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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와 가톨릭교회교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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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19 ㅣ No.411

[신앙의 해 특집] 신앙의 해와 가톨릭교회교리서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신앙의 해’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 신앙의 해를 시작하면서, 이 시기에 교회가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2년을 기념하고 있음을 되새겼다. 잘 알다시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20세기 교회에 최대의 사건이었으며,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 공의회의 진정한 결실로 평가된다.

‘신앙의 해’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무엇보다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위한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성찰하도록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촉구하신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깊은 내적 관계가 모든 삶의 기반이라는 사실이 오늘날 믿는다고 하는 이들에게서조차 점점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들의 신앙을 따라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사도 4,12). 따라서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이다(「믿음의 문」, 6항 참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신앙의 기초이자 핵심은 언제나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그분께 돌아서는 새로운 마음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 신앙의 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기쁨과 신앙 전수의 열정을 되찾고, 신앙이 “평생의 동반자”(「믿음의 문」, 15항)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 신앙의 해는 말하자면 우리 모두가 우리 삶의 평생 동반자인 신앙을 쇄신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신앙의 해에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기 위한 온갖 노력에는 「가톨릭교회교리서」와 공의회문헌을 공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가톨릭교회교리서」는 20년 전 발간될 당시에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바라고 시작했던 교회 생활 전체의 쇄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하여 이 신앙의 해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 귀중하고 꼭 필요한 도움을 받아 우리가 신앙의 쇄신을 이루고 신앙이 성장하기를 바라신다. 바로 이 신앙의 해에 「가톨릭교회교리서」에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신앙의 근본 내용을 재발견하고 연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당부하시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성경에서 교부들에 이르기까지, 또 수세기에 걸쳐 나타난 신학자들과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신앙에 관하여 교회가 성찰하고 교의를 발전시켜 온 수많은 방법들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여,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에서 확신을 갖도록 해주기 때문이다(「믿음의 문」, 11항 참조).

그렇지만 「가톨릭교회교리서」를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2000년의 역사 동안 교회가 지키고 가르쳤던 신앙의 오랜 유산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말하자면 새것과 옛것을 모두 담고 있다. 신앙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며 또 언제나 새로운 빛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오랜 전통에 따라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곧 신앙의 내용인 신경, 거룩한 전례, 그리스도인의 삶,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그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 시대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하여 그 내용을 자주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요한 바오로 2세, 「신앙의 유산」, 3항 참조).

그렇다고 「가톨릭교회교리서」를 공부하는 것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쌓는 일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교리서의 구조 자체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믿는 바를 고백하고(제1편), 고백하는 바를 성사와 전례에서 거행하며(제2편), 고백하고 거행하는 바를 삶으로 실천한다(제3편). 그리고 우리가 고백하고 거행하고 실천하는 바는 언제나 모두 기도에로 모아진다(제4편). 전체적으로, 믿는 신앙과 행동하는 신앙이 불가분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해, 신앙은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삶 전체와 관련된다. 따라서 “우리는 교리서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안에 제시된 것이 이론이 아니라 교회 안에 살아계시는 분과 이루는 만남이라는 것”(「믿음의 문」, 11항)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가톨릭교회교리서」는 하나의 책이다. 이 ‘무겁고 두꺼운’ 책이 그리스도와의 생생한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안내자로서, 우리를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과 친교 속으로 안내한다. 교리서를 읽고 공부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신앙을 깊게 하는 것, 곧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신앙의 해는 우리 모두가 온 우주의 구원자이신 예수님과 우리가 맺은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은총의 때이다. 오직 주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만 미래에 대한 확신과 참되고 영원한 사랑이 보장되기 때문이다(「믿음의 문」, 15항 참조).

신앙의 위기를 말하는 이 시대와 이후에도 물론 다음 질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계속해서 도전이 될 것이다. 곧 급변하는 현 시대와 미래에도 신앙이 여전히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근본 기준으로 남을 것인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믿음의 문’을 통해 신앙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서 자라나고 그들의 시각과 삶의 방향을, 그들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이 신앙의 해에 우리는 특별히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히브 12,2)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사도를 따라 모든 신앙인을 위해 이렇게 기도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에페 3,16-17).

[2013년 1월 20일 연중 제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6-7면, 김혁태 베드로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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