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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책 읽는 청년: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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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25 ㅣ No.209

[책 읽는 청년] 심플하게 산다



교구 청년부 담당 오승수 시몬 신부입니다. 책 읽는 청년 시간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2013, 바다 출판사)입니다. 책 제목만 보더라도 ‘어떤 책이구나.’ 짐작이 가는 책입니다. 교회 안에는 수많은 성인전이 있습니다. 성인들의 삶은 책을 통해 체험하고 감동하지만, 그분들의 지극한 헌신적 삶은 평범함과 일상 속에서 현실에 묻혀 살아가는 범인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들의 모범적인 삶을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조절하여 정리한 듯한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나라 전체가 ‘힐링’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주제가 되어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책들 가운데 대수로울 것 없는 하나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통속적인 ‘힐링’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신앙적인 맛이 나는 책입니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Dominique Loreau)는 프랑스 출신의 수필가입니다. 여행 도중 일본에서 동양적인 것에 매료되어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심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의 생활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했고,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 삶을 계속 다듬어 가면서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심플함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가치라는 사실을.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면서 내 양심에도 부합하는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저자는 심플함이라는 주제를 물건과 몸과 마음이라는 세 가지 소재로 나누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물건을 고르고 가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적게 소유하는 삶을 즐겨야 한다. 그 누구도 바다의 조개껍데기를 전부 주워 가질 수는 없다. 그리고 조개껍데기는 조금만 놓고 봐야 예쁜 법이다. 생기도 아름다움도 없이 수북이 쌓인 ‘죽은’ 물건을 어떻게 즐길 수 있겠는가? 물건을 고를 때는 나에게 꼭 필요하고 되도록 크기도 작은 물건을 고르자. 물건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져 보기에 좋고, 유용하고, 가볍고, 알차고, 휴대와 보관이 쉬운 것을 고르자.” 현대는 물건을 고르고 가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 돈도 물건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시켜 이야기합니다. “돈은 에너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돈이라는 에너지가 새어 나가도록 내버려 둘 때가 많다. 충동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판단력이 흐려진 탓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적게 소유하는 것(심플하게 사는 것)에 만족하는 삶은 돈이라는 에너지를 보존하는 최상의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가치 없는 물건에 돈을 쓰는 것은 곧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임을 명심하자.”

저자는 먹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상적인 삶의 자세를 실제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소박한 밥상은 청빈과 검소함의 상징이다.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고 희생시키면서까지 무절제하고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무언의 비판이기도 하다.” 먹는 것에서도 자기 신념이 필요하다 합니다. 음식이 자신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음식을 길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음식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가장 좋은 의사가 되어야 한다. 음식은 배가 고플 때만 먹자. 시간이 되었다고, 심심하다고, 힘든 일을 하는 사이에 피곤하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한 뒤에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다고, 우울하다고, 화가 난다고, 질투가 난다고 먹지는 말라는 얘기다. 그리고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충분히 음미하자. 제일 중요한 것은 배가 더 이상 고프지 않으면 먹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소재로 많은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에 마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음과 마음의 만남,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왠지 성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듯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남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자. 고대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바른 자세로 진지하게 남의 말을 듣는 법을 따로 배웠다. (중략)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의 침묵에는 심오하고 절도 있는 가치가 담겨 있다.” 야고보서 1장 19절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더 확실한 성경 말씀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쓴 것인지 모르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무엇인가 좋은 일을 했을 때 그것을 떠들고 다니지 말자. (중략)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 6,3)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저만 떠오릅니까?

저자는 심플하게 산다는 것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의 주위에는 돈을 많이 가졌음에도 궁핍한 사람처럼 사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인생의 이런저런 요소를 즐기는 열정을 잃었으며, 젊은 시절의 소박한 기쁨을 더 이상 기억하지도 못한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꽃을 바라보는 것은 존재하는 삶의 방식이고, 꽃을 따는 것은 소유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목적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고, 소유의 여부가 남들에게 달린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존재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심플하게 사는 것, 단순한 삶을 통해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존재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삶을 위해 가난해지는 연습을 하자고 합니다. “가난하게 사는 연습을 하자. 당신이 가진 물건들 앞에서 초연해지자. 운명이 당신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는 날이 왔을 때도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사치를 멀리해야 한다. 이런저런 물건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중략) 자발적으로 집착을 버리면 분수를 지키고 검소하게 살면서 인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찢어지게 가난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분수 안에서 소박함을 찾아가자는 말입니다. 소박함이 있어야 그 안에서 나눔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책이 소박한 삶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지는 못 합니다. 저자가 배우고 느끼고 그렇게 살며 정리한 만큼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딱 그만큼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성인전을 보시다가 성경을 읽으시다가 약간 무겁다 할 때 곁들이기 괜찮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4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가톨릭마산 8-9면, 오승수 시몬 신부(청년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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