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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28-29: 교구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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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1-27 ㅣ No.780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8) 교구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 - (상) 교회는 개별 지역교회에서 시작한다


시노드는 일상을 지배하는 신앙 원리이자 삶의 규율이 돼야 한다

 

 

- 시노달리타스는 교황청에서 만들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의 개별교회 맥락에서 출발해 전체가 친교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여정이다. 사진은 수원교구 상현동 본당 신자들이 오픈 스페이스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란 무엇인가? 쉽게 답하기 어렵다. 관념 속에 존재하는 교회의 정의들로는, ‘하느님의 백성’, ‘신비체’ 아니면 ‘교회법을 따라 합법적인 교구장 주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회’ 등으로 나열된다.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하는 교회적 사실들, 가령 텔레비전에 나오는 교황님과 교황청 풍경, 길 가다 보이는 성당 건물, 교구청의 주교님, 사제와 신자가 함께하는 미사의 풍경, 소공동체 구역장 회의, 봉성체 하는 사제와 환자 그리고 함께 온 봉사자들, 레지오마리애의 깃발 등인데 이들 중 과연 어느 것이 교회일까?

 

답은 위에 열거한 모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모여 교회를 이룬다. 교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으며 다채롭기에,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작은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된다. 시노달리타스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가 교황청에서 만들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의 개별교회 맥락에서 출발하여, 전체가 친교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여정으로 만들자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시노달리타스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신앙의 원리이자 우리의 삶을 규율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위기에서 태동하였다. 그렇기에 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세속화의 영향으로 교회가 약화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하고 비루한 교회 안 삶의 자리에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오순절 성령의 바람이 다시 불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순절에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불같은 것이 제자들에게 내려앉자, 제자들은 성령으로 가득차 영이 그들에게 일러 주는 대로 말하기 시작하였듯이 말이다.(사도 2,1-4 참조) 이렇듯 사도적 열정으로 뜨거워져 새로운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염원과 공감대는 점점 커져만 갔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노달리타스 교회에 대한 구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초부터 일관되게 발전되었고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2021~2024)를 통해 그 전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교회 운동은 이미 몇 십 년 전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새로운 복음화’ 즉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교회의 삶이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은 문제의식에 놓여있다. 그러나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길에는 우리의 생각과 의지에 대한 대외적 구호가 아니라 교회의 제도는 물론 신자들의 일상 신앙문화까지 모두 새롭게 쇄신하자는 결기가 서려 있다. 그러기 위해 시노달리타스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라는 외적 형태를 빌려 현실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시노드는 교황청이나 주교단의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신앙이 펼쳐지는 지역교회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시노드의 결과에 대한 지역교회의 뿌리 내림은 지속적인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제16차 주교시노드의 과정 안에서 이루어진 한국교회의 경청과 나눔 모임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총 3단계로 구성된다. 제1단계는 2021년 10월 9~10일에 시노드 개막과 함께 지역교회 수준, 각 국가의 교구에서 교회쇄신을 위한 경청과 대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거쳤다. 제2단계는 2022년 8월 15일까지 1단계에서 이루어진 지역교회의 종합의견서가 모두 제출 마감하는 날부터 시작하여 7개 대륙별 지역교회 수준에서 국가 교구들의 결과들에 대한 경청과 나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동일하게 반복했다. 한국교회의 결과들은 아시아 대륙에 속하기에 아시아주교회의연합의 범주 안에서 다루어졌다. 제3단계는 2023년 3월 31일 7개 대륙별 회의의 「최종문서」 제출이 마감하는 날부터 시작하여 이 「최종문서」를 기초로 본회의에서 다루게 될 내용들을 정리한 「의안집」이 만들어진 후 2023년 10월 4~29일까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 제1회기를 열고, 이후 2024년 10월에 제2회기를 열 계획이다.

 

한국교회는 2021년 10월 중순에서 2022년 5월 말까지 각 교구들 안에서 시노드 단계를 진행하였다. 각 교구의 본당, 교구청 및 교구 단체들이 경청과 대화의 모임(시노드)을 하고, 그 결과들을 모아서 주교회의 차원에서 다시 경청, 대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거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초안 작성 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완성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서는 각 본당과 교구의 신자와 성직자들이 모여 경청과 의견 나눔 모임을 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다수의 신자가 교회에 다시 희망을 품게 되고 자신의 신앙생활을 성찰하고 식별하게 된 점과 더불어 자신은 물론 우리 교회의 쇄신이 필요함을 자각하게 된 것에 이 과정은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한국의 각 교구는 2021년 10월 중순에서 2022년 8월까지 각 본당과 교구 산하의 평신도 단체들의 수준에서 시노달리타스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문제와 사명은 시노달리타스라는 기준에 준거하여 탐색되었다. 즉 교회가 보다 친숙한 친교, 참여 그리고 사명의 가치로 각인된 시노달리타스 교회론을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의 사명을 찾는 것이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무엇을 어떻게 논의할지 그리고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구 단계에서 실시한 모임(시노드)은 「준비문서」와 「편람」의 안내에 따라 이루어졌는데, 「준비문서」는 시노달리타스 교회와 관련된 10개의 핵심 주제를 제시하였고, 이 주제들에 대해 본당과 교구 단체 신자들, 수도자, 사제들은 서로 청취와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는데 이는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모임과 사회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모임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둘째, 성직자들의 소극적 참여 자세로 인해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와 세계주교시노드의 교구 단계 과정의 중요성과 의의가 제대로 숙지되지 못했다. 셋째, 성직주의와 신자들의 소극적 태도와 의존성으로 인해 논의가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넷째, 교구마다 시노드의 참여도와 과정 내용의 편차가 심했다. 대전교구와 광주대교구는 각각 최근에 실시한 교구 시노드와 ‘하느님 백성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를 대체하기도 하였다. 또한 교구장의 의지에 따라 본당의 경청 모임 형식을 의견조사 형식으로 진행한 경우도 있지만, 춘천교구의 경우 적극적 시도느 참여를 위해 두 차례 이상 전 교구민을 대상으로 본당에서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1월 27일, 최영균 시몬 신부(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9 · 끝) 교구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 - (하) 시노달리타스라는 교회의 일상


유기적 절차와 합리적 소통 방식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교회의 길

 

 

- 지난 10월 25일 주교 시노드 참가자들이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치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입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2022년 6월 28~29일에 걸쳐 ‘주교회의 총회’에서 선출된 대표 옥현진(시몬) 대주교를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시노드 단계 결과를 정리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남녀 수도자 대표(2명)와 평신도 대표(4명), 성직자 등 총 26명이 참여하여, 또 한 번 각 교구의 결과들을 가지고 경청과 나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거쳐 총체적 종합을 이루어 냈다. 그 결과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거쳐 2022년 8월 말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에 제출되었다. 또한 이 제출 결과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의 시노드 과정을 거쳐 다시 교황청으로 수렴되어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에서 다시 다루어진다.

 

희망적인 전망과 의의도 있었다. 신앙과 교회의 삶에 대해 그전에는 형식적으로라도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부분이 좋았다는 의견도 많았고, 함께 나눈 내용들이 교황님께 직접 전달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다. 신자들은 함께 걷는 교회의 길, 시노드 혹은 시노달리타스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나 사건이 아니라 교회의 일상이 되기를 희망했다.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성령 즉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기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초대교회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아 대륙회의를 위한 한국교회의 종합의견서는 다음과 같이 교회 쇄신을 위해 세 가지 문제의식도 제시했다.

 

 

교회 쇄신의 길로서의 성직주의 극복

 

교회의 체험과 구체적 현실에서 가장 강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은 바로 성직주의다. 성직주의는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되는데, 그것은 신자들의 성직자 의존성과 왜곡된 권위주의다. 두 가지 다 하느님 체험의 부재 결과로서 교회적 친교에 준거한 ‘함께 가는 길’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잘못된 성직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양성, 제도, 문화적 측면에서의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먼저 양성은 일반신자와 성직자 모두 필요하다. 성직주의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신앙 감각 안에서 성령의 뜻을 식별하고 교회의 사명을 깨달으며 더불어 그 안에서 고유한 책임과 수행 의무가 있음을 배워가야 한다. 양성은 개인의 주체적 노력과 공동체적인 차원에서의 공동양성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시노달리타스 교회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성직주의의 개선을 위해서도 평신도들의 양성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국 평신도들은 자기 양성이라는 의식을 갖고 교회 생활에 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평신도들이 양성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은 이번 시노드의 큰 성과이자 희망으로 간주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제도적 개선이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대한 캠페인과 운동만으로 교회 쇄신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인간은 사회구조와 제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이 양성은 힘이 약한 사람이 자신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안에서 끌어내고 외부에서 즉 교구와 제도 차원에서 힘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은 본당과 교구의 사목 평의회와 사제 평의회, 재무 평의회 등 크고 작은 교회 내 공동체 안에서 신자와 사목자가 교회의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며 공동 책임과 공동 사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고안과 확산의 필요성이 공감되고 있다.

 

세 번째로 문화다. 문화는 제도를 포괄하는 생각과 행위의 규범 영역이다. 규범 영역이란 한 집단에서 특정 사고, 가치, 행동이 공동체 내에서 보편적이고 올바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합의다. 잘못된 성직주의의 행동과 사고 형태가 과거에는 일정 부분 규범 영역 내에서 용인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묻고 경청하여 결정해 나가는 문화는 나아가 일상생활은 물론 교회 내에서 필요한 문화적 양식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확산을 위해 시노달리타스 교회로 진력해 나가는 문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때, 교회는 세상의 빛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빈곤한 시대에 풍요로움을 주는 교회

 

한국 사회와 교회는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먼저 이 시대는 영성의 빈곤함을 겪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짧은 기간 압축적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지만, 정서적 영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두 번째 빈곤은 복음적 청빈이 증거되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전 구성원들이 개인주의, 물질주의에 준거한 소비주의에 빠져있다. 신앙생활도 개인의 소비, 즉 세속화로 인한 종교의 시장화로 다양한 종교제품 중 하나의 소비재로 몰리고 있다. 세 번째는 교회 안의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환대의 빈곤이다. 교회 내의 가난한 이들, 노인, 여성에 대한 차별 문화가 존재한다. 교회는 세상의 상처와 연결되어 있는데, 세상은 물론 교회로부터도 소외당하고 배제되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교회가 하느님의 친교 공동체라는 자의식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중산층 교회가 된다는 것은 교회가 얼마나 세속화되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된다. 교회 안의 약자를 위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그들의 소리를 듣고 복음의 정신으로 환대해야 한다. 특히 실생활에서 이혼 후 재혼한 교회법적 혼인 장애에 속한 신자들과 성소수자들은 교회 내의 차별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지기에 각별한 돌봄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주의 세계에 진짜 민주주의의 빛을 주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만큼 절박한 교회의 현실과 미래 복음화에 대한 길을 열어야 하는 사명을 담지한다. 이번 시노드는 적어도 민주주의가 보편적 제도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의 눈으로도, 교회 역사상 최초로 모든 지역의 개별교회로부터 점층적으로 의견과 동의를 거쳐 주교단과 교황에게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절차와 합리적 소통의 형식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결정은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다시 위에서 아래로 의견과 동의가 내려가는 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 공동체에서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지만, 다양한 개인의 욕망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펼쳐지기에 현실의 민주주의 사회는 홉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정치학자들은 어떻게 다양한 개별 욕망이 모여 질서와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 학자들은 관용의 규범과 도덕적 질서를 위한 공적 장치 마련이라는 추상적이고 이루어지지 않는 대안들만 내놓는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길이 자랑스럽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민주주의 세상의 폭력과 불화에 대해 우리의 시노달리타스 교회가 올바른 영감과 빛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3일, 최영균 시몬 신부(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 지금까지 기획을 함께 진행해 주신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필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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