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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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하느님의 뜻을 겸손하게 찾는 일(충분한 토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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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55

[레지오와 마음읽기] 하느님의 뜻을 겸손하게 찾는 일(충분한 토의의 힘)



값싼 스릴러를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헬렌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녀에게 그럴듯한 소설에 대한 구상이 떠올랐는데 왠지 예감이 좋았다. 그런데 그 소설을 쓰려면 스릴러를 쓸 시간이 없어 수입이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새로 쓸 소설이 잘 되면 대박이지만 안 되면 쪽박을 찰 확률이 높았다. 만약 그녀가 이런 자신의 상황에 대하여 조언을 구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이야기는 1960년대 초 MIT 대학원생인 제임스 스토너의 실험에 쓰인 재미있는 시나리오이다. 스토너는 혼자서 생각하여 내린 결정과 여러 명이 함께 의논하여 내린 결정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결정이 되었을까를 비교해 보았다. 즉 헬렌의 경우에 대하여 인생의 조언자 역할을 개인에게 물었을 때와 집단에게 물어 그들이 의논하여 내렸을 때를 비교하는 것으로, 여러 번 같은 실험을 반복하여 결과를 얻었다.

집단에서 내린 결정은, 개인이 내린 결정에 비해 훨씬 위험 수준이 높은 경향으로 나타났다. 즉 집단은 그녀에게 모든 걸 포기하고 소설에만 매달리라고 권했고, 개인은 스릴러 쓰는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토너 실험 결과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개인보다는 집단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집단으로 의사 결정할 때 위험이 더 큰 선택해

이처럼 집단으로 무엇을 결정할 때는 개인으로 결정할 때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는데, 이 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집단사고’가 있다. 이 ‘집단사고’는 주로 의사결정에 있어서 여러 대안들에 대한 분석이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쉽게 합의를 이루려고 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하는 것으로, 대체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견 일치를 유도하여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든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단결이 잘되는 집단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Irving Janis)는 ‘집단사고’라는 용어를 “응집력이 높은 집단의 사람들이 만장일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이 내놓은 생각들을 뒤엎으려고 노력하는 상태”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집단사고는 꽤 위험할 수도 있다.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이륙 후 73초 만에 폭발한 것은 집단으로 합의된 결정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의 원인은 고체연로 로켓이음새 부분의 결함으로 드러났는데 이 결함에 대해 이륙 전에 엔지니어들이 수차례 경고를 했다. 하지만 통제실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비행을 잘 한데다 발사가 4번이나 연기되어 시간에 쫓기던 차여서 이상 없을 것이라고 합의한 뒤 챌린저호를 발사하였다. 결국 이 결정으로 최초의 민간인 여교사 우주인를 비롯한 7명이 재로 변했다.

그렇다면 집단이 어떻게 해야 현명한 결정에 이를 수 있을까? 레지오 창설자 프랭크 더프는 이 ‘집단사고’란 말이 생기기 수십 년 전에 이미 교본에서, 레지오라는 ‘집단’에서 다수의 목소리 큰 사람들에 의해 의사가 쉽게 결정됨으로 있을 폐해를 경계하며, 그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즉 교본에는 “다수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으며, 따라서 표결에 의한 성급한 결정이 중대한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다음 회합 때까지 그 결정을 미루고, 또한 미룰 수 있는 한 최대로 미루어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241쪽)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건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겸손하게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242쪽)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서울 A성당 꾸리아에서는 올해 2월 회의에 ‘야외행사 장소 및 날짜’가 의제로 상정되었다. 장소는 00성지로 쉽게 결정되었지만 당초 5월 중 토요일에 가기로 계획된 것에, 일부 토요일 근무자들의 변경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한 의견은 “당초 계획된 날짜에 하는 게 좋겠다. 일요일은 가족들도 돌봐야 하고 또한 본당 신부님께서 일요일에 야외 행사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라는 것이었고 또 다른 의견은 “대다수 직장인은 토요일에 근무한다. 일요일이라도 모두 참가할 수 있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2건의 사업보고가 있어 평소보다 시간이 더 지체 되어 충분한 토의로 결정하기 보다는 빨리 끝내고 가는 게 좋겠다는 분위기인데다, 평소에 목소리가 큰, 영향력 있는 평의원이 낸 의견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되었다. 즉 의견의 내용보다는 의견을 낸 사람의 특성에 좌우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꾸리아 단장은 “이 건에 대해 한 달 간 기도드리며 다시 생각해보고 다음 월례회의에서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을 유보하였다.


의사결정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교본에 “평의회는 평의원들로 하여금 기도를 통해서 해답을 구하고 모든 각도에서 검토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니 이때 꾸리아 단장의 결론은 아주 현명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행사의 성공여부와는 관계없이 집단사고의 위험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매우 신중한 의사결정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반대의견을 수용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하는 것은 쁘레시디움이나 평의회나 모두 해당된다. 그래야만 집단사고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위험성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교본에서는 쁘레시디움에서는 사랑이 가득한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평의회에서는 평의원들이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발언하라는 구체적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도 이처럼(*로마 군대처럼)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여 ‘세속’ 정신이라는 위험한 적이 레지오의 진지(회합)를 침략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랑을 해치는 말씨나 태도를 몰아내고, 기도의 정신과 레지오 의 신심으로 가득한 회합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적의 침략을 막는 방법이다.”(교본 24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시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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