, 전통적인 사회 규범들이 약화되거나 무력화되고 개인의 욕구와 자율성이 삶의 방식과 태도, 사회적 관계까지 선택하고 규정한다는 것이다.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7년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주최 세미나를 통해 “종교의 영역에서 개인주의화 역시 이 같은 개인주의화 영향을 깊게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서구의 종교적 개인주의화는 ‘종교적 주체화’라 할 수 있는 종교적 실천 영역에서의 자율성, 자유의 확대 부분과 하느님과의 관계, 구원 신앙을 개인의 사사로운 일로 환원시키고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배제하는 ‘종교의 사사화’(私事化)로 나눠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신앙의 개인적 차원은 자기 수양과 수련, 성화를 지향하는 올바른 의미를 지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지적되는 신앙의 개인주의화는 ‘우리’보다는 ‘나’가 삶의 중심에 있으면서, 종교도 하느님 중심이 아니라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로 팽배한 현상을 야기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신앙관은 이기주의적 신앙과 함께 신앙의 기복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떠할까. 김 신부는 이와 관련 “서구의 종교적 개인주의화 근거를 한국교회 안에 잣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나 주일미사 참례율 및 판공성사 참여율의 지속적인 하락세, 냉담교우 비율의 지속적인 증가 등 현상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개인주의화 현상이 오래전부터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읽을 수 있다”고 밝힌다.

김정우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장)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우리’라는 단어보다는 ‘나’라는 단어가 삶의 중심에 있으면서 종교나 신앙의 영역에서 말하는 ‘우리’는 사라지고, 이러한 것으로부터 독립된 생활관을 갖게 되면서 종교도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용 신부가 지적한대로 ‘한국교회의 냉담교우와 이탈 신자의 증가’는 그러한 개인주의적 신앙관이 드러나는 한 표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신앙관은 이기주의적인 신앙과 함께 신앙의 기복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가 1998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기도’에 대한 지향 부분에서 “자신의 복을 위해서”라는 답이 44.8%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가정’(39.6%), ‘이웃’(5.2)을 위한 순서 였다. ‘나’와 ‘나의 가정’을 위한 지향이 기도의 대부분이라는 결론이다.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의 현실적 복을 비는 이기적인 기복신앙’를 드러내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는 사례다.

김정우 신부는 “전통적으로 기복적인 신앙을 지니고 있던 한국의 민간신앙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부각돼 결합됨으로써 더욱 더 자기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신앙으로 변화되고, 심지어는 자기숭배에 빠지는 우상숭배에 도달하는 심각한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 창간 80주년기념 신자 의식 조사보고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내용에서, 특히 ‘영성생활과 신앙공동체 생활 조사’ 부분을 맡았던 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박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본당·개인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 예를 들어 ‘본당 신자와의 공동체 의식 정도’ 조사에서는 1987년, 1998년, 2006년 세 차례 조사결과를 볼 때, 73%-63.3%-38.6% 순서로 10년마다 점차 약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여기서 박문수 박사는 추세 조사 관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국교회에는 통계상 신자 숫자는 늘어나고 있음에도 ‘소속감’은 약화되고 ‘종교성’, ‘신앙의 투신도’는 모두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 사귐의 신비인 교회,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 본질 회복이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9일, 이주연 기자]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6) 인터뷰 - 정희완 신부

“기복적이고 사회 무관심한 신앙 삶에서 말씀 실천하며 극복해야”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신앙이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 모두를 포함하며 그 둘은 언제나 서로 연결돼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 수양과 수련, 자신의 성화를 지향하는 올바른 의미를 가진 신앙의 개인적 차원은 신앙의 총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했다.

“문제는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입니다.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이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는 거죠. 이러한 신앙은 타자의 일과 세상의 일에 대한 무관심으로 드러납니다. 교회가 사회 참여에 대해 무관심하고 거부하는 것도 이러한 신앙의 결과입니다.”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은 공동체가 가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개인의 신앙이 수단화되고 장식화된다는 점에 있다. 신앙이 삶의 중심에서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 정도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신앙인들이 신앙을 자기 정당화의 근거로써 활용하고, 신앙적 가치관들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 것들만 선택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는 “신앙적 가치관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어긋날 때 소리 높여 반대하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며 “어떠한 신앙적 가치관이 올바른 것이라 해도, 그것이 이해관계 안에서 자신에게 손해나는 것이면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삼위일체론을 통해 하느님은 공동체와 관계의 하느님이며, 결국 그리스도교가 믿는 하느님은 사회적 하느님이자 참여하는 하느님이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역시 사회적·참여적 특성을 지닌 공적 신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 신학은 역사 안에서 인간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고 참여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포함돼 있습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과 사회교리 문헌들을 통해 신앙의 공동체성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을 가진 신자들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가 던져주는 물질적 쾌락과 풍요로움에 대한 욕망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는 “신앙과 욕망이 갈등을 유발할 때, 신앙을 던져버리고 욕망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며 “현실 교회 역시 교회 내부의 삶의 방식 안에서 교회 이기주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논리가 쉽게 수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신앙이 세속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앙의 세속주의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세속주의의 극복은 단지 선언적 비판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삶과 구조 자체가 세속주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앙은 교회 안에서 성장하는데, 교회가 세속주의적 논리에 물들어 있는 한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말씀과 더불어 이뤄지는 성사를 통해 신앙의 총체성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신앙은 믿음과 태도, 행동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신자들이 알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앙은 입으로도 고백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삶으로의 고백, 즉 실천돼야 한다는 것을 교회의 교육과 전례와 삶 안에서 분명하게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희완 신부는 안동교구 소속으로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미국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9일, 오혜민 기자]


1,75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