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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부모 - 인간과 교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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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54

[레지오 영성] 부모 : 인간과 교회의 길



인간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양육됩니다. 그래서 가정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인간 공동체이며, 자기 인생에 있어서 첫 번째 학교가 되는 것입니다. 이 학교에서 인간은 ‘인간으로서 사는 길’을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부모가 제일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모는 자녀에게 생명을 전수하는 동시에 또한 교육의 책임도 집니다. 그것은 이미 자녀의 출산 안에 부모가 지니는 ‘교육의 권리와 의무’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정교육에 대하여 모든 부모가 이론적으로는 잘 이해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별히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현대사회 안에서 가정교육은 참으로 쉽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시대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4월 27일(하느님의 자비주일)에 시성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최초의 교육자요 가장 중요한 교육자입니다.”(『가정교서』 16항) 때문에 “부모의 교육 권리와 의무는 부모와 자녀간의 특유한 사랑의 관계 때문에, 타인들의 교육 역할과 비교해볼 때, 본래적이고 일차적입니다. 그것은 대치되거나 양도될 수도 없는 것이므로, 타인이 완전히 위임 받거나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가정공동체』 36항)

이렇게 볼 때에 부모는 ‘부모로서 통합되기 위하여’ 자녀들을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부모는 ‘자녀가 인간으로 성장하고 성숙될 필요와 권리’를 지니고 있기에 교육자인 것입니다. 참으로 자녀들은 부모들로부터 인간답게 교육되고 양육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교육에는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와 하느님도 함께 참여하게 됩니다. 즉 ‘가정-사회-교회’를 통하여 자녀들은 ‘친밀성-사회성-초월성’을 배우면서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가정의 종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는 ‘기도’

사실 부모가 행하는 가정교육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참조 『가정교서』 16항) 그런데 가정 안의 종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도야말로 인간존재의 필수불가결한 구조적인 요소로서, 가정 안의 기도는 ‘가정교회’라는 그 자체의 본질적인 요구가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가정기도는 그리스도인 가정의 ‘기본적이고 영적인 필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기도는 “가정의, 가정을 위한, 가정과 함께 하는 기도(『가정교서』 4항)”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에 그리스도인 부모는 자신의 구체적인 모범과 산 증거, 즉 부성적 사랑과 모성적 사랑으로써 가정 안에서 자녀를 교육하는 것입니다.(참조 『가정공동체』 36항) 물론 이 교육의 바탕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통하여 부모는 자녀를 온전히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그 자녀를 위한 희생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을 갖게 됩니다. 여기에 교회는 부모들과 협력하여 그들의 자녀들이 그리스도 안에 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인 부모들은 참된 교육자가 되기 위하여 영원한 교육자이신 예수님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 길을 통하여 그리스도인 부모는 자신도 역시 참된 부모의 모습을 실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정에 성체의 식탁은 큰 힘과 도움이 됩니다.(참조 『가정교서』 18항) 참으로 부모가 행하는 가정교육이야말로 이 세상을 하느님이 원하신 모습으로 살게 할 수 있는 첫째가는 길입니다. 그 여정에 예수님께서는 부모들과 늘 함께 하신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가정의 교황’이라고도 불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가정을 ‘교회의 길’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이 수많은 길 가운데, 가정이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입니다. 가정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길입니다. 그러나 가정은 개별적이고도 독특한 길이며, 모든 개인이 반복되지 않는 일회적인 것처럼 가정도 되풀이되지 않는 길입니다. 가정은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길입니다.”(『가정교서』 2항)

이 가르침은 가정이 ‘구원의 사명’을 띠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가정을 위하여 하느님께는 역사 안에서 당신 사랑의 계시를 지속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가정을 위한 사랑’은 결코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정은 말씀으로 비추어지고, 성사로 풍요로워지며, 애덕으로 고무되고 인도되고 있기에 ‘교회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은 커다란 ‘교회의 몸’ 안의 배아처럼,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소명에 부합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인간과 가정은 모두가 교회의 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틈나는 대로 “미래의 복음화는 가정교회에 달려 있습니다”면서 부모들을 일깨웠습니다.(『가정공동체』 65항) 즉 그리스도인 가정은 복음화에 있어서도 특별한 소명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인 가정은 매일의 삶을 신앙의 눈으로 보고,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자취를 찾으려 함으로써, ‘가정교회’로서의 가정의 참된 가치를 회복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인 가정이야말로 이 시대에 새로운 삶의 모범을 증거해 줄 수 있게 됩니다. 비록 그리스도인 가정의 삶이 겨자씨처럼 작을지라도, “가정, 본연의 모습이 되어라(『가정공동체』 17항)”는 권고는 그리스도인 가정에게 부여된 소명이며 과업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과 가정은 모두가 교회의 길입니다.”(『가정교서』 2항) 이에 따라서 그리스도인 가정은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현대인들의 ‘슬픔과 고뇌를 기쁨과 희망으로’ 바꾸어줄 수 있는 ‘가정교회’의 참 모습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가정교회 안에서 부모는 자녀들을 이끄는 주님의 사도들입니다. ‘인간이 교회의 길’이듯이, 참으로 ‘부모는 가정의 길’인 것입니다.

부모는 예수님께 드리는 온전한 의탁을 통하여 가정이 구원의 공동체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말씀하시면서 부모들을 자녀들과 함께 축복하십니다. 부디 모든 부모들이 나자렛 성가정을 따라 사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5월호,
정연정 디모테오(신부,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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