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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10: 생명의 존엄성과 창조질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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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5 ㅣ No.403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0) 생명의 존엄성과 창조질서

하느님 숨결 서린 ‘창조물’ 누가 지킬 것인가


오랜 시간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라는 양적 팽창에 집중하면서 자연 환경을 이용한 개발을 쫓아왔다. 하지만 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위주의 삶은 자연 환경 파괴의 위기라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세계교회는 물론 한국교회는 이러한 자연 환경 문제를 시대적 현안으로 인식, 앞으로 다가올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자연 환경의 위기가 결국 인간 생존까지 위협할 것이라는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신앙인으로서 가져야할 창조질서보전의 임무를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신앙의 해’를 보내며 자연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신앙인의 역할과 책임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창조질서의 파괴

현대 사회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 가져다 준 편리함과 윤택함은 자연 환경을 담보로 이룬 것들이다. 그동안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집착했던 우리는 지금껏 더 소중한 자연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홍수 예방과 하천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진행돼온 4대강 사업은 오히려 각 하천 및 그 주변 자연 환경의 손실을 유발함으로써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문제 역시 미흡한 환경 영향 평가와 무리한 건설 계획으로 계속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건설 부지인 강정 마을이 풍부한 생태계 자원의 집합체라는 점을 외면한 무분별한 건설 계획이 자연 환경의 급격한 파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핵발전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고 주변지역의 자연 환경 오염 실태는 인간 생존에 필요한 마실 물, 먹을거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후한 핵발전소 설비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등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으로 탈 원자력 발전, 탈핵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창조질서 회복 위한 교회 노력

교황 바오로 6세는 교서 ‘팔십 주년’(1971년)을 통해 교회 최초로 자연 환경 파괴의 실태와 이에 따른 위험성을 언급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현세 사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셨지만 인간은 그 자율성을 제 멋대로 사용함으로써 자연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착각에서 비롯된 자연 환경 파괴라는 결과물은 오히려 인간에게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황 바오로 6세의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은 1972년 국제연합(UN)이 마련한 ‘스톡홀름 인간 환경회의’에 보낸 담화와 1977년 ‘세계 환경 보호의 날’ 담화 등에서도 계속해서 드러난다.

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또한 이러한 뜻을 이어받아 1990년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라는 제목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오늘날 자연에 대한 마땅한 존중의 결여, 자연 자원의 피폐, 점차 악화되는 생활의 질적 저하로 인해 세계 평화가 위협당하고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 담화는 한국교회가 환경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1993년 사순시기 담화는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신앙의 문제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2010년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라는 제목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발표하는 등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가톨릭교회의 자연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과 함께 지역 상황에 따라 보편교회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지역교회의 책임이라는 교황 바오로 6세 교서 ‘팔십 주년’의 가르침에 입각, 지난 20여 년간 국내 자연 환경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명하고 구체적인 환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사제, 수도자, 신자가 환경운동을 위한 연대를 이루는 것은 물론, 타 종교와의 협력을 통한 노력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교회가 이처럼 자연 환경과 관련된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정치 참여로 보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도 한다. 교회 내부는 물론, 신자들조차 자연 환경 문제와 신앙과의 연관성에 의문을 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자연 환경은 단순히 삶의 일부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숨결이 서린 ‘창조’이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가꿔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창조질서는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 스스로가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밝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 양기석 신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창조질서보전의 역할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을 이루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측면에서의 생태 문제에 대한 접근”이라며 “태초에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시면서 인간을 구원하려 하신 목적대로 이루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질서보전 위한 신앙인의 책임

인간은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의 일부인 동시에 다른 피조물과 구분되는 하느님의 모상성(模像性)을 지님으로써 특별한 지위를 얻게 됐다. 바로 피조물에 대한 ‘특별한 책임’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 환경을 다스리는 것이 아닌 자연 환경과 동일한 피조물로써 하느님 뜻에 맞는 일꾼이요, 협력자로서의 봉사 직분인 ‘청지기’의 역할이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통치는 인간의 탐욕을 위한 ‘이기적인 착취’가 아닌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따라 봉사하는 ‘특별한 책임’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자기 마음대로가 아닌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연을 이용하는 동시에 ‘착한 청지기’로서 창조주께서 사랑하시는 다른 피조물들을 사랑하고 돌볼 책임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태껏 인간은 자연 환경을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으로만 여겨왔다. 창조질서의 보전은 창조 안에서 창조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창조주 하느님의 정의가 모든 피조물에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344항은 “모든 피조물은 동일한 창조주에 의해 창조됐다는 점과 모두 다 창조주의 영광을 위해 창조됐다는 점에서 모든 피조물 사이에 ‘연대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연은 인간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신앙인으로서 지녀야 할 ‘공동선’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위해 보장돼야 하고 인간은 그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6일, 이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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