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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작은 공동체에서 이루는 큰 기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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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3 ㅣ No.179

[해외 한인 공동체 소식 - 대만 타이베이] 작은 공동체에서 이루는 큰 기적들

 

 

타이베이를 수도로 하는 대만은 2010년 10.8%가 넘는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산업은 세계 흐름에 앞서 갈 정도로 발전해 있습니다.

 

대만 국민들은 과거 주변 강대국들의 간섭과 자연재해 앞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민간신앙에 의지해 왔고, 지금도 인구의 93%가 불교나 유교, 도교가 혼합된 민간신앙을 따르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는 전체 인구의 약 1.5%에 불과합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20여 년 넘게 꿋꿋이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한국 103위 순교성인 성당’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국 103위 순교성인 성당은 1985년 타이베이 한인 공동체 첫 미사를 봉헌한 이래, 지금까지 대만 전국을 통틀어 유일한 한인 성당입니다.

 

대전교구에서 사제가 파견되어 현지 타이베이 대교구 소속 장안성당에서 미사 봉헌과 사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동영 호세 신부님께서 한인 공동체를 돌보고 계십니다. 아직은 우리 공동체의 성전이 건립되지 못한 가운데, 현지 성당에서 대만 신자들의 미사가 끝난 다음에 한인 공동체 미사를 봉헌합니다.

 

타이베이의 한인 공동체는 여러 회사에서 파견된 주재원과 그 가족들, 유학생으로, 25세대 내외의 소수 신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자 수는 적지만, ‘친교와 기쁨’이라는 공동체 목표를 가지고 이에 공감하며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신자들이 있기에, 우리 공동체에는 언제나 사랑과 행복이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만으로 잠시 출장이나 여행을 온 신자들이 종종 한인 성당을 방문하곤 합니다. 처음 온 분들을 위하여 공동체가 모두 가족처럼 반겨주고 미사가 끝난 다음에는 점심식사에 초대합니다. 타국에서도 잠시나마 하느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합니다.

 

 

친교와 기쁨이 넘치는 공동체

 

전례를 비롯하여 성당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주로 유학생들이 담당하여 봉사하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은 특히 개신교, 불교 신자 유학생들과 정기 모임을 갖고 볼링 대회를 열어 종교 간 화합을 다지며 성당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친교와 기쁨을 나누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학생들을 위하여 자매님들께서는 매주일미사 후 직접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십니다. 유학생들이 졸업을 할 때면 성당 전체에서 졸업 축하와 송별회를 가지며 서로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습니다.

 

해마다 두 차례 정도 세례식이 있습니다. 연간 10명 안팎의 예비신자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납니다. 본당 단체로는 사목회와 성모회, 청년회(교사회)가 있습니다. 유학생을 주축으로 하는 교리교사들이 매주 주일학교를 위하여 봉사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연중 성모회 성지순례, 주일학교 신앙학교, 야외미사와 체육대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형제님들을 위주로 한 ‘다윗회’는 1년에 네 차례 정기 운동 모임을 가지며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인 성당에서 가족적인 분위기의 공동체 체험을 한 뒤에 귀국한 분들이 자발적으로 ‘양명회’라는 정기 가족 모임을 가지며 친교와 기쁨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데, 대만 한인 성당 신자 수와 비슷해질 만큼 활발히 이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103위 순교성인 성당 신자들의 대부분은 유동신자여서 언제 어디로 떠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을 하느님께서 늘 채워주시고 사랑해 주시며 함께해 주신다고 믿으며, 모두가 서로 만남을 소중히 생각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의지하면서 공동체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움과 베풂, 사랑이 깃드는 공동체

 

본당 여건상 대만 신자들의 성당을 빌려 사용하기는 하지만, 서로 친밀하고 가족적인 관계를 이루어 나가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지난해 성탄미사에서는 대만 신자들과 함께 중국어와 한국어로 미사를 봉헌한 다음, 다과회를 열었습니다. 이러한 만남으로 현지 신자들과 거리를 좁힐 수 있었고 따뜻한 사랑을 서로 나누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지 신자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도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한인 신자들은 성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내일처럼 나서서 돕습니다.

 

얼마 전 대만 카리타스에서 세계적인 기아 종식 운동인 ‘End Hunger(굶주림을 끝냅시다!)’의 일환으로 걷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러한 행사의 좋은 취지에 부응하여 한인 신자 공동체에서도 성금 5만 대만 달러를 후원하며 도움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만에서는 해마다 여름에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이러한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2차 헌금과 성금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며, 육체적 노동도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사랑과 베풂을 직접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향기, 온정이 느껴지는 공동체

 

대만 한인 공동체에서는 미사 중 평화의 인사 때에 신부님을 포함한 모든 신자가 일일이 악수를 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웃음으로 답하는 가운데, 진정한 평화와 사람의 향기를 마음으로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대만에 도착한 분들은 대만 사람들에 대하여 낯설지만 그나마 동양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으로 한인 성당을 많이 찾아오십니다. 그분들은 훈훈한 인정 속에서 서로 아끼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한인 성당 신자들과 함께 지내다가 대만을 떠날 때에는, 하느님의 진정한 사랑과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 받은 사랑을 어느 곳에 가든지 실천하며 살겠노라고 하십니다.

 

지난 6월 5일에도 한 가정이 대만 한인 성당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행복을 지닌 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4년 동안 대만으로 파견을 나와 생활하면서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한인 성당에서의 신앙생활과 신자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고 하시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신자들이 서로 아쉬워하고 눈물을 흘리며 또 다른 곳에서의 생활을 위해 기도하기를 다짐하는 가운데 하나의 공동체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돕고 나누고 섬기는 사랑이 깃들어있는 곳, 사람의 향기와 온정을 전하며 친교와 기쁨이 묻어나는 곳, 그곳이 바로 한국 103위 순교성인 성당입니다.

 

이곳 공동체를 돌보시는 김동영 호세 신부님은, 비록 작은 공동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기적을 이루어가는 신자들에게 베푸시는 주님 사랑에 감사드리고, 그동안 대만에서 사랑과 기쁨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을 기억하며 기도를 바치십니다.

 

“사람을 만나시려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듯이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대만 한인 성당을 통해 배웁니다. 각자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다른 색깔을 존중하면서 하느님을 따르는 신자들은 결코 작지 않은 기적들을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러한 기적들 가운데 주님이 주신 사랑과 보살핌이 함께하는 한국 103위 순교성인 성당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또한 지금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계시지만 대만에 머무시면서 사랑과 기쁨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 김건효 라파엘 - 대만 타이베이 한인 성당에 다니며, 대만국립정치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아주대학교 경영학부 재학 중).

 

[경향잡지, 2011년 8월호, 김건효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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