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그리스도 왕국의 도구가 되게(기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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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08 ㅣ No.399

[레지오와 마음읽기] 그리스도 왕국의 도구가 되게(기도의 힘)



다음에서 말하는 ‘나’는 누구일까?

“나는 너에게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하고 가장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지.”

“나는 네가 나를 길들이고 훈련시키고 단호하게 대하면 너의 발밑에 성공을 가져다 줄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너무 쉽게 대하면 너를 파멸시킬 수도 있어.”

이렇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 바로 습관이다. 우리 삶의 성패는 어떤 습관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다. 이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를 찰스 두히그는 그의 저서 ‘습관의 힘’에서 ‘뇌’가 쉬기 위하여,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계속해서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떤 형태로든 습관을 만들게 되어 있다.

런던대학의 제인 워들 교수팀은 습관 형성에 대한 실험을 했다. 어떤 행동을 얼마나 반복해야만 생각이나 의지 없이 자동적으로 반사행동을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 96명을 대상으로 12주간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마시며 일상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관찰하였다.

실험 결과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평균 66일이 되어서야 습관이 형성되었는데, 이 66일이라는 시간은 뇌의 신경세포 간의 신호전달망인 시냅스를 새롭게 만들어 몸에 익숙하게 되는데 필요한 평균 시간이다. 그러니 이 기간만 꾹 참고 어떤 특정한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몸에 익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은 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우리의 뇌는 되도록 낯선 행위를 피하고자 한다. 그러니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시간을 버티어 내야하는 의지력이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져야 한다.


좋든 나쁘든 어떤 형태로든 습관 만들어

레지오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는 기도이다. 기도는 ‘아기가 매일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도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일용할 양식이다. 마치 젖에는 모든 영양소가 고루 담겨 있어, 아기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젖 하나로 충분하듯 신자에게 기도는 신자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생명의 샘이다.

레지오를 권면하다 보면 매일하는 묵주기도 5단이 부담스러워 가입을 꺼리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의 기도, 성모송, 아침저녁 기도 등의 일상적인 기도는 해도 묵주기도는 어렵다는 신자들도 있고, 아예 묵주기도 하는 방법을 모르는 신자들조차 있으니 묵주기도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오랫동안 레지오 활동을 한 단원들을 보면 묵주기도 5단이 어렵지 않은 듯, 한 주에 100단 이상을 보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습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S자매는 유아세례를 받아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고 참례하였지만 일상적인 기도나 묵주기도는 잘 하지 못하는 신자였다. 그러다 가끔 미사도 빠지며 신앙생활에 회의가 들쯤에 아이가 첫영성체반에 들면서 그녀도 자연스럽게 부모교리를 받게 되었다. 그 본당에서는 일 년 동안 부모가 교육을 받아 아이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가정교리 방식으로 첫영성체 교육을 실시했으므로 그녀는 긴 기간이었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과정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던 그녀가 과정이 끝나갈 쯤에 놀랍게도 묵주기도를 매일 해야 하는 레지오 협조단원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녀를 가르친 부모교사는 아주 열심한 레지오 단원으로 기도가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단계별로 기도를 습관화하였다.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양육에 힘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시간과 힘이 모자라 기도에 소홀해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화살기도를 숙제로 내주었다가 그것이 잘 된다싶으면 다시 수호천사에게 드리는 기도, 가정을 위한 기도 등으로 점점 양을 늘려갔으며 마칠 때쯤에는 묵주기도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 문자로 기도를 독려하기도 하고 기도를 잘 한 사람에게 상을 주기도 하였으며, 기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함께 기도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부모교사의 도움으로 그 반에는 S자매 외에도 세 명이 더 협조단원이 되었다.

이처럼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다. 기초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1kg짜리 아령을 들기는 어렵다. 무겁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이럴 때 믿음을 가지고 조금씩 꾸준히 훈련을 하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꾸준한 반복과 훈련이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럴 때 다른 방법이 있다면 바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즉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헬스클럽 유료회원이 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움직이게 되는 원리이다.


핵심습관이 바뀌면 다른 습관들도 바뀔 수 있어

여기서 또 재미있는 것은 핵심습관(keystone habit)이 바뀌면 그 밖에 다른 크고 작은 습관들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다른 습관들과 무관해 보이는 핵심습관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책상이든 침대머리 맡이든 내 주변을 일단 깔끔하게 정돈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면, 이것이 핵심습관이 되어 그 후 상쾌한 기분으로 책상에서 책을 읽는다거나,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으로 연결되는 것들이다.

이렇게 기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나아가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가 바로 레지오라고 할 수 있다. 즉 기도가 의무적으로 주어져 귀찮음과 바쁨을 넘어 기도하는 습관이 형성되면 이것이 핵심습관이 되어 미사성제를 열심히 참례하게 하거나 성경을 읽게 하는 등 다른 습관들도 변화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교본에 “성모님과 함께 봉헌하는 기도는 우리를 성화시켜 그리스도 왕국의 도구가 되게 하신다.”(48쪽)고 되어 있다. 이처럼 기도하는 습관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어가게 해준다. 그러니 기도가 의무인 레지오는 신자를 신자답게 해주는 아주 유익한 단체임에 틀림없다.

“시간을 내서 기도하세요.”(사랑의선교회 콜케타 어린이집에 있는 글귀)

* 참고도서
습관의 힘 / 찰스 두히그 저 / 갤리온
공부하는 바보가 세상을 바꾼다 / 김태광 저/ 티즈맵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4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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