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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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5 ㅣ No.430

[영성의 길 수도의 길] (62)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

지친 젊은이들에게 하느님 희망과 사랑 전하는 '도반'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 상징마크. 예수님께서 따뜻한 두 손으로 발을 씻겨 주는 모습을 통해 가장 낮은 곳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오셔서 베푸는 사랑과 자비를 형상화하고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입으신 상처를 손과 발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상처 받은 발을 씻겨준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가 자비를 베풀 땐 예수님의 발을 씻고 있다는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뜻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는 성구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설경이 아름다운 건 그 이면에 생명이 움트고 있어서다. 잔설을 자양분으로 부활의 새 봄을 기약하는 생명, 그 생동함이 들려오는 듯한 도시 한밭에 내렸다. 지난해 설립 10돌을 맞은 신생 선교단체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 보금자리인 대전시 대덕구 대전로 1375, 구 읍내동 240의 61 선교센터에 가기 위해서였다.

선교센터로 오르는 길은 눈이 녹지 않아 가파르고 미끄럽다. 빌라를 지나 비좁은 달동네 골목길을 끼고 돌아 오르니 허름한 주택이 나오고 대문에 작은 선교회 문패가 하나 걸려 있다.

선교센터가 달동네에 자리하게 된 건 사연이 있다. 몇 해 전 충남대에 다니던 외아들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잃은 김지영(안셀모, 대화동본당)ㆍ장종순(루치아)씨 부부가 본당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을 만난 게 인연이 됐다. 선교사들은 교구 이주사목부를 담당했던 대화동본당 주임 강승수 신부 요청으로 성당에서 이주민 사도직을 맡고 있었다. 부부는 자신들 집이 청년들의 신앙 보금자리이자 쉼터로 사용되길 바라며 '무상으로' 이들 선교사들에게 내줬다.

- 지난해 6월 선교센터에서 충남대 가톨릭 학생회원들과 함께 복음 나누기를 하고 있다.


2006년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부부가 기증한 선교센터에 입주한 2009년 3월 새학기부터 사도직을 본격화했다. 파견지는 충남대와 카이스트, 한남대 등 3개 대학 가톨릭 학생회로, 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 지원을 받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도직을 시작했다. 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 제2차장 이경훈 신부가 충남 도내 42개 대학 가톨릭 학생회를 모두 맡고 있어 1년에 한두 번 미사를 봉헌하기도 벅차기에 선교사들이 사목을 돕게 됐다.

현재 활동하는 선교사들은 선교회 한국공동체 대표인 벨기에 출신 로랑스 바세르 선교사를 비롯해 폴란드 출신 모니카 야루가 선교사, 스페인 출신 에스텔 빨마ㆍ에스텔 비부스ㆍ마리아 마토스 선교사 등이다. 에스텔 비부스 선교사와 마리아 마토스 선교사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사도직을 돕고 있다.

이들 사도직은 거창하지 않다. 청년들의 고민을 속속들이 '들어주고', 같이 '기도하고', 함께 '노래하고', 다같이 '밥을 먹는 것'뿐이다. 더불어 복음과 생활 나눔을 통해 삶에 동반한다. 같은 신앙의 길을 걷는 '도반(道伴)'으로서 삶 그 자체다.

여러 해 동안 입시 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친 젊은이들이 대학에 들어온 뒤 가톨릭 동아리를 통해 신앙을 되찾고 하느님을 만나고 사랑과 희망의 삶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려한다. 이를 위해 각 대학별로 매주 기도와 복음 나누기, 생활 나눔, 교리교육 등을 하고 있고, 날마다 성가대와 교리, 청년성서, 공부방 봉사활동 소모임도 갖고 있다. 카이스트는 한 달에 한 번씩 밤 11시 전후까지 늦게 정기모임과 묵주기도 모임을 하고 있다.

선교센터 2층 경당에서 함께한 한국공동체 대표 로랑스 바세르(왼쪽에서 두 번째) 선교사 등 전 회원.


교구 청소년사목국과의 연대 활동도 선교회의 주요 사도직 가운데 하나다. 대전가톨릭교직원연합회가 (재)대전가톨릭청소년회 도움으로 설립한 청소년국제봉사단(FIAT)과 함께 지난해 1월 6기부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지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국제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선교사들이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2014년 대전교구에서 개최될 아시아 청년대회(Asian Youth Day, AYD) 준비도 함께하고 있다.

선교 공동체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벌이는 활동도 없지 않다. 2010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공세리성지성당에서 해미성지까지 교구 대학생, 청년들과 함께 청년도보성지순례를 갖고 있다. 내년엔 순례지를 바꿔 볼 계획이다. 한 달에 두 번씩 이뤄지는 「가톨릭 청년 교리서(YOUCAT)」 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토요일 선교센터에서 이뤄지는 하루 피정도 3개 대학 학생들에게 인기다.

매주 월요일에는 대화동본당 차오름 어린이도서관에서 어린이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엔 선교센터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제26차 마드리드 세계청년대회에 다녀온 교구 청년들이 스페인어 공부에 관심을 보인 게 계기가 됐다.

다만 아직까지는 선교회 차원에서 성소모임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언어도 서툴 뿐 아니라 선교공동체도 아직 교구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아서다. 그럼에도 첫 한국인 선교사가 지난해 탄생했다. 신은주(크리스티나) 선교사다. 2009년 직장생활을 하던 일본에서 입회한 그는 아르헨티나로 떠나 양성을 받고 지난해 3월 첫 서원을 했다.

한국공동체 대표 바세르 선교사는 "하느님께서 젊은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느끼게 해주고 싶고, 더불어 입시로 지친 대학생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다"며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하느님 마음과 말씀을 전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예수님께서 따뜻한 두 손으로 발을 씻겨 주는 모습을 통해 가장 낮은 곳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오셔서 베푸는 사랑과 자비를 형상화하고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입으신 상처를 손과 발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상처 받은 발을 씻겨준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가 자비를 베풀 땐 예수님의 발을 씻고 있다는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뜻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는 성구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수도회 영성과 역사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가족이 되는 삶, 곧 일치의 영성을 지향한다. 그래서 초대 교회 공동체의 사도적 정신에 따라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가난하고 겸손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안에서 형제애로 살아가며, 그리스도 십자가를 통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자신들의 삶과 기도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자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비와 일치, 선교의 영성'이다.

-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의 아버지이자 형제이고, 친구이자 영적 지도자인 헤수스 카스테야노 신부.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는 2002년 9월 27일 독일 뮌스터교구장 니콜라우스 레트만 주교가 설립을 인가한데서 비롯됐다. 또 포콜라레 회원이자 가르멜회 수사였던 헤수스 카스테야노 신부가 공동체 설립에 아버지이자 형제, 친구, 지도신부로 함께했다.

이 선교단체는 기존 수도회나 사도생활단과는 다소 다른 형태다. 봉헌생활과 함께 공동체생활을 하는 남녀 선교사(사제 포함), 서약을 한 교구 사제, 서약을 한 평신도들이 서로 다른 생활을 하며 교회 안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간다. 남녀 선교회로 나뉘어져 있지 않고, 타 수도회나 사도생활단에선 3회로 부르는 단체가 별도로 구성돼 있지도 않다. 교구 사제는 서약을 하면 함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봉헌생활자는 청빈과 정결, 순명, 형제애에 대한 서원을 해야 한다. 회원들은 자신들을 '교구 설립 그리스도인(가톨릭만) 선교 단체'라고 규정한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4대륙 14개국 20개 교구에서 회원 240여 명이 선교사로 살고 있다. 2011년 말 현재 봉헌생활과 공동체생활을 함께하는 남녀 선교사는 현재 127명(이중 종신서원자는 122명), 수련자는 14명, 서약을 한 교구 사제는 2명, 서약을 한 평신도는 94명에 이른다. 이 밖에도 형식적으로 공동체 틀 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수많은 형제자매들도 선교회의 영적 친구이자 공동체 일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엔 카스테야노 신부 소개로 2006년 4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허락을 받아 로랑스 바세르 선교사 등 3명이 대전교구에 파견돼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5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9일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선교회 설립 1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6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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