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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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운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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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43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10) 운이란 무엇인가요?

 

 

Q.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부모님 뜻에 따라 중매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남편이 가진 평범함이 좋아 결혼을 했는데, 살다 보니 남편에게 짜증이 날 때가 자주 생깁니다.

 

남편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 그냥 하루하루 시큰둥한 태도로 지내고 있어 직장에서도 후배들에게 승진에서 밀리고 있고, 어처구니없이 로또 복권 당첨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너무 자주 복권을 사들입니다. 물론 당첨된 적은 별로 없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운이 없다는 둥, 재수 없는 인생이라는 둥 한탄을 하곤 해서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왜 저렇게 입에서 운이니 재수니 하는 말이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A. 운이니 재수니 하는 말은 우리가 부지불식 간에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운에 대한 생각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공장에 최신식 기계를 들여놓고 나면 돼지 머리를 상위에 올려놓고 그 앞에서 과학자건 기술자건 간에 모두 절을 합니다. 운을 믿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운을 점쳐주는 점집들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지요.

 

설령 운이니 재수니 하는 것들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운 없는 사람 곁에는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의식중에 자기 운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서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운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의 작은 물건이라도 가지려고 합니다. 좋은 운을 나눠 받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처럼 운에 대한 생각은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쉽사리 없애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흔히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과 연관이 있습니다. 운 좋은 사람에 대한 우스개 이야기를 보면 그것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유머 사이트에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올라온 답들을 보면 부모 잘 만나 일 하지 않아도 호의호식하는 사람,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는데 성형수술 잘해서 부잣집에 시집간 처녀, 돈 많고 나이 많은 과부와 결혼한 총각, 죽을 때가 다된 부자 영감과 결혼한 처녀 등 운이 좋은 사람들이란 ‘돈을 많이 번 사람’이라는 생각이 주류입니다.

 

운에 대한 사람들 심리를 이용해서 나온 것이 복권이지요. 그러나 운이 ‘있다’, ‘없다’는 판단은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불운하다고 여기는 생각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불운에 대한 심리학적 소견은 어떠할까요?

 

심리학에서는 불운을 현실 왜곡이 심한 탓에 생긴 후유증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세상 물정에 밝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입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선별적 성향의 존재입니다. 사람이 가진 모든 심리적 문제는 바로 이런 성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불운한 사람들은 이런 성향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강합니다. 이것을 ‘과장된 일반화’라고 합니다. 과장된 일반화란 어떤 대상이나 현상의 한가지 특성만 보고 전체를 성급하게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다른 나라에서 지진이 나고 기근이 심하다는 기사를 보고는 ‘이제 세상 종말이 오는 거야’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분들은 정말 환자들이지요), 사업하다 조금이라도 삐꺽거리는 일이 생기면 ‘나는 이제 망했구나, 다 망했어’ 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과장된 일반화 성향이 있는 사람들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노력은 하는데 결과를 얻을 때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이 없는 사람이란 것이 공통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불운이네, 재수가 없네 하면서 점집을 찾고 기복신앙에 빠지는 것입니다.

 

농구경기 중에 공을 던졌는데 경기종료 버저와 함께 공이 링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때 많은 분이 그 선수 운이 좋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 그만큼 훈련을 많이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운이 좋은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요행을 바라지 않는 사람, 결과를 얻을 때까지 고생을 마다치 않고 노력하는 사람, 요행으로 얻은 것에 대해 그리 기뻐하지 않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운이 없다거나 재수가 없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믿음이 가서 뭐든지 맡기고 싶은 사람과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아 준 것도 다시 돌려받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사람, 이 둘 중에 전자가 바로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입니다.

 

인생을 살다가 무엇인가 풀리지 않을 때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재수가 없다고 점집을 찾을 일이 아니라 자기 노력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앞으로 더욱 전력투구해야 없던 운도 따라온다고 남편에게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1년 7월 10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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