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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통일 준비와 통일 기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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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3 ㅣ No.584

[통일 대비, 어떻게?] 통일 준비와 통일 기금 마련

 

 

1. 통일 기금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논의를 제안한 이후, 국내에서는 통일 기금 등 통일 재원의 사전 조성의 필요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다. 사전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고, 사전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조성 후 적립을 주장하는 의견과 조성 후 사용을 주장하는 견해로 갈렸다.

 

사전 조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일 이후에 활용하기 위해 적립하자는 의견은 주로 여당에서 제기되었다. 요컨대 갑작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막대한 소요재원을 한꺼번에 부담하기 어렵고, 이는 국가 부채 급증, 재정 건전성의 급속 악화 등으로 한국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을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사전 조성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통일 이후가 아니라, 통일 이전에 또는 통일 과정에서 사용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곧 통일 비용 축소를 위해 사전에 북한 경제 정상화와 재건에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통일 기금의 사전 조성에 반대하는 견해의 경우, 돈을 미리 쌓아두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또는 낭비라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사전 조성은 현재의 부를 미래의 불확실한 통일의 시점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국에서 당장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출(특히 투자)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따른 기회 비용을 발생시킨다.

 

또한 조성된 기금이 투자나 융자의 형태로 여타 분야에 운용될 가능성이 있는데 통일 재원이 긴급하게 필요한 시점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회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2.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

 

통일 재원의 사전 조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사전조성을 위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발의된 여야의 법안 하나씩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국회부의장)이 대표발의한 것은 기존의 남북 협력 기금법을 전면 개정해 ‘남북 협력 및 통일기금법’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남북 협력 기금(연간 1조 1,000억여 원)으로 운용하는 남북 협력 계정과는 별도로 통일 계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통일 기금의 재원은 ▲ 일반 회계로부터의 전입금 : 전전년도의 내국세(올해 138조원) 총액의 1%를 전입금으로 계상, ▲ 남북 협력 계정의 잉여금이 발생하면 전액 통일 계정으로 이전하고, 손실금이 발생하면 정부가 일반 회계에서 보전, ▲ 세계 잉여금(연간 6-7조 원) 일부 등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합치면 연간 3-4조 원의 통일기금을 적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금을 ‘남북한이 통일을 합의한 시점’ 이후에 사용한다. 용도는 북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북한 주민의 기본생활보장, 이주민 대책 등이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은 기존의 남북 협력 기금법을 일부 개정해, 남북 협력 기금 불용액을 별도의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이다. 곧 기존 남북 협력 기금 안에 별도의 ‘한민족 통합 계정’을 만들어 기금 불용액을 재원으로 적립하는 방안이다.

 

이는 현 정부 들어 남북 협력 기금 집행률이 10% 이하로 매우 낮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곧 현재 남북 협력 기금은 정부 예산상 ‘사업성 계정’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국고로 회수되고 있는데 이러한 자금을 적립한다면 2010-2014년 5년간 2조 8,468억 원이 적립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대표발의 법안의 자금 규모보다는 훨씬 적다.

 

그리고 사용처도 통일 이전 단계에 맞추어져 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등 한민족 통합과 남북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이 주된 대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발의 법안에 대해 재정당국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남북 협력 기금에서 당해 연도에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국고로 회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연도에 이월된다. 그러므로 남북 협력 기금 불용액을 적립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재정에서 신규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3. 절충적 견해

 

(1) 한국의 재정, 외환, 경제 체질 강화

 

통일 재원의 사전적 조성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맞서면서 일종의 절충적 견해들도 제시되고 있다. 단계별로 접근하자는 주장인데 다만 아직은 방향성 수준의 논의에 그치고 있다.

 

곧 통일에 대비해 한국의 재정 건전성 기준을 더욱 엄격히 유지하자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외환 보유액을 지속적으로 확충해가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국가 부도방지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환 보유고를 통일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욱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통일에 대비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 경제가 튼튼하기만 하다면 북한에 들어가려는 해외 자본이 줄을 설 것이라는 논리이다.

 

요컨대 한국의 재정이나 외환 보유, 나아가 경제 체질을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통일이 가시화하는 시점에 통일세(목적세), 국공채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재원을 조달하자는 것이다.

 

(2) 통일 재원 일부 적립

 

또 다른 절충적 견해로서는 통일 재원의 일부만 사전적으로 적립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일 (소요) 재원, 곧 우리가 통상 통일 비용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은 다소 상이한 성격의 여러 범주로 구성됨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위기 관리 재원이다. 이는 북한 급변 사태 등 통일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 극복에 필요한 재원이다. 식량, 의료품 등 긴급구호 관련 재원, 북한 주민의 대규모 이동으로 말미암은 수용시설 등의 재원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남북한 간 정치 · 군사 · 경제 · 사회 등 제도 통합과 관련된 재원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 관련 재원도 여기에 속한다.

 

셋째,  북한의 경제 재건, 특히 산업과 사회간접자본 재건에 소요되는 재원이다. 이는 투자 소요액으로 파악 가능하다.

 

넷째, 북한 주민의 사회보장(복지)에 필요한 재원이다. 곧 북한 주민들에 대한 최저생계 또는 기초생활 보장에 소요되는 재원이다. 독일의 경우, 동독 주민의 서독 이주 방지 목적에 더해, 통일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실업자, 조기퇴직자 또는 체제 적응 실패자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이 이른바 통일 비용(재정부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통일 재원은 다소 상이한 여러 가지 범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굳이 통일 기금을 사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면 일부의 범주만 조성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첫째 범주, 곧 위기 관리재원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4. 남은 과제들

 

통일 준비의 필요성은 국민 모두가 인정하나, 통일 기금 마련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내에서 아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지, 통일 실현 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부터 큰 재정 부담을 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일 기금의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통일 실현 시기와 방식, 그리고 통일 소요 재원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통일 재원의 적립 여부와 적립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통일 시나리오와 통일 재원에 대한, 더 많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양문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이다.

 

[경향잡지, 2011년 8월호, 양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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