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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의제 개요에 대한 한국교회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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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30 ㅣ No.221

[경향 돋보기 -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의제 개요」에 대한 한국교회의 답변

 

 

한국사회는 최근 몇 십 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민주화, 경제성장, 세계화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동시에 서구사회가 여러 세기에 걸쳐 이루어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 발전을 단기간에 성취하면서 인간과 생명, 가족에 관한 가치관과 정체성의 혼란, 물신주의의 팽배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화적 혼종주의가 성행하고, 종교 안으로 깊이 들어온 세속화 현상은 종교 혼합주의 또는 근본주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최근에도 남북 간 이념의 대립과 반목, 갈등을 고조시키는 몇몇 정치, 군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래서 세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특별히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서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러한 교회의 역할과 공헌은 한국교회가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1970-1980년대 한국사회 민주화와 정의구현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교회의 큰 역할과 공헌,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생명수호, 환경보존과 평화 유지를 위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자 동력이 되어왔다.

 

 

‘새로운 복음화’의 인식과 추진

 

한국교회에서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논의와 추진이 전 교구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이며 현재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희년을 전후하여 개최된 6개 교구 시노드에서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교회와 세상을 복음화하기 위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많은 교구에서 2011년 사목교서를 통해 ‘새로운 복음화’를 강조하며 그 의미를 파악하고 사목적 실천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구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복음화를 지향하며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으로서 친교의 교회 공동체, 참여하는 교회를 구현하고자 한다.

 

한국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선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선교 활동 방식은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차원의 선교 활동이다. 여러 교구에서 장기적인 사목계획으로서 복음화율의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을 독려하면 본당에서는 이를 실현하려고 소공동체나 각종 신심사도직 단체 등을 통해 다각적인 선교활동을 구체적으로 전개한다.

 

 

지역교회 안에서 펼쳐온 새로운 복음화의 방식들

 

한국교회는 1990년대 초 서울대교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교구에서 ‘소공동체로 엮어진 본당 공동체’를 이루려고 노력해 왔다. 소공동체는 본당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친교의 장, 영적 성장과 선교의 터전, 평신도들의 역할과 참여 증대와 본당 사목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그 역할이 강조되어 왔다.

 

한국교회는 가정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가정의 해체와 붕괴 등 오늘날 가정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와 교회의 기초 세포인 가정을 지지하고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해 왔다. 많은 교구에서 ‘가정사목국’을 설치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가정사목을 지원하고, 가정의 성화를 위해 복음과 함께하는 가정기도, 가정교리, 가정 소공동체 등의 활동을 해왔으며,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의 운영과 ‘행복한가정운동’ 등도 이런 맥락에서 전개해 왔다.

 

한국교회는 이웃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필요에 복음적으로 응답하고 협력하고자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활동들을 펼쳐왔다. 지역사회에 성당을 문화 공간으로 개방하거나 도농 생명공동체 운동 등을 진행해 오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사목도 한국교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의 한 모델이다. 교회 기관과 단체의 웹사이트, 인터넷 방송국, 인터넷 신문, 사이버 학교 등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영적 갈망에 대한 교회의 응답

 

최근 들어 사람들의 영적 갈망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유사영성 운동, 그릇된 신심 운동도 더불어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목격한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갈망을 감지하고,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기반을 둔 영적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랜 수도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회에서 수도원 담장을 낮추어 대중들에게 영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수도생활 체험학교, 대상 · 주제를 달리하는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 기도 모임 등이 늘어나고 있고, 여기에 참여하는 신자들도 늘고 있다.

 

한국교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목에서 ‘청년성서모임’은 주목할 만하다. 1972년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에서 처음 시작하고, 1988년 서울대교구로 이관되어 계속된 ‘청년성서모임’은 이후 다른 교구로 확산되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의 성서사도직운동은 그동안 성경을 가까이 하지 않던 신자들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인터넷과 우편을 이용한 성경교육 과정인 시청각 통신성서, 소그룹 성경 공부와 나눔 모임 형태로 가톨릭성서모임, 여정성서모임, 성서백주간, 대구가톨릭어버이성서모임, 바오로성서모임, 우리성서모임, 성서못자리 등이 있다.

 

 

신앙 전수를 통하여 우리 교회가 거두어온 주요 결실

 

첫째 결실은 교회의 외적 · 지리적 확장이다. 예수님의 지상 명령을 실천함으로써 신자 수는 늘고 교회는 외적으로 더욱 확장되었다. 한국의 가톨릭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여 2008년에 처음으로 5백만 명을 넘어섰고, 2009년에는 총인구의 10%를 돌파하였다. 본당은 2001년에는 1,258개였던 데서, 10년 사이에 1,609개로 늘었으며, 사제는 2001년 3,220명에서 2010년 4,522명으로 1,302명이 늘어났다.

 

두 번째 결실은 교회의 쇄신이다.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은 그 선포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절실하게 체험하기 때문에 더욱 성령께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먼저 자신이 철저하게 복음화되어야 제대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더욱 복음화의 길에 들어선다.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는 세상의 유혹과 여러 우상을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자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된다.

 

신앙 전수 과정을 통하여 평신도들이 양성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외교인이 입교하기까지 인도한 사람들이나, 입교한 예비신자들을 돌보아 세례를 받게 도와주는 교리 봉사자들, 그리고 이들을 소공동체 모임에 인도하여 돌보아주는 구역장과 반장들이 그들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신앙의 확신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이민족의 뜰’

 

‘이민족의 뜰’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모이는 공간에서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고 했을 때, 한국사회에서 ‘이민족의 뜰’이 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믿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 그 자체를 우선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신자들은 결혼, 장례와 같은 관혼상제에 적극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복음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장의 신우회와 각종 인터넷 동호회 등도 비그리스도인이 많은 한국사회에서 소규모의 공동체를 통해 친교와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복음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민족의 뜰’은 한국사회에 급격히 늘고 있는 외국인 이민자들이다. 이주 근로자와 결혼 이민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등록 외국인(장기 체류)만 해도 2009년에 870,636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결혼 이민자의 경우는 이주 노동자보다도 사회적으로 더 큰 충격을 야기하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혈통 중심의 가족관을 바꾸는 것은 물론 문화와 종교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새터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의 ‘이민족의 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는 2만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살고 있다.

 

IT 산업이 발달한 한국사회는 사이버 공간도 중요한 ‘이민족의 뜰’이 되고 있다. 이제 사이버 공간은 새로운 사회적 공간이자 삶의 양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가톨릭 교육 활동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와 일치하여 교회의 교육적 사명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초대교회 때부터 꾸준히 실천해 온 이 직무를 ‘복음화’의 맥락에서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한국 가톨릭 교육헌장(2006.10.12.)과 지침서(2009.3.23.), 유아교육지침서(2009.1.10.)를 마련하여 교회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 활동에 매진해 오고 있다.

 

교육 활동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공교육 차원의 교육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차원의 교육 활동이다.

 

공교육 차원은 교육부의 승인을 얻은 가톨릭 학교가 해당된다. 현재 가톨릭 학교는 유치원 217개, 초등학교 6개, 중학교 28개, 고등학교 38개, 대학교 11개가 있다.

 

교회 차원의 교육 활동에는 교구, 본당, 대사회와 관련하여 교회에서 하는 모든 교육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각 교구는 청소년국(교육국)을 설립하고 산하에 유아 · 유치부, 초등부, 중 · 고등부, 청년부, 대학부 등 연령에 따라 각 부서를 두어 교육 활동을 실천하고, 본당은 주일학교, 예비신자 교리교육, 신자 재교육(견진, 특강, 성경 강의), 노인대학과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성령쇄신운동, M.E., 마리아사업회, 성서사도직, 신앙 강좌, 혼인 강좌 등을 실시하며, 대사회적으로는 교육관, 문화관, 기념관, 피정, 연구소 등의 문화교육 활동과 출판 활동, 다문화 가족과 이주민 센터,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을 통한 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 문화기관들의 기여

 

한국의 가톨릭 문화기관들이 한국사회에 한 기여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톨릭적인 근본이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데 있다.

 

이러한 기여는 학문적이고 실생활적인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학문적 기여는 다양한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 출간, 서적 출판을 통해 지식인들이 가톨릭교회의 활동을 인식하도록 이끌어주었고, 그들이 인간에 관한 중요한 가치들인 생명, 가정, 평화, 정의, 연대 등의 주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실생활적인 차원은 주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특강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가톨릭 사제와 신자 학자들은 교구, 본당, 기타 단체 등이 마련한 신앙, 종교, 인문 강좌 등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와 같은 교회 내 기관은 ‘한국 가톨릭매스컴상’과 같은 것을 제정하여 종교를 초월하여 매스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하여 정의와 평화, 사랑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드높인 매체 종사자를 발굴하여 격려하고 있다.

 

 

주교회의의 노력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인류 복음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1975년에 ‘한국외방선교회’(현재는 파푸아뉴기니아, 대만, 중국, 캄보디아, 모잠비크, 필리핀 등지에서 본당사목, 의료사업, NGO 관련 활동을 하고 있음.)를 설립하였다. 복음 선포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투신을 필요로 하는 해외 선교사 양성(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교회의 복음화 사명 수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주교회의 산하 다양한 위원회들(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약 22개의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이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서 교회 내·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령 주교회의 산하 이주사목위원회는 국내 거주 외국인 사목을 위해 교류와 연대를 활성화하고, 이주와 이주민에 대한 효과적인 사목적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과 이주 노동자를 위한 종교적 · 사회적 지원 방안도 모색하며 국내이주사목 실무자들을 위한 연수와 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주교회의는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질적 · 내적 성숙으로 교회의 본질적 존재 방식과 사명을 더욱 깊이 인식하고 실현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의제 개요] 72개의 설문에 대하여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정리한 답변서를 편집부에서 요약한 것이다.

 

[경향잡지, 2011년 10월호,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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