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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전국 사목국장 신부에게 듣는다: 신앙의 해, 한국교회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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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29 ㅣ No.402

전국 사목국장 신부에게 듣는다 - “신앙의 해, 한국교회 무엇을 할 것인가”

신앙의 해, 최우선 사목 과제는 ‘신앙 정체성 회복’



서울대교구 신앙의 해 개막 미사 모습.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 조규만 주교(오른쪽부터)가 강복을 하고 있다. 각 교구 사목국장 신부들은 “신앙의 해는 한국교회의 근본적 쇄신과 복음적인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기회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한국교회의 중심 열쇳말은 무엇보다 ‘신앙의 해’가 될 전망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포로 지난해 10월 11일 개막, 올해 11월 24일까지 이어지는 신앙의 해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보편교회의 의지에 발맞춰 현재의 상황에서 직면하고 있는 ‘신앙’ 문제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신앙의 해를 살기 위해 한국교회는 어떤 교회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며, 함께 풀어가야 할 사목적 과제들은 어떤 것일까, 또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은 어떻게 마련돼야 할 것인가.

차제에 가톨릭신문은 2013년 신년을 열면서 이 같은 물음을 전국 각 교구 사목 및 복음화(선교) 정책의 주무(主務)를 맡고 있는 사목국장들에게 던져 보았다. ‘신앙의 해, 한국교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큰 주제 하에 교구별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14개 교구 사목국장들이 참여했다. 그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한국교회와 ‘신앙의 해’

“신앙의 해는 한국교회의 근본적 쇄신과 복음적인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기회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급속한 양적 성장의 그늘 속에서 냉담자 증가, 예비신자의 감소, 주일미사 참례자 감소, 청소년들의 신앙 생활 기피 현상 등 여러 난제를 안고 있는 한국교회에 ‘신앙의 해’는 신앙의 근본적 뿌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신앙의 정체성,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목국장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공의회 선포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개인과 교회 공동체 전체의 쇄신을 도모하기에 시의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신호철 신부는 “한국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근본적으로 복음의 눈, 신앙의 눈으로 현재를 성찰하고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고, 황재모 신부는 “양적인 성장론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먼저 근본적으로 ‘신앙’의 건강성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여겨진다고 했다. 또 박영일 신부는 “쇄신과 적응이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으로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거듭나는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했고, 김현수 신부는 “신앙 체험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일깨우고 있는 시간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남 신부는 “결과 중심주의로 말미암은 본질을 외면한 사목 실천과 신앙의 상대화·주변화 현상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남겼다. 또 나궁열 신부는 “진정한 교회의 모습, 몸으로 마음으로 자기 신앙을 고백하고 그 신앙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는 모습을 되찾는 때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민규 신부는 “한국 사회 안에도 만연한 세속주의·상대주의 등의 신앙적 위기를 성찰하고 함께 고민해 보는 좋은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앙의 해’를 한국교회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운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손희송 신부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2011년 주일미사 참례자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입교한 사람들이 36%에 이르고 있음에도 다른 한편 매년 거의 입교자만큼의 냉담자들이 생겨나는 현실은, 분명 가톨릭에 호감을 갖고 교회 문을 두드렸음에도 진정한 하느님 체험 즉 신앙의 뿌리가 튼튼히 내리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 “이러한 한국교회의 상황에 맞게 신앙의 해에 초점을 두면서 그에 따른 구체적인 사목과제들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본질적 문제

“전반적으로 너무 약한 신앙, 신앙 기초가 없다”, “신앙의 정체성 잃어버리고 기쁨 발견 못하는 허약한 모습”

전국 사목국장들이 생각하는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은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는 다양한 소신들이 언급됐으나, 크게 ‘신앙의 기초가 약한 점’, ‘교회와 신자들의 정체성 상실’, ‘신앙과 삶의 불일치’ 등으로 정리됐다.

강신모 신부는 “열심한 신자들을 만들기에는 집중했으나 보다 근원적으로 하느님께 먼저 집중하도록 하는 노력이 약했고, 그 때문에 신자들의 신앙 뼈대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희종 신부는 “신앙인들조차 편의 위주의 신앙에 젖어들고 있는 등 양적 성장과는 반대로 내적으로 심각한 신앙의 갈등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기선 신부는 “세속주의와 다원주의 등 교회 외부적 요인과 제도적이고 비전이 없는 교회 내부적 사목 활동은 그리스도와의 깊은 만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로 인한 신앙과 삶이 유리된 신앙 생활의 문제가 크다”고 꼽았다.

고병수 신부도 “하느님 체험이 없는, 신앙과 삶이 따로 따로인 상황과 생명력을 잃어가는 전례”를 이야기하면서 “그로 인해 드러난 ‘고령화’, ‘청소년 감소’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현수 신부는 “유아 청소년들의 신앙교육이 심각하다”면서 “신앙을 우선시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우선적 사목 실천 과제

한국교회가 신앙의 해를 맞아 우선적으로 시도해야 할 사목적 실천 과제에 대해서는 ‘신앙의 정체성 회복’에 주로 견지가 모아졌다. ‘말씀을 통한 하느님 만남 체험’, ‘미사의 성사성 회복’, ‘사제들의 정체성 확립 필요’ 등의 내용도 제시됐다.

손희송 신부는 “가톨릭신자로서 자긍심을 가지면서 남에게 복음을 전해주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부심을 부여해 주어야 할 것 같다”면서 “신앙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의 생활화·말씀 묵상 등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백남국 신부는 “사제들의 정체성 확립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고 했다. 백 신부는 “한국교회의 경우 일반적으로 성직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신자들은 사제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느끼고 불신과 절망감도 가지게 된다”면서 “그러므로 사제들부터 하느님과 세상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서 신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김성남 신부는 “사제가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미사를 온전하게 봉헌할 때, 전례 봉사자들이 미사의 성사성에 대해 깊이 이해할 때, 미사가 신앙의 근원이 되고 믿음의 원천이 된다는 이해가 신자들의 삶 안에서 현실이 될 때 미사의 성사성이 회복되고 결과 중심주의적인 사목 실천이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앙의 해 의미 구현을 위한 노력

신앙의 해 자의교서 ‘믿음의 문’ 9항에서는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신앙의 해 의미 구현을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 노력이 실행되어야 할까. 이 부분에서는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현수 신부는 “예수님을 한 번 체험하면, 그 다음 변화는 쉽게 이뤄지는 만큼 각 교구마다 사제들이 나서서 신자들이 예수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했다.

서철 신부는 “말씀·기도·성사·사랑 실천 안에서 주님을 만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신앙이 깊어지게 될 것”이라 했고, 박영일 신부는 “믿음의 중요성과 본질을 깊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신부는 “우리가 아무리 세상의 복음화를 큰 목소리로 외치더라도 우리 자신이 복음화 되지 않으면 그 사명을 이룰 수 없으므로 신자들 스스로 하느님을 체험하고 또 복음을 사는 일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문희종 신부는 “장기적으로 성사와 전례, 소공동체와 사도직 단체 등 기타 교회를 구성하는 전 분야에 걸친 다각적인 측면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고병수 신부는 “교회 자체의 끊임없는 성찰과 회심으로, 어떤 난관과 유혹 속에서도 우리 삶과 역사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 가치를 추구하고 알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의 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러한 ‘신앙의 해’를 살기 위한 노력들은 각 교구의 고유한 상황 안에서 향후 사목방침이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희송 신부는 “신앙의 해 다섯 가지 실천표어를 발표한 상황에서, 신앙의 해가 끝나더라도 각 실천 표어 내용들을 해마다 단계적으로 심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면서 “신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지속적으로 단계적으로 깊이 있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호철 신부는 “교구 사목의 근본적 방향이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교구 공동체 쇄신의 기회가 되도록 의지를 모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신 신부는 “그런 면에서 신앙의 해는 교구와 한국교회에 ‘깨달음의 죽비’ 같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신모 신부는 “소공동체를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 방향이 마련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고, 문희종 신부는 “교구 설정 50주년의 의미를 바탕으로 하면서 영적인 쇄신의 다양한 장에 보다 적극적·능동적으로 참여해 가는 신앙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궁열 신부는 “말씀을 중심으로 한 가운데 성서 사도직과 소공동체 운동을 통해 하느님 체험 방식을 확대시켜 나가게 될 것”이라 했고, 서철 신부 역시 “말씀 가운데에서 하느님을 자기 중심에 두는 삶이 더 강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남국 신부는 “신앙 쇄신을 위한 방향으로 계속 큰 방향틀을 유지한 채 교구 사목이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 사목국장 명단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
대구대교구 사목국장 박영일 신부
전주교구 사목국장 나궁열 신부
춘천교구 사목국장 신호철 신부
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임기선 신부
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김성남 신부
청주교구 선교사목국장 서철 신부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장 김현수 신부
수원교구 복음화국장 문희종 신부
원주교구 사목국장 김민규 신부
마산교구 사목국장 백남국 신부
안동교구 사목국장 황재모 신부
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
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장 강신모 신부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1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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