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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11: 떠나가는 젊은이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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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12 ㅣ No.407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1) 떠나가는 젊은이들 1

젊은이 지친 어깨 안아주고 새로운 희망 보여주자


청년 없는 청년미사, 젊은이들은 어디로

주일 오후 7시 서울 한 본당 청년미사. 오전 11시 교중미사 때는 자리가 부족해 성당 뒤편에 간이의자를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신자들이 많았지만, 청년미사 시간에는 여기저기 빈자리가 눈에 띈다. 제대 앞쪽으로 전례 봉사를 하는 청년 5~7명과 성가대 단원 10여 명을 제외하곤 어른 신자들이 대부분이다.

비슷한 시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서울 강남역 일대. 화려한 성탄트리 조명 장식과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캐럴이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갑자기 몰아친 한파에도 거리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직장인 김영현(28)씨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강남역을 찾았다. 천주교 신자인 김씨는 “미사를 참례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바쁘고 여유가 없다 보니 자꾸 뒷전이 된다”고 말했다.

각종 학원이 밀집해 있는 근처 스터디룸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대학생들은 7평 남짓한 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는 그들에게 남의 얘기다. 대학생 김정효(24)씨는 “주말을 이용해 그동안 소홀했던 면접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장 먹고 살 걱정이 해결되지 않다 보니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자체가 부담돼, 가끔 미사만 참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국내 한 대기업은 전국 대학을 돌며 그룹 내 스타 최고경영자(CEO)와 각계 명사들이 나서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강연을 여는 곳마다 이 시대의 멘토들이 말하는 꿈, 열정, 고민을 듣고자 대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강연자들은 대학생들에게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살 것을 조언했다. 대학생들은 멘토가 들려주는 삶의 얘기에서 위로를 찾고 희망을 품었다.

- 서울 서교동본당이 청년들을 찾아 ‘젊음의 거리’ 홍익대 놀이터에서 봉헌한 거리미사 모습. 성당에서 청년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청년들이 모인 곳을 찾아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미사를 봉헌하고 전례댄스, 생활성가 공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사를 꾸며 청년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떠나가는 젊은이들

점차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통계자료를 보면 2010년 청년신자들의 미사 참례율은 6.9%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2011년 한국천주교회 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신자 총수 대비 2011년 신자 총수는 2% 증가했지만, 15~19세에서 3%, 20~24세에서 0.9%, 25~29세에서 3.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신자 통계와 비교해볼 때도, 전 연령층에서 신자 수가 늘어난 반면, 19세 이하 연령층에서 24.4%나 감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재영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사목지원 연구팀장)는 ‘청년신자의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발표한 논문에서 “현대교회의 적지 않은 청년신자들은 신앙의 활력을 잃고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유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리스도교의 가치들 및 교회 공동체들과의 접촉을 상실했거나 겨우 형태만 유지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은 교회에 남아 있지만 신앙의 의미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내적으로는 마치 하느님이 현존하시지 않는 것처럼, 복음이 더 이상 그들 삶의 지도 원리가 되지 않는 것처럼 생활하며, 나아가 신앙이 더 이상 그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한다고 여겨 쉽게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의 갈망

문치명(베드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교구 회장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은 교회를 안식처로 여기고 의지하지만 교회는 젊은이들을 ‘일꾼’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교회 안에서 신앙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점차 교회 밖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연 신부(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겸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는 “대다수의 청년들은 성당에 나오지 않고 있음에도 하느님을 갈망하며, 교회가 자신들의 올바른 신앙과 생활에 지표를 제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성인으로서 사회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복음말씀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교회가 알려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 중심의 사목

서울 A본당 주보에 3주째 주일학교 교사 모집 홍보 글이 실렸다. 그 옆에는 청년 전례단, 성가대 모집도 눈에 띈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새내기를 유치하는 목적이 아니다. 당장 주일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청년, 청년미사 안에서 전례에 참여할 청년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당 사제들은 활동하지 않는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미사만 참례하고 가는 청년신자들이 주요 타깃이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환대로써 청년들을 교회로 초대하기보다는 당장 교회 내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김승한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는 “본당 내 여러 활동 단체가 대부분 인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며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청년들을 활동으로 이끄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를 찾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위로 받고자 하는 갈망이 있는 만큼 교회는 이들을 먼저 환대하고 돌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청년사목의 지속성과 전문성의 부재 또한 문제로 꼽는다. 김승한 신부는 “사제의 잦은 인사이동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진 경험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지 못한 채 단절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목자가 바뀔 때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 가능한 구조가 어렵다보니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바라봐야 하는 청소년·청년사목은 심화·발전 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 청년사목 전문가들은 단기적이고 이벤트 중심의 사목보다는 청년사목의 명확한 근간이자 장기적 방향성인 비전을 정립하는 것이 청년사목 활성화를 위해 시급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서울 무악재본당 청년학교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엠마우스 성찬식을 거행하고 있는 모습.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2년 제17차 세계청년대회 장엄미사 강론을 통해 “젊은이는 우리의 희망”이라고 언급하며 “이 세상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될 여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11년도 교회 내 교적에서 젊은이 비율을 보더라도 15~34세가 27%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회 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은 각별한 사목적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까지 교회는 젊은이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펼쳤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이벤트 중심의 사목은 냄비처럼 금방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며 한계를 드러냈다. 박문수 박사(한국 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는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청년들이 사도로 성장·발전 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교회적인 접근 방법을 택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교회에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긴 안목을 갖고 근본 처방을 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신부도 “현재 한국교회는 청년사목의 장기적 방향이나 목적이 명확하게 공유돼 있지 않다”며 “한국교회는 청년사목의 활성화를 위해서 청년사목의 명확한 근간이자 장기적인 방향성인 비전을 정립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적이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역동적인 세대이다. 하지만 한국사회 안에서 ‘88만원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상태이기도 하다. 교회는 젊은이들의 갈망과 어려움에 귀 기울이며 환대와 위로로써 그들을 대해야 한다. 교회가 청년들을 교회 안으로 다시 모을 수 있을 때 위기를 넘어 밝은 발전된 한국교회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13일, 조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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