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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화영성대학원 특강8: 영성의 예술, 정교회 예술의 상징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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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2-09 ㅣ No.177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 (8) 영성의 예술, 정교회 예술의 상징과 의미


교리 가르쳐주는 성화, 또다른 복음서

 

 

교회가 동방과 서방으로 나뉘기 전 1000년 동안 교회에서 성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서방교회는 성화 대신 동상을 사용했고, 동방교회는 성화를 계속 사용하며 성화가 원래 지닌 의미와 가치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성화가 제작되기 이전 초대 그리스도교 시기에는 상징을 많이 이용했다. 박해 시기 예배 장소였던 지하무덤(카타콤)에선 여러 상징물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빵과 물고기, 알파, 오메가, 포도나무 등이다. 당시 신자들은 이런 상징물로 소통했다. 

 

빵과 물고기는 감사의 성사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많이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 단어 'ΙΧΘΥΣ'(익튀스)는 Ιησουζ(예수), Χριστοζ(그리스도), θεου(하느님의), Υιοζ(아들), Σωτηρ(구원자)라는 다섯 단어의 첫음절을 합친 것인데 물고기라는 뜻이다. 

 

예수님에 관한 상징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어린 양이다.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표현했다. 성경에도 예수님을 양으로 표현한 구절이 있다.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요한 1,29). 

 

예수님은 착한 목자로 표현되기도 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 포도나무도 있다. 포도나무는 성찬 예식 때 많이 언급되는데 성찬례에서 포도주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5). 이처럼 상징물은 성경과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성화에도 여러 상징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 '손'과 관련된 상징이 많다.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 중에 XP가 있다. 영어로 엑스, 피가 아니라 그리스어로 키, 로라고 읽어야 한다. 이것이 성화에 사용될 때는 우리를 축복하는 예수님의 손으로 나타난다. 사제들이 신자를 축복할 때 들어 올리는 바로 그 손 모양이다. 

 

7세기쯤 테살로니카 성 디아토리오스성당에 그려진 디아토리오스 성인 모자이크화를 보면 성인이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박해 당시 그리스도를 부정하라는 회유를 받았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집트 시나이산에 세워진 성 가타리나수도원에는 페브로니아와 테오도시아 성인을 그린 성화가 있다. 이 성화에서 성인들은 한 손엔 십자가를 들고 다른 한 손은 들어서 무언가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사탄을 거부하며 사탄 뜻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터키 이스탄불 성 소피아성당에 가면 1261년 그려진 예수님 성화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2층 벽면에 그려져 있는데 굉장히 아름답고 훌륭하다. 당시 예술가의 기술과 영성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이르렀는지 잘 보여주는 모자이크다. 성화는 이처럼 예술적 가치가 높지만 장식을 위해 사용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들이 성화를 통해 교리를 배운다는 것이다. 니사의 성 그레고리오는 성화는 침묵을 지키지만 많은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고 했다. 

 

정교회에서는 성화를 다섯 번째 복음서로 부른다. 글로 쓰인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된 성경이라는 것이다. 성 소피아성당의 예수님 성화 모자이크를 보면 예수님께선 한 손으로는 우리를 축복하고 있고, 다른 손에는 복음서를 들고 계신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주님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하고,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스스로는, 혼자서는 구원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시나이산 성 가타리나수도원에는 나무에 그려진 예수 그리스도 성화가 있다. 6세기 초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누가 그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성화를 보면 예수님의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왼쪽은 부드럽고 평온한 표정이며 오른쪽은 엄격한 모습이다. 이는 주님의 인성과 신성을 표현한 것으로 주님께선 사랑이시고 자비로우신 분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심판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 그림을 어느 각도에서 보든 예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게 그렸다. 주님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동방교회에선 성부 하느님을 인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느님을 본 사람이 없기에 그릴 수 없는 것이다. 정교회에선 빛과 같은 상징으로만 하느님을 나타낸다. 또 정교회에선 예수님을 표현하는 모습이 옛부터 지금까지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선 아프리카 사람으로, 중국에선 중국 사람으로 표현하는데 정교회는 이를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수님께서 완전한 인간으로서 한 장소에 한 인종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8일,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 대주교(한국 정교회),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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