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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나그네 삶의 위로 병자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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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341

[사서함 16호] 나그네 삶의 위로 병자성사

 

 

60대 초반의 가장입니다. 치료 불가능한 병을 한 6개 월 가량 앓고 있습니다. 물론 위급한 경우는 아니나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닙니다. 이웃 형제가 병자성사를 받도록 권했는데 본인은 무척 두려워하고 또 서운해 합니다. 가족들은 가벼운 병이 아니므로 만약을 대비해 병자성사를 받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병자성사의 효험과 어떤 사람이 받는 것이며, 또 본인이나 가족은 어떤 준비를 하여야 하는지요?

 

 

우리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사는 동안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게 되고 마침내는 늙어 죽게 됩니다. 이러한 인간에게 위로와 용기, 희망을 북돋아 주시고, 당신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케 하시고자 그리스도께서는 병자성사를 설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중세기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까지 병자성사는 종부성사(終傅聖事)로만 즉, 임종자들만이 배령할 수 있는 성사로 잘못 인식돼 왔고 이러한 생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서운해 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강요보다는 이해 속에 이 성사가 은총임을 깨닫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병자성사의 설정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약한 자, 병자, 억압받는 자와 가난한 자들에게 늘 특별한 배려를 하셨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님은 병자들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셨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분은 많은 병자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병자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행적은 병자성사를 예고하고 암시하는 것으로서 당신 제자들에게도 병자들을 특별히 돌보게 하셨고, 치유를 위한 힘과 전권을 부여하셨습니다(마르 6,12-13; 16,14-18 참조).

 

이렇게 제자들에 의해 수행되던 병자성사는 그 후 신앙 공동체의 원로들에게 계승되었는데 그 방식도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파견받은 제자들이 행했던 그러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리스도에 의해 설정된 병자성사는 이제 야고보 사도에 의해 분명하게 공포됩니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청하십시오. 원로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하여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사람을 낫게 할 것이며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공의회의 가르침

 

그 후 교회는 여러 공의회, 특히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하여 병자성사가 신적 설정(神的設定)에 의한 것임을 재천명하고, 병자성사의 성사성(聖事性)과 성사적 효과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성사는 성신의 은혜인 것으로서, 그 성신의 도유(塗油)는 아직도 속죄해야 할 어떤 죄과가 있다면 그 죄과와 죄의 결과를 씻어 주어 병자의 영혼을 거뜬하게 해주며 견고케 하고, 그에게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뢰를 일으켜 줌으로써 병자로 하여금 그 도움을 받아 병고와 고생스러움을 더 쉽게 참으며 마귀의 유혹에 더 잘 대항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의 구원에 도움이 될 경우에는 어떤 때 육신의 건강까지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공의회는 병자성사에 관한 야고보 사도의 다음 말씀들을 인용하여 “이 도유가 병자들, 특히 이 세상 생명의 마지막 고비에 처하여 있다고 생각되는 병자들에게 실시되어야 하며, 그래서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의 성사(종부성사)라고 불리운다.”라는 것을 명백히 말해 주는 것이라고 공포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성사가 병자들을 위한 성사라는 점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9세기 이래 널리 퍼져 있던 종부성사로서의 병자성사가 교회에서 강조되어 공식 선포된 것입니다. 그래서 임종자의 성사로 최근까지 이 성사는 잘못 인식되어 왔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 성사의 배령을 죽는 순간까지 미루거나 이 성사의 배령을 사형선고인 양 잘못 생각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병자성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고 있습니다. “종부는 더 적절히 표현하자면 ‘병자의 도유’라고 할 수 있으니 이는 죽을 위험에 임박한 이들만을 위한 성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이 엿보이면 벌써 이 성사를 받기에 합당한 시기가 된 것이다”(전례 헌장, 73항). 이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성사적 효과가 더욱 충분히 표현되도록 성사의 경문 형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우신 사랑과 기름 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신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주소서. 또한 이 병자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도 가볍게 해주소서.” 이때 사제는 정식으로 축성된 올리브 기름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식물성 기름을 병자의 이마와 두 손에 바르게 됩니다.

 

위급한 경우에는 위의 기도문을 전부 외면서 병자의 이마 또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몸의 다른 부위에 성유를 한 번만 발라도 됩니다.

 

모든 성사와 마찬가지로 이 성사도 교회의 신앙과 동시에 그 성사 배령자의 신앙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도 병을 고쳐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믿음을 요구하셨습니다(마태 9,28; 마르 5,36 참조). 왜냐하면 “병자 자신의 신앙과 그리고 성사의 효력의 원천이 되는(야고 5,15)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회상하며 여러 가지 성사로써 보증되는 미래의 천국을 내다보는 교회의 신앙이야말로 병자를 구원해 줄 것이기 때문”(병자성사 예식서, 7항)인 것입니다.

 

 

병자성사 대상자

 

간혹 신자가 아닌 사람이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세례를 받은 신자만이 이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질병이나 노환으로 고통당하는 신자들이나 임종을 앞둔 신자들이 병자성사를 배령할 수 있습니다. 병자성사 예식서는 어떤 사람이 병자성사를 배령할 수 있는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열거합니다.

 

① 수술 전 : “위험한 병 때문에 외과수술을 받아야 할 때마다 병자는 수술 전에 이 성사를 받을 수 있다”(10항).

 

② 노인들 : “노환으로 말미암아 기력이 많이 쇠진해지는 노인들에게는 병세의 위험성이 목전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 성사를 줄 수 있다”(11항).

 

③ 어린이들 : “그들이 이 성사로써 힘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이미 이성의 활동을 갖추었을 때에는 역시 병자의 성사를 줄 수 있다”(12항).

 

④ 의식이 없는 사람 : “병자들이 비록 의식이나 이성의 활동을 상실하고 있더라도, 의식이 있을 때라면 믿는 마음으로 아마도 병자성사를 청하였을 것이라 생각되는 경우에는 그들에게 성사를 줄 수 있다”(14항).

 

⑤ 조건부 성사 : “사제가 병자한테로 불려갔을 때 병자가 이미 죽었을 경우 사제는 그를 위해서 하느님께 그의 모든 죄를 사해 주시고 자비로이 천국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구해야 하지만 병자성사는 주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만일 병자가 확실히 죽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 의심이 날 경우에는 조건부로 이 성사를 줄 수 있다”(15항).

 

⑥ 성사의 반복 : “병자가 이 성사를 받은 후 건강을 회복하였다가 다시 병들었을 경우라든가, 또는 동일한 병세가 계속되다가 중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에는 반복 실시할 수 있다”(9항).

 

 

병자성사 집행자

 

병자성사가 설정된 후 초기 8세기 동안 병자성사는 환자 자신이나 그의 친척이 축성된 기름을 바르는 사적 도유(私的塗油)와, 사제에 의한 전례적 도유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집전되었습니다. 그러나 9세기경부터 병자성사는 전적으로 사제에 의해서만 이루어졌으며 전례적으로 체계화되었습니다. 그래서 트리엔트 공의회는 ‘이 성사의 집행자는 주교와 사제”라고 선언하였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예식서에서도 “병자성사의 본래 집행자는 사제뿐”(16항)이라고 재천명하고 있습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한다면 다른 모든 지체들도 함께 고통을 당하는 것이 그리스도 신비체의 모습입니다(1고린 12,26 참조).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병자를 위한 여러 가지 성사가 집행될 때에도 함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성사도 다른 성사들과 마찬가지로 “공동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은 물론 주위의 신자들이 함께하여 집전 사제와 마음을 합하여 기도해 주면 더욱 좋은 것입니다.

 

 

가족들의 마음 자세

 

① 그리스도께서 병자들에게 크나큰 관심과 애정을 보이셨듯이 사랑을 가지고 환자를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또한 병자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내적 평화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② 가족들은 특히 신앙의 말씀과 공동 기도로써 병자를 격려해야 하고, 그를 고통을 당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맡겨 드리며, 더욱이 그로 하여금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자유로이 결합시킴으로써 하느님 백성의 선의에 기여하도록 권고해야 합니다(교회 헌장, 11항). 또한 병자가 적당한 때 여러 가지 성사를 배령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합니다.

 

 

병자성사 준비

 

① 사제를 청합니다.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시간 약속을 하고 사제를 모실 수 있습니다. 위급한 경우에는 전화로 사제를 청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우선 전화를 거는 사람의 신분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어디 사는 누구이며 전화 번호 등, 그리고 다음 용건을 말합니다. 병자의 상태, 영성체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고해성사의 여부를 사제에게 알려 드려야 합니다. 만약 죽을 위험에 있는 병자인데 견진성사를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견진성사를 부탁해야 합니다. 또한 위급한 상황에서 자기 본당에 사제가 없으면 타 본당 사제를 모실 수 있습니다.

 

②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능하면 환기도 시킵니다.

 

③ 병자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깨끗이 씻어 주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이부자리 역시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④ 상을 준비합니다. 상에 흰 보를 덮고 십자고상, 초, 성수, 성수채, 식수, 숟가락, 성냥을 준비하고 가능하면 꽃도 꽂아 두면 좋을 것입니다.

 

⑤ 고해성사를 준비시킵니다. 병자가 성찰을 잘하여 고해성사의 은총을 풍성히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⑥ 병자성사가 집전된 후 공동체는 기도와 방문을 통해서 병자를 위로해 주는 가운데 병자로 하여금 항구한 은총 속에 철저히 하느님께 신뢰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경향잡지, 1993년 6월호, 장석윤 비오(원주 학성동본당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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