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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7: 개인주의적인 신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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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398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7) 개인주의적인 신앙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 기쁨 누리는 극복방안 필요



한 사목자는 신자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당 모임이나 축제 등을 ‘체험’함으로써 신앙적·공동체적 기쁨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며, 교회가 앞장서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은 부산 토현본당의 소공동체 성탄 축제 모습.


개인주의 인정 … 이기주의 극복

캐나다 신학자 라투렐은 21세기를 사는 인간에게서 드러나는 나약한 영적 특성에 대해 17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통교불능의 익명성’에 관한 것이다. 라투렐은 “통교불능의 익명성으로, 산업화로 인해 이웃과의 접촉이 없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지낼 뿐이며, 안다는 것도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위가 무엇인지, 재산이 많고 적음에 대한 것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라투렐이 언급한 것처럼, 21세기를 사는 현대사회 안에서 개인주의화 현상은 무차별적인 극복 대상이 아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개인주의(Individualism)화되고 있는 세상의 흐름은 인정해야 하지만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이라 할 수 있는 이기주의(Egoism)는 극복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개개인이 성화돼야 공동체도 성화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은 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일까.

가톨릭대사전에서는 ‘교회와 개인주의’ 문제와 관련해서 ‘개인 구령주의(救靈主義)’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사귐의 신비로의 교회,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을 증거하는데 저해가 된다”고 언급, “하느님 계획은 자기 중심주의에서 탈피해 타인 중심주의로 인간을 성화시키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죽음은 자기 중심주의에서 타인 중심주의로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모두에게 개인주의를 극복하도록 가르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앙의 공동체성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과 사회교리 문헌들을 통해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다.

사목자들은 이러한 왜곡된 신앙의 개인주의화 경향이 왜 발생했느냐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특히 대부분 입교를 위해 성당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개인적인 이유와 동기에서 또 약간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작된다고 볼 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신앙이 자라나면서 서서히 이타적이며 공동체적으로 탈바꿈하고, 또 성숙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희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 신앙 행태는 신앙이 성숙되지 않고,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아이가 성숙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어 몸집만 커져서 자기 생각만 하는 것처럼, 한국 신자들 대부분이 그런 모습인 것 같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개인주의화되고 이기주의화된 신앙관·구원관은 한편 ‘교회의 개인주의화된 신앙관·구원관의 거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신자들의 신앙관 형성에 일차적 책임은 교회에 있다는 말이다.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 교수)는 “전례의 영성은 개인주의화된 전례거행으로 인해 그 충만함이 재현되기보다는 딱딱하고 건조한 의식으로 약화돼, 신자들의 삶과 신앙을 근원적으로 고양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의 기본적인 신앙교육 요청을 만족스럽게 담아내지 못하면서 본당 사제 개인의 취향과 관심이 압도하는 신앙교육은 한국교회 개인주의화와 사사화 과정에 핵심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앙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교회 내 관계자들은 ‘조금 늦더라도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신자들이 그리스도교 신앙, 특히 가톨릭 신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때 공동체를 향해 열린 모습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르침과 함께 체험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자들이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만큼, 공동체성을 부여하는 모임이나 축제 등을 통해 개인주의를 심화시키는 사회구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노력들이 활성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목자는 “본당 행사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한다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부담과 수고’를 뛰어넘는, ‘신앙적 기쁨과 공동체적 뿌듯함’의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정용 신부는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소홀히하거나 배제하는 종교적 사사화 경향의 극복이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의 하나’라고 제시하면서 ‘사회교리 교육의 강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 등을 종교적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구체적 방안으로 내놓는다.

특히 올해로 한국교회가 ‘소공동체’ 활성화를 교계 차원에서 도입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면에서 교회의 새로운 존재방식으로 평가되는 소공동체는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거슬러 가는데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공동체 형태라는 소신도 나오고 있다.

강영옥 박사(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책임연구원)는 “하느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그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적인 모습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안된 것이 소공동체 사목이라 할 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안하는 친교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한국형 교회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거의 모든 교구가 소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재평가와 구체적 보완을 거쳐 새로운 시도로 접근해 가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소공동체 사목 역시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 안에서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표현’을 찾는 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견지를 드러내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16일, 이주연 기자]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7) 소공동체, 왜곡된 개인주의적 신앙의 대안 될 수 있을까


“함께 기도하면 자연스럽게 이웃 위해 기도”


“한 신자가 제게 ‘판공성사를 봐야 하느냐’고 묻더군요. 죄도 짓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묵주기도도 바치고 미사도 빠지지 않는데 왜 판공성사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래서 제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 ‘고통 받는 이를 위해 기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신자가 반문했습니다. ‘그런 것도 저희 의무냐’고요.”

한 본당 사제가 고백하는 신앙의 개인주의의 모습은 이러하다. 사제는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잘못됐다’고 말하기보다 ‘아쉬움이 든다’고 표현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공동체의 기도를 바치면서, 그 기도를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바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소공동체는 왜곡된 개인주의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눈길을 끈다. 공동체적 친교의 제고, 삶과 신앙의 일치, 평신도 자발성의 강화 등이 기치였으며, 그 자체로 사목대안이었기 때문이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사목위원회 사회조사보고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개인적 믿음과 구원, 미사와 성사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사회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았다”고 적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서울대교구의 소공동체 도입 배경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소공동체는 자발성 결여와 단체와 소공동체 간의 갈등 등 여러 어려움을 안고 있기도 하지만 왜곡된 개인주의에 대한 가시적 대안으로써 여전한 가능성이 있다. 전원 신부(서울 제기동본당 주임)는 2007년 「사목」의 ‘소공동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바람직한 소공동체의 방향을 모색하면서도, 소공동체에는 ▲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이후의 교회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다는 것 ▲ 가난한 이들을 놓치지 않고 공동체의 중심에 둘 수 있는 구조라는 것 ▲ 복음적 기쁨과 친교를 살게 한다는 것 등 작은 공동체가 품은 소중한 성분이 있다고 밝힌다.

소공동체는 초기교회 공동체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차기진 박사는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의 신심활동은 단지 자신의 구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그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위험 속에서도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이전의 소공동체 정신은 본당을 중심으로 한 공소 공동체 정신으로 변하게 됐다”며 “공소가 폐지되고 교우촌 신자들은 가정, 본당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됐으며 신앙적 소외감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구 혹은 본당별로 이뤄지는 소공동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활력을 찾는 신자들도 많다. 소공동체 교육과 교리재교육, 초청강의, 단합대회, 성령세미나, 여행, 운동회 등 신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자발적 참여로 친교를 이루며 활성화된 소공동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600여 명의 봉사인원이 참여하며 활발한 소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화성지구 소공동체는 농촌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소공동체 모임은 이런 모습으로 합시다’하는 영상 교육자료를 각 반모임을 중심으로 스스로 만들며 자발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성지구 소공동체 담당 문석훈 신부는 “소공동체는 함께 기도하는 곳으로 개인적인 기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도를 함께 바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소공동체 모임은 자연스럽게 내가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게 되고, 나아가 공동체적 신앙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2월 16일, 오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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