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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9: 생명의 존엄성과 창조질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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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29 ㅣ No.400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9) 생명의 존엄성과 창조질서

생명윤리적 가치관 확산 위한 체계적 교육 필요



- 서울대교구 ‘참 생명학교’ 모습.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의식 전환을 위해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교육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생명을 살리는 문제는 현대의 가장 큰 과제다.

교회는 인간생명과 관련해 보편적이고도 올바른 윤리를 꾸준히 밝혀왔으며,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현대사회 보편규범으로도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일반사회에서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이 사회 전반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모습이 왕왕 나타난다.

개인의 신앙심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교회의 영향력과 권위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명윤리의 세속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은 바로 교육으로 꼽힌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사회 생명윤리 쟁점과 관련한 교회 입장과 현대 생명수호 활동의 중요성, 교회 안팎에서 확산해야 할 생명교육 등에 대해 짚어본다.


‘나 자신’과 ‘물질’을 기준으로 생명 평가

생명윤리가 개개인의 삶 안에서 실천되지 않고, 주변에서 겉도는 데에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주로 나열된다. ‘원치 않아서’,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는 이유로 낙태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임신·출산에 대한 부담은 자유로운 성행위와 즐김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배제하고 방지해야 한다’는 ‘피임 사고방식’도 교회 안팎에 난무한다.

낙태와 마찬가지로 인간생명을 직접 죽이는 행위인 안락사도 환자의 고통 경감 뿐 아니라 가족의 정신·경제적 부담 경감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허용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의·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이 늘어가면서, 그 이면에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여도 된다는 논리, 주관적인 차원에서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생명을 훼손하는 선택도 할 수 있다는 사고가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교회뿐 아니라 보편교회에서도 ‘새 복음화’가 시급한 분야로 과학과 기술 연구 분야를 꼽으며, 과학기술이 새로운 우상이 될 위험을 지속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교회는 생명과학 연구와 기술 발전이 인류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각종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제나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고 성찰,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교회는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를 윤리적인 물음만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생명윤리 영역에서도 윤리는 물론 사회과학적, 법적, 철학적, 신학적 근거와 정의 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이끌어내고 있다.


범국민적인 생명수호운동 지속

한국교회는 우리나라 생명윤리 논의와 생명운동에 있어서 큰 축을 담당해왔다. 낙태와 안락사, 뇌사, 장기이식,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등 각종 생명윤리 쟁점들과 관련해 교회 입장을 제시하고, 지침들을 밝히는데 꾸준히 힘써왔다.

또한 1970년대 들어서는 이러한 지침들을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도록 이끄는 생명운동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각 교구마다 혼인강좌를 강화하고, 다양한 생명 강좌와 연구소 설립 등이 이어지면서 생명윤리 의식을 고양하는데 있어 새로운 전환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반생명적인 문화를 단절시키는 데에는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신자들에게 교회 가르침과 입장이 전달되거나 실제 생활 안에서 실천되는 모습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사목자들조차 현대사회에 만연한 각종 생명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사목 방안 등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의 생명운동 실태와 관련해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송열섭 신부는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생명 관련 문제들이 많지만, 교회 생명운동의 확산과 결실은 느린 여정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전국적인 기도운동과 교구 차원의 연대가 뿌리내려가고 있고, 교육의 장이 늘어가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인 힘”이라고 말한다. 특히 송 신부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의식교육의 기회가 적극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기도운동을 뒷받침하며, 교회 안팎에서 대상에 따라 다양한 생명교육을 펼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교육이 관건

인간생명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생명운동이 확산되고, 개개인의 일상 안에 생명윤리적인 가치관이 배어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관건이다. 올바른 생명윤리의식을 갖추고 실천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교육과 함께 구체적인 활동 및 생활 참여형 프로그램도 적극 제공돼야 한다.

한국교회 내에서는 아직 체계적인 생명교육이 뿌리내리진 못했다. 구체적으로 각 본당 차원에서 생명교육이 펼쳐지는 모습은 드물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목자들의 의식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우선 각 본당 차원에서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예비신자교리와 주일학교 및 신자 재교육 과정 등에 생명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들어서는 주교회의 차원에서는 물론 각 교구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범교구적인 연대 활동과 전문가 양성 등에도 적극적인 힘을 싣고 있어 생명운동의 새로운 결실을 기대하게 한다. 또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각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생명운동’교육과 참여가 속속 늘어가고,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가톨릭정신을 바탕으로 한 생명윤리 확산에 힘쓸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 등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특히 생명교육 분야에서는 일반 학교 교육 안에 생명교육이 의무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정책을 촉구하는 노력도 중요한 활동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생명윤리교육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연구한 바 있는 전문가들은 “생명윤리 교육은 생명존중 윤리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형식이 되어야 하며, 특히 생명윤리 쟁점들에 대해 올바로 바라보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대 신승환 교수도 “생명과학 시대에 필요한 생명교육은 무엇보다 먼저 생명과학이 지닌 일면성과 맹목성을 비판하고, 그 연구 방향이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잡아가도록 하는데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바로 생명윤리 교육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소장 김용해 신부 - 본당 등에서 생명윤리 습득 이끌어야



“생명윤리의 세속화를 정화할 수 있는 힘은 개개인의 자아를 돌보도록 이끄는 ‘영성 교육’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소장 김용해 신부는 “한국교회 생명수호운동이 폭넓게 확산되지 못했던 원인의 하나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면밀한 담론을 세우고 토론을 이끄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는 오랜 기간 신자들의 삶과 내면을 돌보는 노력보다는 성장 위주의 흐름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한다. 일방적으로 신앙생활을 강요하는 모습이 지속되면서, 신자들이 교회 가르침에 맞갖은 삶을 지향하도록 성찰하는 힘을 키워주진 못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신부는 “교회가 생명윤리 영역과 관련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만을 강요하면서, 신자들은 두려움 때문에 실천하거나 혹은 부담스러워서 교회를 떠나는 경우까지 잦아졌다”며 “올바른 교육을 통해 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양심적으로 판단하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문화연구소는 지난 1991년 설립 이후 오랜 기간 대중들을 위한 생명윤리교육에 더욱 힘을 실어왔다. 구체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죽음의 문화’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밝히고, 그와 관련한 시민교육을 지속하면서 가톨릭 생명윤리를 사회에 확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김 신부는 “각 본당 등에서 생명교육 과정을 별도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강좌나 위령회 활동, 혼인교육, 예비신자 및 주일학교 과정 안에서 생명윤리를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우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회교리 또한 생명윤리와 접목해 적극 실시할 수 있는 분야라고 조언한다.

또한 김 신부는 먼저 가톨릭계 학교를 중심으로 ‘영성 교육’을 도입, 확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영성 교육은 자아를 성찰하고 자아를 통합하는 능력, 즉 나와 이웃, 나와 자연, 나와 하느님의 관계 등을 돌아보고 조화롭게 살아갈 지혜를 쌓아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생명윤리를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당위적인 것만 너무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는 기쁨에 맛들일 수 있는 배려와 기회 제공이 중요합니다. 영적 갈망이 채워지면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선택에도 바른 눈을 뜨게 됩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1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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