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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계시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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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5 ㅣ No.405

[신앙의 해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8) 사람을 만나러 오시는 하느님


지금까지 우리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대한 가르침을 살펴보았습니다. 교회헌장은 교회는 기관이나 조직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백성이며, 예수님 안에 한 몸이 되어 봉사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라는 것을 선언합니다. 이제부터는 공의회의 계시에 대한 가르침을 짚어 보려고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네 가지 헌장 가운데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이라는 제목이 붙은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에 그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에게 당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

‘계시(啓示)’라는 말은 천주교회 밖에서도 쓰는 말이지만, 천주교회에서 ‘계시’라고 할 때는 일반적인 뜻으로 쓰지 않고 ‘사람이 제 힘으로 알 수 없는 진리를 하느님께서 깨우쳐 알게 해 주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시라고 번역하는 라틴말은 Revelatio인데, 이 말은 휘장(Velum)을 걷어낸다(Re-)는 어원을 갖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가리어 있는 신비를 사람에게 드러내어 보여 주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찾기 전에 먼저 우리를 찾으시는 하느님

그리스도교는 계시 종교입니다. 사람이 발견해 낸 도리를 따르는 종교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진리를 숭상하는 종교입니다. 우리 믿음의 대상은 사람이 제 힘으로 연구하여 얻은 깨달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드러내 보여주신 진리이며, 이 믿음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면 결코 얻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신앙의 대상인 신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불러 주시지 않으면 신앙을 가질 수 없다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지 않는 이들 가운데에도 우주를 다스리시는 절대자가 계실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종교를 신봉하거나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 중에 더러는 그 절대자가 전지전능하시고 선하신 분이라고까지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제 아무리 탐구하고 도를 닦아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스스로 사람이 되시고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기까지 하셨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칠 수는 없습니다. [2013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대구주보 3면,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앙의 해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9)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계시’라고 하면 믿을 교리의 내용으로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교리가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것임은 틀림없지만, 실상 하느님의 계시는 지식만이 아니라 하느님 자신이십니다. 성자 예수님께서 모든 계시를 다 아우르는 완전한 계시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말씀하셨지만, 때가 차서 “당신의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2) 그러므로 계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옛날에 주어진 고정된 지식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예수님을 내 생활 안에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계시의 정점인 예수 그리스도님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늘 사람에게 당신을 드러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은 맑은 정신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찾도록 부추깁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 안에 심어주신 양심도, 착하시고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직접 사람을 만나러 인간 세상에 들어오시고 사람들과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모세와 엘리야를 비롯한 구약의 선지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사람들에게 전해 주었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점점 뚜렷하게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모습이 가장 완전하게 사람들 앞에 드러난 것은 바로 예수님을 통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고 또 사람이시므로, 우리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시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의 말을 하시며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지니셨습니다.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사람은 하느님을 직접 만나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보가 아닌 사람

그러므로 계시는 하느님께 대한 지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주어진 것입니다. 계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교리지식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이라는 분, 우리처럼 피와 살을 가지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시며 우리를 몹시 사랑하셨던 분과 만나고 사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역사의 한 시점에 나타나시어 작은 무리의 사람들과 만나셨지만, 수난하시고 부활하신 다음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세상 모든 사람들을 이 만남에 초대하십니다. [2013년 1월 13일 주님 세례 축일 대구주보 3면,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앙의 해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10) “우리는 하느님의 파견을 받아 그리스도 안에서 말합니다.”(2코린 2,17)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신 하느님께서는 마지막 때에 이르러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시는 것을 계시라 합니다. 예수님을 통해 완전하게 이루어진 하느님의 계시는 우리에게 성경과 성전을 통해 전달됩니다.


계시의 두 원천인 성경과 성전

성경(聖經)은 성령께서 주시는 영감에 이끌려 저술된 책으로서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계시가 전해지도록 섭리하신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세우신 교회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경을 쓰고, 또 그것이 하느님의 숨결이 닿은 거룩한 책이라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성전(聖傳)은 예수님의 몸인 교회의 거룩한 전통을 말하는데,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계시의 내용들과 또 교회가 성경을 쓰고 읽고 묵상하고 실천해 온 경험들을 포함합니다. 성경과 성전은 같은 하느님께로부터 나온 동일한 계시의 두 통로입니다.


성령 → 교회의 신앙 체험 → 성경과 성전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친교를 나누던 제자들을 당신 기억의 증인들로 세상에 파견하셨고 또 거기에 성령이 함께 하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래서 계시는 성령의 작용을 통하여 교회 안에서 전달됩니다. 사도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도들의 증언과 증거는 교회의 삶을 통해 체험되는 하느님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체험이 글로 남겨져 성경을 이루기도 하고, 또 전통이 되어 성전으로 보존되기도 한 것입니다.


말씀에 봉사하는 교회의 직무인 교도권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성경)이나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성전)은 모두 교회의 생활 가운데 영감을 불어넣으시고 힘을 주시는 성령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계시의 원천들을 권위 있게 해석하는 일 또한 성령의 궁전인 교회의 임무입니다. 이 임무를 우리는 교도직 또는 교도권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교도권은 권한이기에 앞서 직책입니다. 교회의 가르치는 권한은 하느님의 말씀을 보존하고 성실히 실천하기 위해 있는 봉사 직무이며, 오직 예수님의 파견에 의해 받게 되는 임무입니다. 성경과 성전이 모두 성령의 인도를 받는 교회의 신앙 체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그것을 이해하고 묵상하고 실천하는 일도 우리를 예수님의 몸이 되게 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2013년 2월 17일 사순 제1주일 대구주보 3면,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앙의 해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11)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살아있고 힘이 있는 성경 말씀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은 일반 책과는 다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개인적으로든 함께 모여서든 성경을 읽고 들을 때, 원래 저자이신 하느님께서 읽고 듣는 사람의 영혼에 직접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바로 오늘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며, 내 삶에 뚫고 들어와 나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능력의 말씀입니다. 사람에게 믿음이 생기게 하고 죄인을 뉘우치게 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이 말씀으로 우리는 힘을 얻고 살아갑니다.


신앙에 활력을 주는 성경 말씀

성경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무한하신 지혜를 우리 수준에 맞추어 말씀하십니다(계시헌장 13). 하느님께서 우리 눈높이에 맞추시느라고 내려오시는 이 겸손을 오늘도 우리는 성경 말씀 안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과 함께 살아갈 때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있는 말씀으로 체험하게 되고, 우리의 믿음이 활력을 얻게 됩니다. 성경의 저자이신 성령께서는 그것을 읽고 듣는 사람에게 작용하셔서 말씀의 뜻을 풀이해 주시고, 말씀 가운데에서 주님께서 명하신 것을 모두 기억하도록 해 주십니다(계시헌장 8 참조).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성경 말씀을 통해 우리와 끊임없이 대화하십니다.


온 땅에 울려 퍼지는 성경 말씀

성령께서는 복 음의 생생한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 또 교회를 통하여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하시고, 모든 신자들을 온전한 진리 안으로 이끄시며 그리스도의 말씀이 그들 안에 풍성히 머물도록 해 주십니다(계시헌장 8). 그러므로 교회는 필연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선포하는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오직 하느님 말씀으로 살아가며, 하느님 말씀으로부터 언제나 새로이 자신의 여정을 위한 지침을 찾아냅니다(계시헌장 21 참조).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만이 복음의 선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은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의 영혼에 파고들어 그를 하느님의 말씀을 맡아 전하는 사람, 즉 예언자로 만듭니다.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말씀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세상에 나타납니다.


다 함께 성경을 읽읍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부들은 계시헌장을 통해 신자들에게 하느님 말씀에 맛들이라고 가르칩니다. 성경 말씀을 삶의 길잡이로 삼고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을 발견하는 체험을 꾸준히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2013년 3월 10일 사순 제4주일 대구주보 3면,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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