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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약은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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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56

[레지오 영성] 약은 집사



작년 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앙이 없는 이들 중에서 32.7%가 가톨릭교회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실제로 우리 가톨릭 신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22.8% 증가하여 2013년 말에는 544만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보입니다.

우선 신자 수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교우 수는 오히려 10년간 3만4523명이나 줄었고, 미사참석률도 26.9%에서 21.2%로 5.7% 감소하였습니다. 또 고령화 현상도 심각합니다. 2003년만 해도 19세 이하 신자 수가 65세 이상 노인보다 38%정도 많았는데, 10년이 지난 2013년 말에는 19세 이하 신자 수가 18% 감소하고, 노인 신자 수는 75%나 증가하여, 이제는 노인 신자가 33%나 더 많습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상황도 예외는 아닙니다. 단원 수가 10년 전에는 전체 신자의 6%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작년 말에는 1만2786명이 감소하여 현재는 4.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방 교구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한 예로 제가 속한 전주교구는 14%나 감소하였습니다. 그야말로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점점 나빠지는 교회의 속사정, 어떤 대안 제시하나?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 색다른 느낌을 주는 비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약은 집사의 비유’(루카 16,1-8)입니다. 평상시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던 집사는 해고 통지를 받고서, 주인의 재산을 이용하여 자기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도덕적으로 대단히 문제가 많아 보이는 이 집사를 영리하다고 평가하셨을까요?

아마도 외국인 지주들에 대한 반감이 팽배하던 시대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네 땅을 외국인에게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한 민중들은 집사가 외국인 지주를 골탕 먹이면서 유대 민족의 자본을 한 푼이라도 덜 유출하는 일을 고소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동족에게 인심을 쓰면서 빚을 탕감해 주고도 지주에게 칭찬까지 받았으니, 더욱 통쾌한 일이었을 겁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루카 16,8)

이런 비유를 드시는 예수님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요? 빛의 자녀들도 하느님의 일을 처리하는 일에서 그 정도의 영민함을 보여 줄 것을 원하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과연 우리는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다 짜냅니다. 하루가 다르게 거리에 등장하는 새로운 업종과 아이디어 상품들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런 놀라운 재능들이 우리 신앙생활과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서는 어떻게 발휘되고 있나요?

지난 10년 동안 교회의 속사정이 점점 나빠져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요? 그 옛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시면서 얼마나 답답해 하셨으면 그런 비유까지 드셨을까 싶은데, 지금 우리를 보시면 똑같은 말씀을 하실 것 같습니다.


복음의 기쁨으로 교회의 어려움 극복해야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시다 보니 ‘복음의 기쁨’이라는 권고문을 발표하셨을 겁니다. 교황님은 이 문헌을 통해서, 교회의 모든 분야에서 복음이 지닌 근원적인 힘, 즉 복음의 기쁨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레지오 마리애도 예외가 아닙니다. 복음에서 오는 기쁨으로 고무되지 않으면 레지오의 정신이나 규율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어떤 활동보다도 좀 더 성경을 가까이 하면서 성경을 읽고, 성경으로 기도하고, 하느님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일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복음의 기쁨이 아니면, 지금 레지오 단원 개인들과 우리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들을 극복해 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6월호,
김광태 야고보(신부, 전주교구 사목국장, 전주 파티마의 모후 레지아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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