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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12: 떠나가는 젊은이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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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19 ㅣ No.409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2) 떠나가는 젊은이들 2

젊은이들을 ‘청년복음화의 주체’로 양성하자



- 청년사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음화의 주체로 젊은이들을 양성함으로써 그들이 스스로 청년사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인천교구 청년사목 세미나에서 조재연 신부가 ‘현대 청년사목의 비전’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모습.


■ 젊은이를 향한 희망

교회는 떠나가는 젊은이들에 대해 염려하지만, 결코 비관하고 있지는 않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메시지에 “교회야말로 세상의 진정한 젊은이”라고 언급된 것처럼 교회가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는 데 청소년·청년사목은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청소년·청년사목을 비관한다는 것은 교회의 새로운 복음화를 비관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폐막메시지를 통해 “교회는 공의회를 통해 영원히 젊으신 그리스도, 살아계시는 위대한 분이신 그 창립자의 계획에 더 잘 부응하고자 자신의 모습을 젊게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고백하며 “공의회를 통해 바로 젊은이를 위해 빛을 밝혔다”고 밝혀 공의회를 통해 쇄신하는 교회에 젊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천명했다.

개막 50주년을 맞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에 비추어 선포된 ‘신앙의 해’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교회에도 마찬가지로 젊은이는 주요 관심사다. 지난해 10월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참된 그리스도교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는 젊은이를 가장 중심적인 관심 대상 중 하나로 두고, 폐막메시지를 통해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특별히 소중하다”며 “젊은이의 세계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어렵지만 특별히 희망적인 자리”라고 선포했다.

한국교회 역시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에 희망을 걸고 있다. 2000년 대희년을 전후로 전국 여러 교구들은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 준비에 핵심적인 사목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시노드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구에서 청소년·청년사목이 가장 중요한 사목 방향으로 선정됐다.


■ 비전의 공유

대희년을 맞은 지 10년이 더 흘렀지만 시노드를 끝낸 교구들은 젊은이사목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청년사목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비전의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들고 있다. 많은 고민과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비전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년·청년사목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문수 박사(한국 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는 “각 교구들은 대부분 결정만 내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목표, 전략, 이행 및 평가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본당에서 사목방침을 정할 경우 교구의 사목지침과 무관할 때가 많고 새로운 사목방향을 제시할 때 활력이 커진 신자들을 담아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 차원의 비전도 설정돼 있지 않을뿐 아니라 교구 단위도 대부분이 비전 설정 및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청소년·청년사목이 활성화돼 있는 많은 나라들의 경우 전국 차원의 사목 비전을 설정하고 공유하기 위한 기반이 잘 닦여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필리핀이다. 미국은 주교회의 산하에 청소년사목연맹(the National Federation for Catholic Youth Ministry·NFCYM)을 설립하고 전국 차원의 청소년사목 비전을 공유, 청소년사목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 주교회의의 청소년사목주교위원회(Episcopal Commission on Youth·ECY) 역시 필리핀 전체 청소년사목의 비전과 정책,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고 각 교구의 청소년사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기구들은 단순히 교구 청소년사목 담당자들의 협의체가 아니라 상설 운영되는 기구로서 성직자, 수도자, 신자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사목에 관련된 모든 구성원이 공통된 비전을 갖고 사목에 임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 지속적인 활성화

비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청소년·청년사목을 성공으로 이끌기 어렵다. 한국교회의 구조상 사목의 성쇠는 주로 사제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청년사목은 사제 개개인의 능력과 관심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사목방향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는 대안이 청소년사목지침서다.

이건복 신부(수원교구 청소년국 국장)는 “한 사목자에 의해 청소년사목이 변하는 구조를 탈피하지 않으면 청소년사목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연계되는 사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연구와 그에 따른 지지로 이뤄진 규정, 즉 청소년사목지침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사목지침서는 청소년·청년사목의 목적과 방향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전문적인 연구로 마련된 구체적인 사목정책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사목자가 바뀌면서 맥이 끊겨왔던 기존의 사목자 역량 중심 사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사목자가 다르더라도 청소년사목지침서에 규정된 공통된 사목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사목 상설기구를 가진 미국, 필리핀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독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미 전국 차원의 청소년사목지침서를 마련해 개개 성직자나 청소년사목 책임자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상황을 막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도 청소년사목지침서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교구 차원에서는 이미 지난해 10월 수원교구가 교구 청소년사목지침서를 공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전국 차원에서도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와 전국 청소년국장회의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사목지침서 마련을 위한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2일 청소년사목지침서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청소년사목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었으며 올해에는 각종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청소년사목지침서 마련을 위한 틀을 형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명기 신부(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총무)는 “청소년사목에 대해 전국 교구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향과 지침 설정의 필요성이 논의돼 오다 전국 교구 청소년국이 청소년사목지침서 마련에 뜻을 모으게 됐다”며 “교구마다 천차만별인 사목특성을 아우르고 청소년사목 실무자들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며 한국교회 실정에 맞는 충실한 청소년사목지침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활동이 아니라 양성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을 체계적인 지침 안에서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행사 및 활동 위주로 치우치는 청년사목과 성인신자들이 가진 청년에 대한 의식을 바꾸는 것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을 청년복음화의 주체로 양성하는 것이 청년사목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라고 말한다.

세계주교대의원회 제13차 정기총회에서도 교부들은 의안집을 통해 “신앙 전수에 필요한 것은 젊은이를 선포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며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문화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참으로 실천하는 데 신선함과 열정을 불어넣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을 강조했다.

이런 변화를 시작해 나가야 할 곳은 바로 본당공동체다.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의 청년사목은 본당공동체의 의식을 바꾸고 청년사도를 양성함으로써 청년사목을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무악재본당은 2009년 활동하는 청년이 단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청년공동체가 침체돼있었다. 이에 본당은 먼저 설문조사를 통해 청소년·청년사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소년·청년사목이 사목자만의 일이 아니라 본당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의 일임을 인식시켰다. 본당공동체가 청년들을 본당행사의 일꾼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환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청년들의 친교활동을 촉진하자 자연스럽게 청년의 수가 증가했다. 본당의 청년사목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리더그룹을 조직화해 청년들을 복음화의 주체로 양성했다. 이런 노력들 속에 약 1년 뒤 무악재본당 청년공동체는 활동청년 80여 명에 달하는 활발한 공동체로 변했다.

조재연 신부(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겸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는 “전례부, 성가대 등은 분명 사도직 활동이기는 하지만 기능중심으로 치우쳐져 공동체를 통합할 힘이 약하다”면서 “청년들이 사도로 양성되는 조직을 만들어 본당에서 교구, 교구에서 전국으로 연계되는 조직을 만들어야 현재 활동중심 청년사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년 신자의 신앙생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현 교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살아있는 신앙체험의 기회 및 분위기 부족’(36.2%)이라고 답했다. 젊은이들이 교회공동체 안에서 역설적으로 ‘신앙’에 목마름을 느낀다는 직접적인 호소다. 젊은이들이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공동체가 젊은이들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젊은이 자신을 포함해 사목자와 교회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젊은이들에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 말로 떠나가는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를 향하게 하는 첫걸음이라 하겠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20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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