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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가정의 위기와 부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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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05 ㅣ No.937

[복음살이] 가정의 위기와 부부 사랑

 

 

성과 가정과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서 한국의 가정은 1990년대 후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징표를 드러내는 여러 지표들과 함께 가정 위기의 극복에 대한 논의들이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습니다. 혼전 동거 및 혼전 성관계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혼은 급증하였고, 반면 독신 혹은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혼인 연령은 계속 늦어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오랫동안 세계 최하위 수준을 보여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인 낙인이 두려운 10대 미혼모들의 영아유기는 2010년 69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살펴보면 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를 가리키는 조이혼율(粗離婚率)은 1993년 1.3건에서 1998년 2.5건으로 두 배 가량 늘었고,  2003년 3.5건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05년 2.6건, 2010년 2.3건. 2015년 2.1건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인데, 그래도 여전히 높은 이혼율은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혼 사유에 관한 통계를 보면 ‘성격 차이’가 가정 많고, 배우자의 부정, 가족 간의 불화, 폭력 등의 순서로 나타납니다. ‘성격 차이’는 결국 자기중심의 생활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하나가 되어야 하는 부부의 소명에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박해져가는 현실에서 부부간에 더욱 깊은 상호 이해와 위로를 필요로 하지만 많은 경우 혼인에서 약속한 평생 사랑하고 존경하겠다는 서약은 빈 말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혼은 당사자에게도 큰 고통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부모의 다툼과 이혼으로 인해 버림받거나 상처받는 자녀들이 겪는 정서적 혼란과 분노가 탈선과 범죄로 이어져서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전체 이혼 가운데 20년 이상 살아온 부부의 이혼, 이른바 ‘황혼 이혼’은 1993년 5.3%에서 2006년 19.2%, 2014년 28.7%로 크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황혼이혼은 자녀들을 위해 오랫동안 부부 갈등을 덮고 살다가 자녀의 대학입시나 자녀의 혼인 이후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행되는 현상입니다. 특히 가정에 충실하지 않고 부인과 자녀들과의 정서적 유대에 소홀했던 남성들에 대해 여성들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혼인은 인격적인 합의로 맺는 결코 철회할 수 없는 계약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가정과 혼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교황 요한바오로2세는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1980년 교황청에 ‘가정평의회’를 설치하였고, <가정 공동체>(1981), <가정권리헌장>(1983), <가정교서>(1994), <생명의 복음>(1995) 등의 공식 문헌을 발표하여 가정과 혼인과 관련한 가르침을 지속적으로 설파해 왔습니다. 한국 주교회의도 2005년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이라는 교서를 발표하여 ‘무너져가는 가정’의 위기를 진단하고 사목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 시노드를 개최했고, 그 결과물로서 지난 4월8일 ‘교황 권고’인 <사랑의 기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가정을 ‘생명과 사랑의 요람’, ‘고유한 근본 권리를 지닌 최초의 자연 사회’, ‘개인과 사회를 위한 인간화의 첫 자리’, ‘사회의 첫째가는 핵심 세포’라고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간추린 사회교리 209-211항) 무엇보다 그 가정의 토대가 되는 ‘혼인’의 가치와 부부의 소명에 큰 비중을 두고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가정 위기의 근본 요인 중 하나는 ‘혼인’의 소명과 부부사랑의 의미에 대한 이해부족과 인격적인 미숙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교회법 1055항)입니다. 이는 또한 “창조주께서 제정하시고 당신의 법칙으로 안배하신,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며, “인격적인 합의로 맺는 결코 철회할 수 없는 계약”과 “부부가 자기 자신을 서로 주고받는 인간 행위”(사목헌장 48항)로 성립됩니다. 즉 혼인은 “자신을 다른 한 사람에게만 온전히 내어주겠다는, 쌍방의 취소할 수 없는 공개적인 동의로 표현되는 결정적인 약속을 내포한 부부 사랑의 본질”을 전제로 이루어집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15항). 또한 혼인의 바탕이 되는 부부 사랑은 본성상 생명을 받아들이도록 열려있으며, 출산을 통해 하느님을 닮은 존엄한 인간 생명을 이 세상에 전달하고 양육하는 소명이 주어집니다.

 

 

그리스도인 부부들은 부부사랑의 소명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성찰해야 

 

교회는 혼인의 제정자는 하느님이시기에 혼인 유대는 신성하며 부부는 평생 공동의 운명으로 살아가기로 약속하는 것이므로 혼인이 인간의 마음에 따라 쉽게 좌우되는 인간의 제도가 아니라고 천명합니다. 오늘날 부부가 함께 살다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이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는 세태에서도, 교회는 혼인 유대는 죽을 때까지 갈라질 수 없다는 것과 혼인에는 자신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내어주는 일치와 헌신, 부부 사랑의 열매인 자녀의 출산과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이 요구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젊은이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외모나 경제력, 학력등과 같은 외적인 조건 만이 아니라 혼인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배우자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는 인격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인가를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가르침 안에 담겨 있습니다.

 

많은 부부들이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하면서도 서로 일치하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선택하는 것은 그 사랑이 처음부터 진정한 사랑이 아님에도 그렇다고 착각하였거나 두 사람의 사랑이 많이 미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상대방을 자신의 이익이나 즐거움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참된 사랑이란 ‘타인의 선을 위해 자신을 자유롭게 내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생 공동운명체를 형성하는 혼인에서 요구되는 사랑은 그저 자신에게 성적인 매력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 이상의 것을 요구합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부부의 일치와 사랑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부부의 성은 특별한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부부에게만 허용된 고유하고 배타적인 행위를 통하여,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성(性)은 결코 순전히 생물학적인 것만은 아니고 인간의 가장 깊은 존재와 관련된다. 성은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바치는 그 사랑의 일부인 경우에만 진정으로 인간적이다”(가정공동체 11항).

 

그리스도인 부부들은 자신이 혼인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부부사랑의 소명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를 성찰해 보아야겠습니다. 이러한 소명을 실천하고자하는 부부의 노력에서부터 생명과 사랑의 터전인 가정을 지키고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과 지혜가 모아질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7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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