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피임약에 대한 윤리적 성찰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30 ㅣ No.1312

[긴급진단-응급 피임약을 반대한다] (2) 피임약에 대한 윤리적 성찰


피임약, 성이 쾌락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 가중시켜

 

 

“관계 후 한 시간 조금 지나서 응급 피임약 처방받고 먹었습니다. 생리는 이주 전에 끝났고요. 응급 피임약 복용하면 진짜 적은 확률의 경우의 수를 제외하면 임신 피할 수 있는 거겠죠?”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어제 관계를 맺었는데 (남자 친구가) 느낌 나면 뺀다 해서 바깥에 사정했습니다. 근데 안에도 한 거 같다고 막 그래서ㅜㅜ. 응급 피임약을 먹을까 생각 중입니다. 이 약을 저번에도 먹은 적 몇 번 있었는데…. 지금 연휴라 산부인과 가기도 애매하고 돈도 얼마 없는 상태라서 약국에 가서 사정 설명을 하고 처방전은 연휴 끝나고 가져다 드린다고 하고 응급 피임약 구매할 수 있을까요. 혹시 경험 있으신 분이나 아시는 분은 답 부탁드립니다. ㅠㅠ”

 

포털사이트에 ‘응급 피임약’을 검색하면, 응급 피임약 복용과 처방에 관해 질문이 수두룩하다. 질문자들 대부분은 여성이고 청소년들도 많다. 행여 임신이 될까봐 초조해 하며 피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처방전 없이도 구매가 가능한지를 묻는다. 출혈이나 생리 불순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가톨릭 교회는 ‘응급 피임약’을 ‘낙태약’으로 보고, 응급 피임약 사용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교회가 단순히 응급 피임약만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교회는 응급 피임약이든, 일반 피임약이든 인위적으로 인간 생명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 ‘피임’에 담긴 행위의 의미와 여성의 성과 몸, 성행위를 바라보는 현대 사회 사고가 무엇이, 그리고 왜 잘못됐는지를 살펴본다.

 

피임은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성행위 전후나 성행위시 도구나 약을 사용하는 일이다. 영어로는 Contraceptio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Contra’는 ‘~에 반대하여, 대항하여’라는 뜻이다. 피임이 임신을 ‘피한다’라는 우리말 뜻과는 달리 임신을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뜻을 담고 있다.

 

바오로 6세 교황 회칙 「인간 생명」은 피임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피임을 목적하거나 방법을 강구하는 모든 행위를 배격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또한, 성행위는 부부 사이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에 부부 관계를 벗어난 성행위는 피임 여부와 관계없이 교회가 말하는 성행위 의미에서 벗어난다. 교회는 성행위를 부부 사이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책임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약속하고 받아들이는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부부가 아닌 이들의 성행위와 피임은 사랑과 생명에 대한 가치와 책임에 위배된다.

 

 

성(性)은 쾌락의 도구인가?

 

요즘 사회에는 ‘성=쾌락’이라는 도식이 널리 퍼져 있다. 유명 가수는 TV 방송에 출연해 “섹스는 게임”이라고 버젓이 말한다. 대중가요들 가사만 보더라도 “사랑은 그만, 그냥 즐기며 살자”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性)을 통해 추구할 것은 오직 쾌락뿐이며, 그에 따르는 일은 신경 쓰지 말라는 식이다. 

 

성을 쾌락의 도구로 여기는 태도는 우리 ‘몸’을 도구로 여기는 태도와 같다. 성적 쾌락은 일차적으로 육체적 쾌락을 가져다주기에, 이 쾌락을 얻기 위해 성행위를 한다면 결국 육체적 쾌락을 위해 몸을 사용한다는 뜻이 된다. 이는 인간 몸을 물질에 불과한 도구나 소유물로 보는 사고방식이다. 특히 성에 있어서는 여성의 몸이 도구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 TV나 인터넷에서 여성의 몸은 시각적 즐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여성의 내면이나 인격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여성의 겉모습, 몸에만 관심을 둔다. 또한, 여성 몸은 남성의 욕구 충족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기 쉽다. 

 

피임약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피임약은 호르몬을 강제적으로 교란시켜 여성 몸이 일시적 불임 상태가 되게 한다. 여성 몸이 필요에 따라 사용되고 변형되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또 임신의 부담에서 벗어난 남녀는 자신의 성행위를 조절할 필요를 덜 느끼게 된다. 이에 몸이 쾌락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기 쉽다.

 

 

사랑의 증거이자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위로서 성관계

 

몸이 아플 때 우리는 “내가 아프다”라고 말한다. 내 몸이 아픈 것이 바로 내가 아픈 것이다. 누군가 아픈 내 몸을 돌봐주면 그것은 나를 돌봐준 것이다. 나와 내 몸은 분리될 수 없고, 내 몸과 나는 하나다. 그러므로 내 몸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나를 함부로 다루는 것과 같다. 내 몸을 도구처럼 사용하면, 나 스스로를 도구처럼 다루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몸은 인격체의 일부다. 몸과 인격은 분리될 수 없기에 인격의 가치가 곧 그 몸의 가치다. 때문에 사람의 몸을 도구처럼 다루면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를 침해하는 모욕이다. 이는 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몸을 단지 성적 쾌락의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가치와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은 ‘사랑’이 유일하다. 성욕은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욕구가 아니라 타인에게 다가가 사랑하도록 이끄는 에너지다. 

 

그렇기에 성행위는 사랑의 행위가 돼야 한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위해 내어주는데, 성행위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상대에게 오롯이 내어주는 ‘자기 증여’의 의미를 갖는다. 남녀의 사랑, 그 안에서 이뤄지는 성행위는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충실함, 신의, 전적이고 전인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성행위는 부부 안에서만 비로소 실현된다. 

 

성행위는 사랑의 행위이면서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위다. 서로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는 행위를 통해서 자녀가 탄생한다.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일은 사랑의 열매인 자녀를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는 “피임하는 이들에게 임신, 출산, 자녀는 부담이자 위험”이라며 “피임은 성행위에 담긴 두 가지 의미, 부부 일치와 자녀 출산을 서로 분리하고 쾌락만 남게 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1일, 박수정 기자]



3,10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