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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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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2-03 ㅣ No.414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부터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의 내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은 ‘교회헌장’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사목헌장’과 비교하여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문헌의 정식명칭은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입니다. 헌장은 “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명칭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헌장은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사명을 지닌 교회의 본질과 구성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은 이천 년 동안 교회 역사에서 교회가 자신의 본질과 사명에 관해 본격적으로 서술한 최초의 문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교회는 오랫동안 그릇된 가르침에 반박하고 분열을 막기 위해 하느님과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물음이나 은총과 구원에 관한 문제를 다루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러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 자신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헌장이 가져온 영향에 대해서 우리는 배우게 될 것입니다.

사실 ‘교회헌장’은 여러 면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심을 이룹니다. 그런 까닭에 ‘교회헌장’이 반포되기까지는 수많은 토론과 수정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회헌장’은 다음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두 3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 1962년 1차 회의 초안

1) 투쟁하는 교회의 본질
2) 교회의 구성원과 구원에 필수적인 교회
3) 성품성사의 최고 단계인 주교직, 그리고 사제직
4) 교구장 주교
5) 복음 완덕의 신분
6) 평신도
7) 교회의 교도권
8) 교회 안에서 권위와 순명
9)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와 종교적 관용
10) 모든 민족과 온 세상에 대한 복음선포의 당위성
11) 교회 일치
12) 천주의 모친이며, 인간의 어머니인 동정 마리아(부록으로 교회 헌장의 포함 여부는 미정이었다.)

* 1963년 2차 회기 수정안

1) 교회의 신비
2) 교회의 교계적 구조, 특히 주교직
3) 하느님 백성, 특히 평신도
4) 교회의 성화 소명

* 1964년 최종문헌

1) 교회의 신비
2) 하느님의 백성
3) 교회의 위계 조직, 특히 주교직
4) 평신도
5)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
6) 수도자
7) 순례하는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 그리고 천상 교회와 그 일치
8)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

특히 초안에서 제2회기로 가는 과정은 중대한 고비였습니다. 그리고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초안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 일부의 내용은 수정되고 삭제되었으며, 어떤 특정한 주제들은 나중에 다른 문헌에 삽입되거나 독립된 문헌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교회헌장’은 교회의 내적인 삶에 대한 풍부한 신학을 제공함으로써 공의회의 다른 많은 문헌의 기초가 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2013년 2월 3일 연중 제4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2)


우리는 지난 시간에 <교회헌장>이 교회가 자신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서술한 최초의 문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헌장>은 어떠한 배경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요?

<교회헌장>이 나오기 전까지 교회는 완전한 사회로서의 교회, 다시 말해서 거짓된 세상 안에서 종교적 진리를 간직하고 있는 제도로서의 교회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와 세상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점차 교회관이 바뀌게 됩니다. 그 변화를 주도하게 된 것은 첫 번째 교회 내 평신도의 위상이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평신도는 교회 내에서 수동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1920년 비오 11세 교황님이 가톨릭 액션이라 알려진 가톨릭 단체들의 결성을 장려합니다. 교황님은 이것을 ‘교계적 사도직에 평신도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덕분에 평신도들은 성직자들과 함께 가톨릭 산업조합, 가톨릭 소년단, 가톨릭 노동 청년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앙생활에 참여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을 전적인 평신도의 고유한 사도직 수행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지만 이처럼 위상이 달라진 평신도의 역할은 성직자 중심의 교회관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두 번째의 변화는 신학분야에서 이루어집니다. 초세기 신학자들인 ‘교부’들에 관한 연구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교부들은 냉담한 세상에서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투쟁하던 시절에 살았던 분들입니다. 그들로부터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 그리스도는 세상에 생명을 준다는 교회에 대한 성서신학이 풍성히 나오게 됩니다. 이 신학이 가톨릭 액션분야의 실제적인 발전과 맞물리면서 교회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변화 이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은 교회의 자기 이해 발전에 있어서 커다란 분수령이 됩니다. 프랑스는 국민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 자신에 대한 이해가 새롭게 필요하다며 전교대상국으로 선포합니다. 또 독일은 분열된 교회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 교회관은 두 가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게 됩니다. 그 하나는 그리스도교의 기원으로 되돌아가는 방향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현대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방향이었습니다.

<교회헌장>은 이러한 배경을 안고 출발합니다. 특별히 마리 도미닉 세뉘, 이브 콩가르, 헨리 드 뤼박이라는 프랑스의 신학자들이 이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분들은 은총과 자연의 관계, 평신도의 역할, 그리스도교의 일치, 교회구조의 개혁 등에 관해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때 당시에 유행하던 사변적인 중세 스콜라 신학의 언어와는 달리 성서와 교부들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물론 공의회 이전까지는 이런 새로운 표현양식은 문제가 되었고 세 분 모두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술활동과 강의를 금지당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공의회, 특별히 <교회헌장>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교회헌장>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자신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가?”하는 질문에 답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지의 표현양식이었던 반개신교와 반현대주의를 배격하고 성경과 교부들과 실제적인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점이야말로 <교회헌장>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꼭 새겨두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 2월 10일 연중 제5주일 · 설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3)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교회헌장’이 나오게 된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교회헌장’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교회헌장’은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에서는 교회의 신비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제2장은 하느님의 백성, 제3장은 교회의 교계 구조, 제4장은 평신도, 제5장은 교회 내 성화성소의 보편성, 제6장은 수도자, 제7장은 순례자인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과 천상교회와의 일치, 그리고 마지막 제8장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교회헌장’의 구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교회헌장’은 제일 먼저 “교회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하여 교회를 이루고 있는 각 지체들에 관해서 고찰한 다음 교회의 사명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신앙생활과 완덕의 모범인 성모님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제1장 교회의 신비는 교회의 정체성에 관한 언급입니다. ‘교회헌장’은 교회의 정체성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 모인 이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마르 16,25 참조), 모든 사람을 교회의 얼굴에서 빛나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비추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다.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이다(1항).”

‘교회헌장’ 제1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교회는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성사입니다. 성사란 신비라는 말과도 연관이 있는데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신 그리스도 자신은 분명 신비이시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하느님의 형상이십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자기 자신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빛이요, 구원자이신 그리스도를 전하는 목적과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의 성사입니다. 원성사이신 그리스도의 사명은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찼을 때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셨는데, 그것은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기 위함이었습니다(갈라 4,4-5). 교회는 바로 이러한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위한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소명을 받은 하느님 백성의 모임이요, 그리스도의 신비 공동체입니다. 곧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위한 표징이요, 도구입니다.

세 번째로 교회는 모든 인류의 일치를 위한 성사입니다. 죄는 인간을 하느님으로부터 떼어 놓을 뿐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불일치를 초래합니다. 그러므로 죄를 극복하기 위해 오시는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만이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도 오십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류의 일치 역시 교회의 사명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과의 친교, 인간 상호 간의 친교와 일치를 위한 그리스도 안의 성사로서 교회가 자신을 이해하는 첫 번째 기준은 하느님입니다. 교회는 하느님과의 친교와 일치를 지향하는 모임이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 상호 간의 친교와 일치, 더 나아가 자연과의 친교를 지향합니다.

두 번째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일은 그리스도교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며 비그리스도교적인 것과의 혼동을 막아 주고 그 특수성을 식별하게 합니다. 아울러 그 우주적인 개방성과 범세계적인 책임도 이 고백에 근거합니다. 교회는 자신의 존립 근거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두면서, 자신을 ‘그리스도의 몸’, 또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합니다.

교회의 세 번째 기준은 성령입니다. 성령 강림 때 교회는 군중 앞에 공적으로 드러납니다. 성령은 교회를 거룩하게 하며, 온전한 진리로 인도하시고, 교류와 봉사로 일치시키며, 교계 제도와 은사의 여러 가지 은혜로 교회를 가르치고 지도하십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기준에 의해서, 교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4항)입니다. [2013년 2월 17일 사순 제1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4)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헌장’ 1항을 통해 교회를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도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온 인류를 하느님께로 이끌기 위한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지혜와 자비의 지극히 자유롭고 심오한 계획으로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들어 높여 당신의 신적 생명에 참여하게 하십니다(2항). 따라서 교회는 세상이 생길 때부터 이미 비롯되었고,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와 구약에서 오묘하게 준비되었으며, 마지막 시대에 세워져 성령 강림으로 마침내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이처럼 교회는 그 기원을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 계획에 두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러한 구원 계획은 예수님께서 파견되심으로써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 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교회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에게서 나와 그리스도를 통해 살며 그리스도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성령 강림 대축일이 교회의 생일이라고 배웁니다. 성령 강림을 통해 두려움에 떨고 있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용감하게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회헌장’은 교회의 기원이 창조 때부터 이미 비롯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분명 깊이 묵상할 부분입니다.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안에서 교회는 여러 가지 상징으로 드러납니다. 교회는 양 우리이며, 유일하고 반드시 필요한 문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또한, 교회는 하느님의 밭입니다. 그 밭에서 세상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천상의 농부이신 하느님께서는 그 밭을 포도밭으로 선택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참된 포도나무이며, 교회 안의 각 지체는 가지입니다. 지체들은 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며,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또 교회는 하느님의 집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 바로 모퉁이의 주춧돌이 되었다고 말씀하심으로써 당신이 교회의 기초임을 명백하게 이야기하십니다. 바로 그 기초 위에 교회가 사도들을 통하여 지어졌고, 그 기초 때문에 교회는 견고한 결속력을 가집니다.

그리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인 이유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죽음을 이기시고 인간을 구원하신 다음 새사람이 된 이들에게 당신 성령을 주시어 신비롭게 당신의 몸을 이루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몸 안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이 믿는 이들에게 나누어지며, 믿는 이들은 그리스도와 성사들을 통하여 신비롭게 실제로 결합됩니다. 사람 몸의 지체가 여럿이지만 모든 지체가 한 몸을 이루듯이 믿는 이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그러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룰 때 지체들은 서로 다르고, 그 직무가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성령께서는 당신의 풍요와 직무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선물을 교회에 유익하도록 나누어 주십니다.

교회는 이렇듯 여러 표징과 더불어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는 가시적인 도구이기도 하지만, 가시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차원이 함께 존재하는 복합체이기도 합니다.

“교계 조직으로 이루어진 단체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비체, 가시적 집단인 동시에 영적인 공동체, 지상의 교회인 동시에 천상의 보화로 가득 찬 이 교회는 두 개가 아니라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로 합성된 하나의 복합체를 이룬다고 보아야 한다.”(8항)

이러한 존재로서 교회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으로는 결코 완전히 파악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 이해는 교회를 전체로 다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가시적 울타리 밖에 있는 갈라진 이들과 일치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이 교회는 이 세상에 설립되고 조직된 사회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고 있는 주교들이 다스리고 있는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 그 조직 밖에서도 성화와 진리의 많은 요소가 발견되지만, 그 요소들은 그리스도 교회의 고유한 선물로서 보편적 일치를 재촉하고 있다(8항). [2013년 2월 24일 사순 제2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5)


‘교회헌장’ 제2장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든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들이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시고 계약을 통해 이 일을 시작하셨지만, 결국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고 유다인과 이방인 가운데에서 부르신 백성을 혈육에 따라서가 아니라 오로지 성령 안에서 하나로 모으셔서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새롭게 이루어진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있고, 하느님 자녀의 품위와 자유를 지니고 있으며, 성령의 거처가 됩니다. 아울러 이 백성은 사랑의 계명을 법으로 지니고 있고 하느님의 나라를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백성을 생명과 사랑과 진리의 친교를 이루도록 세우셨고, 모든 사람을 위한 구원의 도구로 삼으셨으며, 세상의 빛과 땅의 소금으로서 온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이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바로 교회입니다. 이 교회는 모든 지역에 전파되도록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지만, 동시에 시대와 민족의 경계를 초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새 백성이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들이 되게 하십니다. 세례받은 사람들은 하느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성령의 도유를 통하여 신령한 집과 거룩한 사제직으로 축성된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하여 받게 되는 직무가 바로 보편 사제직입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 직무, 또는 교계 사제직은 본질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특수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은 특별히 성사를 통해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세례, 견진, 고백, 성체, 신품, 혼인, 병자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신자들은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풍요로운 사랑과 일치의 신비를 드러내고 어떠한 신분이나 처지에서든 완전한 성덕으로 이르도록 저마다 자기 길에서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물론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은 성사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특히 믿음과 사랑의 생활로 그리스도에 대한 생생한 증거를 널리 전하며, 그분의 이름을 찬양하는 입술의 열매를 하느님께 찬미의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성령의 은총 덕분입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고 인도하시며 여러 가지 덕행으로 꾸며 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은혜를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이처럼 다양하고 서로 다른 성령의 선물은 공동선을 위한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당신의 선물을 통하여 교회의 쇄신과 더욱 폭넓은 교회 건설을 위하여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이나 직무를 받아들이는 데 알맞도록 신자들을 준비시키십니다. 따라서 성령의 이례적인 은총은 함부로 간청하지 않아야 하며, 신자들은 그러한 은총에서 사도직 활동의 결실을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교회라면 교회는 하나입니다. 신분이나 국적을 초월하여 그들은 하느님의 한 백성입니다. 하지만 교회의 친교 안에는 고유한 전통을 지닌 다양한 개별교회들이 존재합니다. 개별 교회들은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1베드 4,1)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회 안에는 보편성과 개별성이 함께 내재되어 있습니다. [2013년 3월 3일 사순 제3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6)


우리는 여전히 ‘교회헌장’ 제2장 하느님의 백성에 머물러 있습니다. 14항부터는 가톨릭 신자에 관한 언급이 등장합니다. 먼저 공의회는 성경과 성전에 의지하여 순례하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 안에 머무르는 것이 구원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한 분만이 중개자요, 구원의 길이시며, 당신 몸인 교회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톨릭 신자들은 구원에 있어서 우선권을 지닙니다. 교회 안에 머무르는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성령을 모시고, 교회 안에 세워진 완전한 질서와 구원의 모든 수단을 받아들이며, 교회의 가시적 구조 안에서 교황과 주교들을 통하여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와 결합됩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사랑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교회의 품 안에 마음이 아니라 몸만 남아 있는 신자들은 구원받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 안에 머무르면서도 사랑과 은총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여 온전한 하느님의 백성인 가톨릭 신자들이 구원에 있어 우선권을 지니고 있지만, 교회가 비 가톨릭 그리스도인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완전한 신앙을 고백하지 않거나 베드로의 후계자 아래에서 친교의 일치를 보존하지 못하는 저 사람들과도 교회는 자신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결합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15항)

다시 말해 비 가톨릭 신자 안에도 성경을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삼고, 진실한 종교적 열정을 보여 주며,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사랑으로 믿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들과의 일치를 위해서 교회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교회헌장’은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역시 배척하지 않습니다. 유대교를 믿고 있는 신자들이나 무슬림 신자들, 더 나아가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미지의 신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하느님께서는 결코 멀리 계시지 않다고 선언함으로써 모든 백성을 아우르는 길을 제시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고,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받게 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교회헌장’은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이전의 구원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원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구원에 도달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악마에게 속아 허황된 생각에 빠지기 쉽고,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과 뒤바꾸며, 창조주보다 피조물을 더 섬기게 되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을 기억하고 선교에 앞장서야 합니다.

성령의 재촉을 받아 교회는 그리스도를 온 세상 구원의 근원으로 세우신 하느님의 계획이 완전히 실현되도록 협력해야 하고,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끌어 세례받도록 준비시키며, 오류의 예속에서 구출하고, 그들을 그리스도께로 이끌어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에 이르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기도하는 동시에 선교하여 온 세상이 모두 하느님의 백성, 주님의 몸, 성령의 궁전이 되어 만물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온갖 영예를 영광을 드릴 수 있을 때까지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2013년 3월 10일 사순 제4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7)


‘교회헌장’ 제3장은 교회의 위계 조직에 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백성을 사목하고 또 언제나 증가시키도록 당신 교회 안에 선익을 도모하는 여러 가지 봉사 직무를 마련하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봉사 직무는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님의 직무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복된 베드로를 다른 사도들 앞에 세우시고 베드로 안에 신앙의 일치와 친교의 영속적이고 가시적인 근원과 토대를 마련하셨습니다. 따라서 ‘교회헌장’은 교황님께서 주교님들 가운데에서도 으뜸이시며 믿어야 할 교리를 선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신 다음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기 위하여 열두 제자를 선택하셨습니다. 이분들이 바로 사도들입니다. 사도들은 그리스도께서 자신들에게 맡긴 신적 사명을 세상의 종말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도들이 전하여야 할 기쁜 소식은 교회를 위하여 모든 시대에 모든 삶의 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도들은 위계적으로 조직된 이 단체 안에서 후계자를 세우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레네오 성인은 사도들이 주교로 세운 이들과 우리에게까지 이르는 그 후계자들을 통하여 사도 전승이 온 세상에 천명되고 보존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주교님은 공동체의 봉사 직무를 협조자인 신부님과 부제님과 함께 받아들여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양 떼를 다스리는 목자가 되고, 교리의 스승이며, 거룩한 예배의 사제이고, 통치의 봉사자가 됩니다.

전 세계의 주교님들은 베드로 사도와 다른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듯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유대로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세계공의회들이 주교님들의 단체성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주교님들은 성사적 축성의 힘으로 그리고 주교단의 단장과 그 단원들이 이루는 교계적 친교로 주교단의 구성원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교단 내에서도 교황님의 수위권은 온전히 유지됩니다. 무엇보다 세계공의회를 소집하고 주재하며 확인하는 것은 교황님의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님들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주님에게서 만민을 가르치고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믿고 세례를 받으며 계명을 지켜 구원을 얻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교님들의 주요 임무 가운데 첫째는 복음선포입니다. 주교님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신앙의 선포자이며, 진정한 스승 곧, 그리스도의 권위를 지닌 스승입니다. 주교님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백성에게 믿고 살아가야 할 신앙을 선포하고, 계시의 곳간에서 새것과 옛것을 꺼내어 성령의 빛으로 밝혀주며, 그 신앙이 열매를 맺게 하고, 자신의 양 떼를 위협하는 오류를 경계하여 막아야 합니다.

주교님들의 둘째 임무는 거룩하게 하는 임무입니다. 주교님들은 특별히 거룩한 전례 거행을 통해 거룩하게 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리고 모든 성찬례의 합법적 거행은 주교님들에게 지도를 받습니다.

주교님들의 셋째 임무는 다스리는 임무입니다. 주교님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개별교회를 조언과 권고와 모범으로 다스리지만, 오로지 진리와 성덕 안에서 자기 양 떼를 기르는 일에만 그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교님들은 자기 봉사직의 임무를 여러 단계로 교회 안의 여러 아랫사람에게 합법적으로 전수해 주시는데, 이들이 바로 사제와 부제입니다. 신부님은 주교님의 협력자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도록 부름을 받아 맡겨진 직무는 다르지만, 교구의 주교님과 더불어 한 사제단을 구성합니다. 또 부제님은 사제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 직무를 위해 안수를 받아 전례와 말씀과 사랑의 봉사로 하느님의 백성을 섬깁니다. [2013년 3월 17일 사순 제5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8)


‘교회헌장’ 제4장은 평신도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30항부터 39항까지 평신도의 역할과 사명에 관하여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점이 어쩌면 ‘교회헌장’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평신도란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 구성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는 자들이 되어 그리스도교 백성 전체의 사명 가운데에서 자기 몫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따라서 평신도의 임무는 자기 소명에 따라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몸 안에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지체가 모두 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 않듯이, 우리도 수가 많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서로 지체가 된다.”(로마 12,4-5)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교회 안에서 모든 이가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는 성덕으로 초대를 받았고 똑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남을 위하여 교사나 신비의 관리자, 혹은 목자로 세워졌지만,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통된 품위와 활동의 측면에서는 모든 신자가 평등합니다.

그러므로 평신도 사도직은 교회의 구원 사명에 관한 참여이며,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는 세례와 견진을 통하여 주님의 사도직에 임명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성사로, 특히 성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사람에 관한 사랑이 전해지고 자라납니다. 이러한 사랑이야말로 모든 사도직의 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는 사도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특별히 사제직과 예언자직, 왕직의 세 가지 직무에 유의해야 합니다. 사제직이란 일상의 모든 일 속에서 하느님을 찬미함으로써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이 되고, 성찬례 거행에 참여함으로써 주님의 몸과 함께 하느님께 봉헌되는 직무를 의미합니다.

예언자직은 생활의 증거와 말씀의 힘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직무를 의미하는데, 굳건한 믿음과 바람으로 현재의 기회를 잘 살려 나가며, 미래의 영광을 인내로 기다리는 일이 포함됩니다. 여기서 혼인과 가정생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왕직은 왕다운 자유 안에서 극기와 거룩한 생활로 자기 자신 안에서 죄의 나라를 완전히 쳐 이기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그리스도를 섬기며, 섬기는 것이 곧 다스리는 것이 되는 직무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하느님 찬미를 지향하는 모든 피조물의 가장 깊은 본질과 가치, 목적을 인식하고 세속 활동을 통해서도 서로 더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평신도들은 교회의 영적 보화에서 특히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들의 도움을 거룩한 목자들에게 풍부히 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기들의 필요와 소원을 목자들에게 표명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자신이 갖춘 지식과 능력, 덕망에 따라 교회의 선익에 관련되는 일에 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힐 권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럴 의무까지도 지닙니다.

평신도들과 목자들 사이의 이러한 교류는 교회 내 수많은 선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평신도들의 책임감은 더욱 튼튼해지고 열성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자들은 평신도들의 경험에서 도움을 받아 영신적인 일에서나 현세적인 일에서 더욱 명백하고 더욱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그렇게 하여 온 교회가 모든 지체의 힘을 합쳐 세상의 생명을 위한 자기 사명을 더욱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평신도들은 저마다 세속에서 주 예수님의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 되어야 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표지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평신도야말로 영혼이 육신 안에 있는 것처럼 세상의 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3월 24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9)


성부와 성령과 더불어 거룩하신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당신의 신부로 삼아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려고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으며, 교회를 당신과 결합시켜 당신 몸이 되게 하시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성령의 선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따라서 교회 안의 모든 이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거룩해져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관한 내용이 ‘교회헌장’의 제5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거룩함이란 자신의 삶에서 사랑의 완덕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별히 복음적 권고의 실천을 ‘교회헌장’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복음적 권고란 그리스도의 말씀과 모범에 기반을 둔 권고를 의미하는데 한때 ‘복음삼덕’으로 불렸던 이 복음적 권고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의무에 만족하지 않고 그리스도교 완덕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은 신분과 계층에 관계없이 그리스도교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이러한 소명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은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간다운 생활양식 증진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러므로 완덕에 이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 받은 힘을 다하여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분의 모습을 닮아 모든 일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에 대한 봉사에 온 마음으로 헌신해야 합니다.

주교님은 영혼들의 목자이신 영원한 대사제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자신의 봉사 직무를 거룩하고 기쁘게, 그리고 겸손하고 용기 있게 수행해야 합니다.

신부님은 직무로 맡겨진 희생 제사를 충실히 봉헌하며 사제적 친교의 유대를 보존하고 온갖 영적 보화로 풍요로워져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산 증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제님은 온갖 허물에서 자신을 깨끗이 지키며 사람들 앞에 온갖 좋은 것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 부부와 부모는 고유한 길을 따라 충실한 사랑으로 평생 은총 안에서 서로 도와야 하며, 하느님께 받은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교리와 복음적 덕행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짝 잃은 이들과 미혼자들도 교회의 성덕과 활동에 적지 않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힘든 노동을 하는 이들은 인간다운 노동으로 자기 자신을 완성하고 동포들을 도와주며 온 사회와 창조계를 더 나은 상태로 진보시켜야 합니다.

가난, 쇠약, 질병, 온갖 고통에 짓눌리는 사람들, 또는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받는 사람들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수난하시는 그리스도와 자기가 특별하게 결합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생활조건과 직무와 환경 속에서, 또 그 모든 것을 통하여 나날이 거룩해질 수 있습니다.

특별히 사랑이 좋은 씨앗처럼 영혼 안에서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말씀을 기꺼이 듣고,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하느님의 뜻을 행동으로 채워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성체성사와 거룩한 전례에 자주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형제자매들에 대한 적극적인 봉사에 자신을 헌신하여야 합니다. 완덕의 끈이며 율법의 완성인 사랑은 모든 성화 수단을 이끌고 가르쳐 그 목표에 이르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2013년 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0)


흔히 수도자에 대해서는 ‘교회’에 관한 가르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교회헌장’은 이러한 가르침과는 달리 제6장에서 수도자에 관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교회헌장’ 제6장 43항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수도자의 신분은 교회의 신적이며 교계적인 구조를 헤아려 볼 때, 성직자와 평신도 신분의 중간이 아니라, 그 양편에서 어떤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아 교회의 삶에서 특별한 은혜를 누리며 각자 자기 방식대로 교회의 구원사명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도자는 교회의 교계 구조와 관련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교회의 생활과 성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는 서원을 통하여 또는, 그 고유한 특성에서 서원과 비슷한 형태의 거룩한 결연을 통하여 정결, 청빈, 순명의 세 가지 복음적 권고의 의무를 받아들인 그리스도인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복음적 권고를 통해 지극히 사랑하는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되고 하느님을 섬기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새롭고 특수한 자격을 부여받은 그리스도인입니다.

사실 복음적 권고는 주님의 말씀과 모범에 토대를 둔 것이며, 또 사도들과 교부들을 비롯하여 교회의 학자들과 목자들이 권장하는 것으로 교회가 주님께 받아 주님의 은총으로 언제나 보존해 오고 있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따라서 복음적 권고는 그것을 지키는 이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주고, 교회와 그 신비에 특별한 모양으로 결합시켜 줍니다.

더 나아가 각자의 개인적 성소에 따라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복음적 권고는 마음의 정화와 정신적 자유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사랑의 열정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수도자는 누구나 각기 하느님께 불린 그 성소 안에 항구히 머무르며 더욱더 정진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교회의 거룩함을 더욱더 풍요롭게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거룩함의 원천이며 기원이 되시는 한 분이시며 나누어질 수 없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도자가 소속되어 있는 수도단체와 교회의 교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실제로 교회 교계의 임무는 하느님의 백성을 사목하며 가장 기름진 풀밭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완덕을 각별히 북돋아 주는 복음적 권고의 실천을 교회법으로 지혜롭게 지도하는 것은 교계의 소임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충실히 따르는 교계는 훌륭한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각 수도회의 규칙을 제시하고, 더 보완된 규칙을 유권적으로 승인하며, 또한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고자 곳곳에 세워진 수도단체들이 설립자들의 정신에 따라 자라나고 꽃피우도록 자신의 권위로 감독하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는 하느님께 위임받은 권위로 서원자들의 서원을 받아들입니다. 공적기도로 하느님에게서 그들에 대한 도움과 은총을 얻어주고, 그들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고 그들에게 영적인 복을 빌어주며, 그들의 봉헌을 성찬례의 희생제사와 결합시켜 줍니다.

교회는 특별히 수도자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산에서 관상하시고, 군중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병들고 상처 입은 이들을 고쳐 주시고, 죄인들을 건실한 사람으로 회개시키시며,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고, 모든 이에게 선을 베푸시며, 당신을 보내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언제나 순명하셨습니다.

이러한 수도자의 삶은 이미 이 세상에 있는 천상보화를 모든 신자에게 보여주고,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얻은 새롭고 영원한 생명의 증거를 드러내며, 미래의 부활과 하늘나라의 영광을 예고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4월 7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1)


교회헌장 3장에서부터 6장까지의 내용은 교회의 사명과 교회의 내적 구조에 관한 내용이 주로 언급되었습니다. 이제 ‘교회헌장’ 제7장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종말론적인 방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신앙인이 부르심을 받아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덕을 얻게 되고, 만물이 복원되는 시간이 오는 때에 비로소 교회는 천상영광 안에서 완성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인간과 밀접히 결합하여 인간을 통하여 그 목적에 이르는 온 세상도 인류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새롭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땅에서 높이 들려지셔서 모든 사람을 당신께로 이끌어 들이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 부활하시어 생명을 주시는 당신 성령을 제자들에게 보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성령을 통하여 당신 몸인 교회를 구원의 보편 성사로 세우셨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신앙을 통하여 현세 생활의 의미를 배우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 세상에서 맡기신 일을 미래의 좋은 것에 대한 희망으로 그 목적을 향하여 이끌어 나가며 구원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 중 어떤 이는 지상에서 나그네의 길을 걷고 있고, 어떤 이는 삶을 마치고 정화를 받으며, 어떤 이는 삼위이시며 한 분이신 하느님을 계시는 그대로 분명하게 뵈옵는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같은 사랑 안에서 여러 단계와 방법으로 친교를 이루고 있으며, 하느님께 같은 찬미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 사로잡힌 모든 사람은 그분의 성령을 모시고 하나인 교회로 뭉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평화 속에 잠든 형제자매들과 순례하는 교회의 결합은 조금도 중단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천상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더 친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온 교회를 성덕으로 더욱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교회가 이 지상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존귀하게 만들며, 교회의 광범위한 건설에 여러 가지로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의 이러한 친교를 명백히 인식하는 나그네들의 교회는 초대 그리스도교 이래로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을 커다란 신심으로 소중하게 간직해 왔습니다. 교회는 특별히 자기 피를 흘려 믿음과 사랑의 최고 증거를 보인 그리스도의 사도들과 순교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더욱 밀접하게 그리스도인과 결합되어 있다고 믿었으며, 또한 동시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그들을 정성으로 공경하고, 그들의 전구와 도움을 열심히 간청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도인은 참으로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른 이러한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천상 예루살렘을 찾으려는 새로운 동기로 자극을 받고, 동시에 현세의 변화 속에서도 각자 고유한 신분과 조건에 따라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 곧, 성덕에 이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을 배워야 합니다.

특별히 성인 공경은 복잡한 외적 행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사랑의 강렬한 실천에 있습니다. 이 사랑으로 그리스도인은 자신과 교회의 더 큰 선익을 위하여 성인들의 생활에서 모범을, 통공에서 참여를, 전구에서 도움을 찾습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의 순례가 끝나는 날,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고 죽은 이들의 영광스러운 부활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하느님의 광채가 하늘나라를 비출 것이고 어린양이 그 나라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그때에 성도들의 온 교회는 사랑의 최고 행복 속에서 하느님과 어린양을 흠숭하며 한목소리로 외칠 것입니다. “어좌에 앉아 계신 분과 어린양께 찬미와 영예와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묵시 5,13) [2013년 4월 14일 부활 제3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2)


교회헌장의 마지막 제8장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헌장은 천주의 성모님이자 또한, 교회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이미 구약에서부터 예언된 구세주의 어머니임을 일깨우면서, 마리아가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고 일생을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따름으로써 독특한 방법으로 구원사업의 협력자가 되었음을 밝힙니다.

먼저 52항의 주된 내용은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의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보편적 구원을 위하고 당신의 계획을 완성하시기 위하여 구세주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구원계획에 마리아는 자발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마리아의 자유로운 동의는 마리아와 그리스도를 직접적으로 일치하게 해줍니다.

53항에서는 교회의 신비 안에서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위치를 정립해 주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신앙인들과 마찬가지로 교회의 구성원이지만 훨씬 탁월하고 가장 독특한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교회의 전형입니다. 따라서 마리아는 신앙과 사랑의 측면에서 그리스도를 낳아준 어머니이기에 교회는 성령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사랑할 어머니로서 효경의 마음을 지니고 공경해야 합니다.

사실 마리아는 이미 예언적으로 암시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구원에 대한 첫째 예고인 죄에 떨어진 원조에게 약속된 뱀에 대한 승리(창세 3,15) 속에 예언적으로 암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야서 7장 14절을 통해서 메시아의 어머니가 암시됩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시온의 딸, 거룩한 도읍, 하느님께서 특별히 거처하시는 곳이고, 새 계약의 방주입니다.

특별히 마리아는 제2의 하와로서 첫 번째 하와와 대조되는 순명과 신앙의 여인입니다. 따라서 ‘교회헌장’은 마리아가 완전히 성스러운 분, 모든 죄의 오염에서 벗어나신 분이라는 희랍 교부들의 말에 따라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을 증언합니다. 사실 마리아는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하느님께서 바라신 것에 응답하고 생명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합니다.

‘교회헌장’은 무엇보다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일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마리아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마리아가 인류의 구원이라는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결합하고 협력한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치는 그리스도와 신앙인들의 일치를 위한 모범으로 제시됩니다.

‘교회헌장’은 계속해서 아드님의 구원 사업 안에서의 마리아의 역할에 관하여 이야기하면서 예수님의 공생활과 십자가 죽음까지 마리아가 일치하였다고 말합니다. 마리아가 십자가 밑에 서 있었다는 것은 희생으로써 자신을 봉헌하는 그리스도의 의지에 어머니로서 자신의 전 의지를 완전히 일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리아는 더할 수 없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위한 유일한 희생에 동의하고, 가능한 한 여기에 협력하는 기쁨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협력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에 대한 사랑과 고통에 찬 마음의 일치입니다. 그리고 요한복음 19장 26절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는 말은 어머니라는 신적 모성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59항은 마리아의 승천과 모후성을 간단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회헌장’은 “지상생활을 마친 후 영혼과 육신이 천상영광에로 부르심을 받은” 마리아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는 상세한 설명을 피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리아는 그리스도에 의해 하늘로 들려 올라간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부활 능력에 참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승천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신앙인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구원의 희망을 뒷받침합니다. [2013년 4월 21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가톨릭마산 6면]


[신앙의 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3)


우리는 여전히 ‘교회헌장’의 마지막 장인 제8장 ‘마리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60항부터 65항까지는 ‘교회 안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마리아의 모범’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66항과 67항은 ‘마리아 공경의 기반과 신심’에 관해서 언급되고, 68항과 69항은 맺음말입니다.

마리아는 유일하신 중재자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에 대한 마리아의 어머니 역할은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를 절대로 흐리게 하거나 감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힘을 보여줍니다.

영원으로부터 하느님 말씀의 강생과 함께 천주의 성모로 예정되셨던 복되신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거룩하신 어머니이시고, 그 누구보다 헌신적인 동반자셨으며, 또 주님의 겸손한 종이셨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마리아는 자신의 모성애로 나그넷길을 걸으며 위험과 고통을 겪고 있는 신앙인들을 돌보고 그들을 행복한 고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호칭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칭호는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의 존엄과 능력에서 아무것도 빼지 않고 아무것도 보태지 않을 때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자녀다운 효성으로 마리아를 받들고, 사람이 되신 말씀의 빛으로 마리아를 바라보며, 드높은 강생의 신비를 공경하고, 더 깊이 파고들어 갈수록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됩니다. 사실 마리아는 오랜 옛적부터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로 공경을 받고, 신자들은 온갖 위험과 곤경 속에서 그분의 보호 아래로 들어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 공경은 존경과 사랑과 기도와 모방에서 놀랍게 발전하였습니다. 공경은 하느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존경이며, 성자 다음으로 모든 천사와 사람들 위에 드리는 공경을 의미합니다. 사랑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께 드리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기도는 ‘변호자, 보호자, 협조자이시고 중재자이신’ 어머니께 전구를 비는 기도를 의미합니다. 모방은 마리아의 성덕 자체를 본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마리아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어머니께 향한 공경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 한층 더 알려지고 사랑받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리아는 교회의 지체로써 부활하신 아들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생명에 최고로 참여하고, 신앙인들의 공경을 받고, 그것을 당신에게 위대한 일을 행하신 하느님께로 향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참된 마리아 공경은 모든 신앙인들을 살아있는 원천인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해 줍니다.

육체와 영혼이 함께 하늘에 들려 올라간 마리아는 지상에서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입니다. 또한,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아들을 낳은 모성애는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 분야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교회헌장’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교회헌장’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교회는 그리스도 중심의 신비입니다. ②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③ 교회는 주교님들에 의해서 인도됩니다. ④ 평신도는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참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⑤ 교회는 교회 안의 모든 이가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⑥ 수도자의 삶은 교회에 주어진 선물입니다. ⑦ 교회는 순례하고 있습니다. ⑧ 마리아는 교회의 모범입니다.

실제로 ‘교회헌장’은 이러한 점에서 뚜렷한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요한 문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해’를 보내는 신앙인은 ‘교회헌장’을 꼭 읽어보아야 합니다. ‘교회헌장’과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세계 이민의 날) 가톨릭마산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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