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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북한의 종교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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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9-23 ㅣ No.589

[통일 대비, 어떻게?] 북한의 종교 실태

 

 

북한은 정권 수립 이래 마르크스주의적 종교관을 표방하여 왔다. 종교는 일종의 미신이며 아편과 같은 것이어서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혁명 의욕을 상실케 하며, 종교의 기능은 피착취계급에 대한 착취계급의 착취와 억압의 도구이자 제국주의적 침략의 사상적 도구 역할이 전부라는 것이다.

 

 

종교관과 종교정책의 변화

 

북한의 종교관과 종교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그 무렵 조성된 동서 화해 분위기 속에서 7 · 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북한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조선기독교도연맹’, ‘조선불교도연맹’, ‘천도교중앙지도위원회’ 등 종교단체의 공식활동을 재개하고 점차 대외적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갔으며 주요 사찰을 복원, 공개하는 등 다른 변화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경, 찬송가 등 기독교 관련 서적 출판(1983-1984년), 가정 교회 공개, 평양에서의 미사와 예배 허용(1985년), 성당과 교회 건립, 남북한 종교인 접촉 허용 등으로 더욱더 구체화되었다. 또한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김정일의 종교관에 입각한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접목을 시도하여 이른바 ‘주체사상의 종교관’을 정립하였다.

 

“막스 - 레닌주의와 구별되는 새로운 종교관을 밝혀주고 있다.”는 주체사상 종교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종교는 인간의 본성적 요구와 직접 결부되어 있고, 그 중심에 주체사상과 상통하는 바가 있으므로 종교의 긍정적인 면과 여기에서 나오는 종교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며 민족통일과 인민 대중의 자주성 실현, 인류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려고 종교인들과 연대, 합작을 강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종교관과 종교정책의 변화는 1992년 4월, 북한 사회주의 헌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하기에 이른다. 1972년 제정된 사회주의 헌법은 “공민은 신앙의 자유와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가진다.”(제54조)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 제68조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을 허용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개정 헌법에서 ‘반종교 선전의 자유’는 삭제하였지만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 질서를 해치는 데 이용할 수 없다.”(제68조)라는 단서를 둠으로써 자의적 해석에 따른 종교탄압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1980년대의 변화

 

1980년대 중반 이래 북한의 종교관과 종교정책이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내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대내외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겠다.

 

첫째,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이다. 1980년대부터 지속되는 경제난의 심화와 외교적 고립으로 북한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이 요구되었으므로 이를 위한 방책의 하나로 종교관과 종교정책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라 하겠다.

 

둘째, 대남통일 전략전술의 변화이다. 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라는 대남정책의 궁극적 목표를 은폐하고 남한의 종교인들에게 접근하여 대남 통일전선을 구축하려고, 이른바 주체사상의 종교관을 공식화한 것이라 하겠다.

 

셋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의 일환책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해 생활원리로서 기능하는 주체사상에 근거하여 종교를 포용, 해석함으로써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잠재적 종교인구의 사상적 동요와 혼란을 통제함과 동시에 주체사상의 절대적 우월성을 강변한 것이라 하겠다.

 

 

엇갈린 반응

 

북한의 종교 실태와 관련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둘로 나뉜다. 하나는 북한에도 엄연히 종교가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는 종교가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이다.

 

북한에도 종교가 있다는 주장은 북한에도 공인된 성소(聖所)가 있으며 종교의식이 거행되고 종교단체도 활동하고 있다는 근거에서이다. 북한에는 종교가 없다는 주장은 신격화된 ‘수령’ 중심의 유일 영도체제인 북한에서 또 다른 믿음의 대상을 갖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종교단체의 대내외 활동도 정치성이 짙다는 근거에서이다.

 

서로 다른 견해를 종합해 볼 때 외형상으로는 북한 종교의 실재를 부인할 수 없다. 그 실체야 어떻든 간에 북한에도 사찰과 교회, 성당 등 성소가 있고 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종교의식에 참석하며 각 종교단체들이 성명서 발표, 대외 교류 등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도 신앙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종교 실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평가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헌법상으로는 신앙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으나 초법적 성격을 갖는 노동당 규약에는 종교와 신앙 관련 내용이 없다.

 

둘째, 종교의 자유에서 기본적인 것은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이다. 그러나 북한 헌법에 명시된 신앙의 자유는 당국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은 신앙의 자유이며, 선교의 자유는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기독교 관련 책자를 갖고 있거나 기독교 관련 사람들을 만난 주민들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교화소 또는 정치범 수용소에 가는 사례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지하교인 23명이 북한보위부에 적발, 체포되어 주동자 3명은 처형되고 나머지는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소식도 있다.

 

셋째, 종교단체 운영이 자율적이지 않고 독자적인 성소 활동이 가능하지 않다. 북한의 종교단체들은 노동당 통제 아래 대남 통일사업 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산하에 있으며 당의 외곽단체로서 대남 선전선동과 해외 종교인 포섭 등과 같은 정치적인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에도 외형적으로 제한적이기는 하나 북한의 종교 개방 그 자체가 갖는 의의는 적지 않다. 중 · 장기적으로 볼 때 성소 건립과 종교 의식 거행, 외부와의 종교 교류 등은 북한 주민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인간 본연의 종교성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종교성

 

북한 주민의 종교성은 말살되지 않았다. 종교 말살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 북한 당국의 이중적인 종교정책에도 북한 주민의 종교적 심성은 인간 본성의 일부로서 표출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서 인간 본성의 일부로서 드러나는 종교적 심성에는 특히 유교, 그리스도교, 그리고 무속신앙적 요소가 많이 내재되어 있다. 북한 주민에게도 유교는 종교라기보다 보편적 생활윤리 또는 규범 체계, 정치 이념, 정치 철학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종교적 심성은 신앙의 대상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을 강하게 나타낸다. 또한 비합리적 신비주의, 운명주의, 지배와 복종의 정당화 등 무속신앙적 특징은 역시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개인숭배 현상에서 드러난다. 북한 주민들에게 인간본성의 일부로서 나타나는 종교적 심성이 주로 김일성 · 김정일 우상화와 관련하여 나타나고 있음은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 우상화에 북한 주민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종교성을 적극 활용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참 종교,  참 신앙을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종교성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믿음의 대상으로 하는 사이비 종교에 얽매여 개인 우상화에 이용당한 것이다.

 

 

복음화를 위한 선행 과제

 

인간이 생사 문제에 직면할 때 종교를 갈구하듯이 지난 1990년대부터 이어진 극심한 식량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그동안 억압, 잠재되어 있던 참 종교, 참 신앙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을 개연성이 낮지 않다. 식량난을 겪으면서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짐에 따라 북한 당국이 특히 기독교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음은 이를 짐작케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참 종교, 참 신앙을 알게 하여 왜곡된 종교관을 바로 잡고 자발적으로 종교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이는 한국교회의 북한 복음화를 위한 선행 과제이다.

 

* 임순희 헬레나 -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전문위원이며,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경향잡지, 2011년 9월호, 임순희 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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