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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17: 신앙교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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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17 ㅣ No.421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7) 신앙교육 2

‘스스로 들을 귀’ 열어주고 내면의 ‘신앙 씨앗’ 키워라


- 신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자들 스스로가 교육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연령과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어르신 성경공부를 위한 봉사자 교육에 참가한 이들이 지난 삶을 담은 사진을 활용해 자신만의 복음서를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의교서 「믿음의 문」 발표와 함께 선포한 ‘신앙의 해’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서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겪고 있는 신앙의 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같은 신앙의 해 개막과 그에 앞서 열린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결국 세속화·상대화의 범람 속에서 우리 신자들이 잃어버린 신앙의 활력을 되찾는 신앙 쇄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다면 믿음의 문 9항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제시했던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갖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 있는’ 교회의 노력, 즉 신앙의 전수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신앙교육은 ‘자유롭게 하는 그리스도 말씀의 진리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자기 존재 안에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곧 신앙교육은 현재 한국교회 신앙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수동성을 벗어나 ‘스스로 들을 수 있는 귀’를 여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힌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한 관계자는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 문제와 관련, 능동적으로 질문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교계제도와 성사 생활 안에서 그저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교리서 중심 교본 중심의 신앙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현대세계에서 하느님 신앙과 복음을 이해하기 위한 개개인의 ‘신앙의 씨앗’을 키워주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기본 방침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평신도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에서 권고됐던 ‘세상 안에서의 삶’의 관점으로 볼 때 신앙과 삶의 합일을 위해서는 먼저 교회의 성사들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교회의 성사들이 교회 안에서 베풀어지지만 그 성사의 은총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온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 원의에 따라 세상 전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

신앙교육을 통한 ‘생활 세계 안에서 신앙생활의 일치와 통합’ 중요성을 제시한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 교수)는 ‘광주대교구 교구 설정 70주년 의제선정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 분석 내용을 예로 들면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에서 갖는 어려움 중 ‘직장과 사회적 요인’이 거의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신앙과 사회생활의 부조화가 신자들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신앙교육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암시를 준다”고 했다.

왜냐하면 ‘교회 헌장’에서도 언급되고 있듯 신자들은 바로 자신들의 모든 일상과 생활 속에서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았다고 할 때 ‘구체적인 생활 세계에 대한 신앙적 의미 부여’는 신앙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때문이다.

‘신자들의 신앙과 생활 세계의 일치와 통합’에 대한 실천적 교육과제는 크게 교회 내적인 차원과 세상과의 관계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데, 김 신부는 교회 내적인 차원에서 ‘복음적 원천을 통한 신앙 식별과 실천을 위한 교육(영성 교육, 성경, 전례)’, ‘그리스도교 희망의 근거를 부여하는 교육(교리교육)’을, 세상과의 관계 차원에서는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교육(종교간 대화·일치운동 등)’, ‘현세 질서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교육(사회교리)’ 등으로 소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모든 차원이 ‘평신도 신분의 고유한 세속성과 그 영성 생활의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

김 신부는 이 같은 관점에서 “향후 신앙교육은 본당 사제의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서가 아니라 교회가 보편적으로 제시하는 기본적인 차원을 폭넓게 감안하여 계획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앙교육 활성화 방안 마련과 관련, 제도적 면에서는 구체적으로 각 교구 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전체 교구민 대상의 교육·기획 전담팀이 마련돼 생애 주기에 따른 평생 교육 차원의 신앙 교육과정이 준비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비근한 예로, 예비자 교리 이후 지속적인 신자 재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견진교리 마저 교구 안에서 통일된 교육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본당 자체 교육 만으로 체계화된 신앙 교육 기회를 만들기는 역부족이라고 일선 사목자들은 밝히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한 사제는 “교구의 일관된 교육 흐름이 없다보니 그때 그때 커리큘럼을 만들기 급급하고 본당 사목자의 의지에 의존하는 교육 현상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일반교육부 담당 조성풍 신부는 “일단 신앙교육의 기본적인 단위가 본당이라고 할 때, 각 본당들의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교구 차원의 기획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교구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과정을 연구하고 그 내용과 자료들이 본당에 제공되면서 본당 교육이 지역 상황에 맞게 구체화되고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이 바람직 한 듯 하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지난해 신앙의 해 개막을 준비하면서 신앙의 해 개막식을 비롯해 신앙의 해를 보내기 위한 자료집을 교구에서 준비, 각 본당 기관에 제시했던 서울대교구 사례를 긍정적 반응을 모은 경우로 소개했다.

신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자들이 스스로 교육의 주체가 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성직자들을 위한 관련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조현권 신부(대구 산격본당 주임)는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사제들을 위한 재교육도 요청되는 사안”이라고 밝혔고, 한 교육학자는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할 점은 교육을 받은 신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신앙의 해 여정 속에서 신앙교육은 한국교회 질적 성숙의 주요 잣대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움직임만큼 교회 쇄신의 노력 안에서 한국교회의 신앙교육 방향에 대한 모색도 활발해 질 것임이 분명하다.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17일, 이주연 기자]


다양한 신앙교육 모범 사례들

연령대별 눈높이 신앙교육 ‘눈길’


신앙의 해를 계기로 신앙 교육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교회 내 많은 전문들은 신앙교육 쇄신의 대안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정의 마련을 꼽는다. 더불어 생애 주기에 따른 평생교육의 형태로 교구 및 본당 차원의 세대별 맞춤 신앙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주교구 황지본당(주임 김현수 신부)은 사목자와 신자 간 신앙교육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한편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본당은 지난 2010년 2월, 본당 봉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열린 ‘제1차 좋은 본당 일구기 연수’를 통해 체계적인 신앙교육을 마련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다짐의 일환으로 본당은 2012년 3월 6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강좌를 진행했다. 강좌는 선교, 전례, 냉담 등 본당 안에서 직면하는 주요 문제들과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선정하고, 함께 토론하는 쌍방향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본당은 2012년 ‘제2차 좋은 본당 일구기 연수’를 열고 생애 주기별 신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본당은 생애주기별로 삶 안에서의 고민과 관심사가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 맞춤식 신앙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연령대별 특징에 따라 신앙생활을 돕는 피정을 마련했다. 김현수 신부는 “아이세대부터 어른세대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신앙교육을 통해서 현대의 상대주의와 세속주의를 이겨내고 ‘가톨릭문화’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일동본당(주임 조용국 신부)은 신앙의 해를 맞아 성경과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전 신자 함께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서울대교구가 신앙의 해를 맞아 발표한 다섯 가지 표어 중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을 본당 신자들과 함께 실천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월 17일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그램은 매 주일 오전 9·11시, 오후 7시 미사 전 20분 동안 성경을 봉독하고, 미사 후 20분 동안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함께 읽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신앙의 해가 폐막하는 오는 1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성현동본당(주임 한성호 신부)은 신자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알리기 위해 지난 1월부터 1년 과정으로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신앙의 해’ 추천 도서로 정한 「YOUCAT(유캣)」의 모든 과정 강의를 진행 중이다. 한성호 주임신부는 “강의가 가톨릭교회 교리가 우리 가까이 있음을 알고 우리가 무엇을 믿고 사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신자들이 다른 종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 교회의 전통을 알고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세대의 신자들이 갖고 있는 욕구를 반영한 맞춤식 신앙교육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청년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이재학 신부)은 지난 2월, 신앙의 해를 보내는 청년들과 진솔한 대화로 그들의 신앙 고민을 풀어주는 ‘주교님과 함께하는 청년 토크콘서트’를 마련했다. ‘밭에 묻힌 보물=신앙’(마태 13,44)이라는 주제로 열린 청년 토크콘서트에서는 교구 총대리 정신철 주교가 강사로 나서 강의와 함께 청년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명쾌한 답변으로 풀어주며 상담사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수원교구 노인대학연합회(담당 송영오 신부)가 설립한 가톨릭하상노인대학원은 취미활동 위주의 기존 노인대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앙·영성·교양교육 등 다양하고 심화한 교육과정을 마련해, 부쩍 높아진 노인들의 지적인 욕구를 반영했다.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의신학 교수)는 “한국교회 안에서 진행되던 가벼운 신심 위주의 교육이 한계를 맞이한 가운데, 내적으로 성숙하고자 하는 갈망이 커지고 있다”며 “신자들의 신앙적인 식별과 판단능력을 기르기 위한 신앙교육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신앙의 콘텐츠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대규모 강의식 교육을 넘어선 새로운 신앙교육의 방법에 대해 교회 교육자들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17일, 조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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